맘에 드는 하루

in #story6 years ago


By @cheongpyeongyull
율화백님 대문 진심 감사합니다 ^^  


요즘 낌새가 보이더니
결국 화를 품은 글루미가 찾아왔다.  
글루미가 찾아올 때면  
이 세상은 좋은 것 하나 없이
다 나쁜 것 투성이로 바뀐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분노를 대하는 방법’ 편을 보면
이누이트(에스키모)들의 사례가 나온다. 

“극지에 사는 이누이트(에스키모)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르르 가라않을 때까지.” 

그래서 나도 남편과 두 녀석을 내버려둔 채로
무작정 집을 나섰다.  
이 상태로 집에 있다간  
누구하나 봉변을 당할 것 같아서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바깥으로 나왔는데,
가지 말라고 울어대던 첫째녀석의 목소리가
자꾸 내 귓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
첫째녀석만 데리고 나왔다.
‘이참에 첫째녀석과 함께
시간이나 때우고 들어가자’는 생각으로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사람 북적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내 맘속의 소용돌이가 한층 잠잠해졌다.   

재래시장에서 제일 처음 간 곳은
설빙이었다.  
딸기를 좋아하는 첫째녀석의
기호를 반영해 딸기 빙수를 주문했다.
 

빙수를 맛있게 먹으며 대화하고 있는
여느 연인들과 같은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첫째녀석은 딸기만 열심히 먹고는
숟가락을 내려놓았고, 그 덕분에
나 혼자 빙수 한 사발을 들이켰다.  
5월이지만 바깥바람이 쌀쌀하게 느껴졌다.  

그 다음으로 첫째녀석이 좋아하는
카봇 티셔츠를 사고,  
손 칼국수 집에 가서
오뎅칼국수와 수제비도 먹었다.   

재래시장을 구경하며
음식을 보고 있으니 가족 생각이 났다.  
‘이거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인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나와 함께 있어줘서 고마운 마음에
첫째녀석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졌다.  
문구점에서 맘에 드는 걸 고르라고 하니
후다닥 골라서 들고 온다.  

첫째녀석은 장난감을 들고 가는 내내
싱글벙글댄다.  
갑자기 “엄마, 사줘서 고마워~
엄마, 참 맘에 들어” 이러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며 ‘엄마야 말로
네가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동안 두 녀석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때에 못해서  
조금이나마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두 녀석에게서 해방이 되어
혼자 있으면 참 좋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혼자 있었다면  
김형석 작가의 표현처럼
“한발로 서있는 것 같은 쓸쓸함”이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첫째녀석과 함께한 오늘은
외롭지 않고 든든했다.
손잡고 다니는 내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사이 내 마음도 스르르 풀어졌다.  
첫째녀석이 함께해준 덕분에
화로 그냥 지나쳐버릴 하루가
맘에 드는 하루로 바뀌었다.   


★ 책 속의 글귀 

행복이란
얼마큼 행복한 일들이 내게 일어날까, 라는
객관적인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큼 내가 그것을 행복으로 느낄 수 있을까, 라는
주관적인 마음의 상태로 결정된다는 것을.
이제는 행복감을 느끼는 일이
안일한 위로를 향한 도피가 아닌
엄청난 재능임을 안다.
그것은 사실 이것이 있어서 행복하다가 아니라,
이것이 없어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 임경선의 ‘자유로울 것’ 중에서 -   


By @gomsee  
감사합니다 곰씨님^^

Sort:  

모두들 무언의 보팅만을 남기고 가신 덕에 제가 첫댓글의 영광이^^
나는 당신이 내 포스팅에 와서 한 일을 알고있다^^ 그래서, 바로 달려왔지요~
오늘 큰아들과의 데이트가 마냥 달콤하셨다니^^ 제 마음이 다 쓸어내려지는 마음이네요.
전 오늘 두 아이와 게임방을^^ 두 아이는 컴퓨터실로 들어가고 그곳에 있는 카페에서 저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수 있었지요^^ 함께 나갔지만 따로 시간을 보냈어요 ㅋ 참, 웃기죠^^ 없던일인데, 게임방 생기고 일어나는 일이네요. 그래서 주말마다 가게되네요. 바람이라도 쐬러 떠나보려 했는데, 그게 참 쉽지도 않구요. 낼모레부터 아이들 마지막시험, 그리고 큰아이 졸업식, 6월부터 2달간의 방학이 시작된답니다^^ 그때 실컨 바람 쐬러 다녀봐야겠어요.
늦은밤 자기전에 마지막 댓글이네요^^
좋은꿈 꾸세요 ~~

무언의 보팅ㅋㅋ 애드워드님이 있어 다행입니다
무플이 될뻔ㅋㅋ. 아...다시 글루미가ㅋㅋ
첫째녀석 덕에 화를 품은 글루미를 멀리 보낼 수 있었지요^^ 곧 여행포스팅 보는건가요ㅎ
항상 밝기만 하신줄 알았는데ㅠㅠ 어제 포스팅에서 속이 깊고 여린분인걸 느낄수 있었네요
어떤 모습이든 전 다 좋아요^^
애드워드님도 파이팅~ 즐건 오늘 보내세요^^

글루미 안녕~~~ 하셔서 다행^^
여행포스팅 좀 해야할것 같아요. 하루 다녀와서 한 2-3일 쓸 수 있는곳을 ^^
어제랑 그제는 좀 이런 저런 생각 때문에 좀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확실히 떨쳐버렸답니다 ^^ 오이지무침을 너무 씹어먹었나봐요 ^^
홀릭님도 화이팅!!!

하루다녀와서 2-3일 쓸 수 있는곳이 있을까요?ㅋㅋ 아..3군데 다녀오면 되겠네요ㅋ
매일 좋을 순없겠지만 안좋았다가도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게 다행이죠^^
글루미는 메가님께 정중히 보내드렸고 메가님이 반사하셔서 다시 반사를 날렸네요ㅋ
어쨌든 보냈습니다ㅋㅋ

두끼 외식에 카페 한 곳 가면~~ 먹스팀 3개 완성... ㅋㅋ 나 혼자 상상을 ^^

먹스팀 3개ㅋㅋ
좋은생각입니다ㅋ

이누이트족의 현명함을 아시고 실천하신 것에 박수드립니다. 화가 날 때 , 그 것을 다스리는 저마다의 방법이 있어야 이 험한 세상을 즐겁게 잘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무작정 나와서 걸으니 효과가 있었네요^^
말씀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딸키우는 아빠로서 저도 어서 딸아이와 어서 데이트를 하고싶은데 아직 걷지도 못하는게..ㅎㅎ
부럽습니다!
그리고 좋은글귀 읽고갑니다ㅎㅎ

아이들 크는건 금방이에요~ㅠ
아이와의 데이트 참 좋더라고요^^
곧 많이 누리실거라 봅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holic7 님의 행동과 머릿속,, 그리고 이를 지배(?)하는 마음에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배우자분도 이미 깊숙하게 자라잡고 계신가 봅니다.. ^^; 맛있는 음식을 보니.. 말이죠..

아니다, 아닐꺼다 라고 행여 스스로를 잠깐 의심했었어도,, 결국엔 @holic7 님께서 이전에 말씀해주셨던 그런 '가족' 인가 봅니다. ^^;

비록 언잖음이나 다툼이,, 문을 나서게 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잘 마무리 되신것 같아서 다행이에요..물론 첫째가 일등공신이겠죠??

행복한 휴일 되세요~

맞아요 첫째가 일등공신이죠~ㅎㅎ
그래도 잘 마무리(?)됐어요. 보통 이런 기분은 하루 몇시간 안가긴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쨌든 나가보니 가족생각밖에 안나더라고요^^
투닥 거려도 가족없인 못살듯합니다ㅎ
티원님도 즐건 하루보내세요^^

홀릭님의 개인 시간을 방해할까 걱정했는데, 행복을 만드는 좋은 추억을 쌓으셨군요? ㅎㅎㅎ

좋은 시간을 보내셨는데, 저는 그와 반대로 생각도 해보았어요. 흠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매번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면 그것도 나름 큰 스트레스일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저랑 올라는 요즘 만나는 시간에는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집으로 각자 돌아가면 공부나 스팀잇이나(ㅋㅋㅋ) 서로 각자의 시간을 열심히 갖는 것으로 ㅎㅎ

그렇게 서로의 공간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니까 사이가 더 좋아졌어요. 아이들은 아직 어리니까 지금 당장에 그럴 수는 없을 지도 모르지만, 또 그 나이 때는 징징거리는 아이스러움을 아끼고 사랑해줄 수 있는 시기니까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겠네용 ㅎㅎㅎ

르바님 말씀이 맞아요~매번 내 시간을 소비하는건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될지도 몰라요 그래서 육아스트레스도 있는 것이겠죠ㅎ 그날은 그냥 첫째녀석과 같이 보내고 싶었는지 혼자보단 둘이어서 좋았네요~ 오히려 둘이라 위로도 됐고요^^혼자 있고 싶은 날도 있고
그래도 같이 있고 싶은 날도 있고 그런거죠뭐^^

행복의 느낌이 재능이라.. 새롭고 뜻깊은 전언입니다..

저도 저 글귀보고 새롭게 느꼈네요~
행복을 느끼는것도 재능일수 있겠구나 하고요~
많이 가졌어도 그걸 행복이라 못느끼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그래도 정말 현명한 대처를 하신 것 같아요~
아이들은 부모의 화가 가장 마지막에 거치게 되는 종착역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하루동안 생긴 화를 누군가에 풀어야 하는데 그 대상이 아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겠지요.
거기에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이유도 모른채 그 모든 화를 온 몸으로 받아야 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홀릭님은 아이와 함께 하며 그 화를 다스리고 아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과 선물까지 함께 해 주셨으니 정말 슈퍼 그뤠잇인 것 같습니다. ^^
휴일의 마지막날 즐겁게 마무리하시길 바래요~ㅎ

<아이들은 부모의 화가 가장 마지막에 거치게 되는 종착역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이 말에 격공합니다~ 아무래도 아이가 만만하다보니 화를 풀게되는데
풀고나서는 '얘는 뭔 죄인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죄책감도 들고요~ 그래서 그냥 무작정 나왔는데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다행히 화를 잘 푼 하루를 보냈네요^^ 괜찮은 방법인것 같습니다ㅎ

우울한 날을 행복한 날로 바꿔버린 듯 하네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노고를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제 아이도 어릴적 아내가 참 많이 힘들었을텐데... 그때는 저도 힘들어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돌이켜보면 그 시절 제가 참 못났었고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많이 나게해주는 글이네요...

아이키우는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일하는 아빠는 아빠 나름대로 다 힘듦이 있겠지요~. 그럼에도 상대방이 힘들 수 있겠구나 생각해주는건 대단한것 같아요~
제 생각엔 그당시에도 요호님 나름대로 잘 토닥여 주셨을 듯 싶습니다만^^

홀릭님의 글을 오래 지나서 보게 되었네요...
요즘 2호가 울며 깨어나는 시간 대가 달라져서..예전엔 홀릭님이 글을 올리시자마자 볼 수 있었는데요...

처음 시작부터 어쩐지 심상치 않았어요.
글로만 뵈었지만..우리 의연한 홀릭님께서 얼마나 힘드셨으면 그렇게 집을 나서셔야 했을까...하는 먹먹함이 앞섰구요...
그 다음...다시 집으로 돌아가 첫째 아이 손을 잡고 함께 나오셨다는 부분에서 어쩐지 안도감...이 들었어요..

홀릭님과 첫째의 발걸음을 조심 조심 따라 걸으며
제 마음도 조금씩 평안해지는 게 느껴집니다.

엄마, 사줘서 고마워...
엄마, 참...마음에 들어...

고마워...아가!
존재만으로 빛나는 예쁜 천사!

새벽에 올렸으니 못보는건 당연하죠ㅋㅋ
이게 중요한가요 뭐^^
집에만 있다보니 그런 날도 있네요 한달에 한번정도요?ㅎ 내 맘속에 화는 어차피 제가 다스려야하는 부분이라 그냥 걸으면 나아지겠거니 싶어 나름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네요~
아이는 존재만으로 빛나는 예쁜천사 맞는것 같아요~
그저 함께해줘서 감사할따름이죠^^

첫째아이와 함께하여 즐거운 데이트로 변신했네요^^
홀릭님 마음이 풀리셨다니 다행이네요^^
오늘 하루 더 즐겁게 행복하게 보내세요 홀릭님^^

감사합니다 우부님^^
첫째녀석 덕분에 화가 물러갔네요ㅎ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3
JST 0.027
BTC 58539.27
ETH 2627.11
USDT 1.00
SBD 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