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in #story6 years ago

막상 스팀잇을 할때는 하루하루

무슨글을 쓰지?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다가

글을 써야하나 못쓰면 말자 생각했는데

스팀잇을 못하는 동안

참 아이러니하게

글이란게 너무 쓰고 싶어졌다


스팀잇 대신에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보기 시작했다


동네 도서관이라서 그런지

책 종류가 많지 않았고

나름 신간인 책들은 이미 

다 대출이 된 상태였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내가 읽었던 책 중 맘에 들었던

작가 이름으로 검색해서

그가 썼던 책을 보기로 결정했다


이석원의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술술읽히면서 

작가의 필력이 내 마음을 끌었다


그래서 이번엔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를

읽어보기로 했다

작가의 일상을 다루고 있는 글 중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써놓은 

글이 눈에 띄었다


자식을 키우다보니 

이 부분이 참 공감이 갔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생각은

그때의 부모님의 마음과 

다른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바쁘고 정신없다는 핑계로 

잘 못해드렸는데 이번주말엔

맛난 밥이라도 지어드려야겠다


                            ★

올해 어머니의 칠순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은 애닮다

내가 보기엔 아직은 그저 나이가 좀 많은 아줌마에 불과한 우리 어머니는 남들에게는 진작 할머니로 보였을 것이다. 어렸을 적, 엄마가 내 고통의 전부일 때가 있었다.

언제나 나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억압하고 두려움을 주던 엄마 때문에 나는 마음속으로 엄마만 없다면 엄마만 없다면...하고 얼마나 되뇌었는지 모른다. 그런 어머니가 이제 정말로 인생의 황혼길에 접어든 노인이 되셨다.

     

얼마전 일이다. 속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무서워서 내시경 검사를 미루고 있던 어느날.

어머니가 위내시경을 받으러 간다는 것이다. 아버지도 안 계신데 혼자 가신다고 해서 검사 당일 내내 마음이 걸렸지만 워낙 바쁜 탓에 전화만 드리고 말았다. 


“엄마 검사 받았어?”

“응.”

“수면내시경으로 했지?”

“아니 그냥 일반으로 했어.”

“아니 왜?”

“돈이 얼마냐. 그냥 받으면 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돈 몇만 원 때문에 그 힘든 내시경을 수면으로 안 받고 맨정신으로 받았다니. 그후 시간이 지나 나 또한 도저히 더 이상은 버틸 재간이 없어 일원동에 있는 삼성병원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가게 되었다. 엄마가 검사를 받았던 곳과 같은 병원이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예약을 하고 진료를 받으러 가는 날. 우리집이 있는 정릉에서 일원동까지 가는 길은 멀었고 쓸쓸했다. 정문에 도착하니 내가 가야할 소화기 내과는 병원 내에서도 가장 끝에 있는 ‘암센터’ 건물에 있었다. 왜 하필 건물 이름을 ‘암’센터라고 지었을까. 어쩐지 기분이 꺼림칙했다.

워낙 소문난 병원이라서 그런지 아침부터 주차하려는 차들로 만원이었다. 한 시간이나 달려왔는데 다시 주차하는 데만도 이십분이 걸렸다. 주차를 하고 접수를 한 후 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사방을 둘러보니 병원어디에도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이었다. 문득 엄마생각이 났다. 

홀로 이 먼길을 와서 ‘암센터’라는 건물 이름에 섬뜩해하고, 대기실에서 혼자 쓸쓸히 차례를 기다리는 이 과정을 엄마는 혼자서 감당했을 것이다. 나는 젊어 괜찮지만 자식이 넷이나 있고 남편까지 있는 엄마가 혼자서 그 고통스러운 내시경 검사를 받으러 온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날 난 집에 와서 다시 한번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도대체 내시경을 왜 일반으로 받은거야. 정말 돈 때문에 그랬어?”

엄마는 계속 됐다고 하시며 단지 나의 검사 날짜만을 물어보셨다. 그러나 나는 그날 병원에 가서야 알았다. 그 병원에서는 보호자가 오지 않으면 수면내시경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언제부턴가 나는 엄마의 상전이 되었다. 아들을 자신이 원하는 무엇인가로 길러내려 채근하던 엄마는 이제 행여 자식 일에 지장을 줄까봐 노심초사하는 늙은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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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beg respect beg respect

복귀를 축하드립니다.^^
스팀파워도 4만이 넘으시고~~돌고래님~!!
앞으로도 좋은 활약 기대됩니다.
좋은하루되싶시요~

덕분에 돌아왔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ㅎㅎ저도 @kwak님처럼 1일1포 실천해볼까합니다ㅎ 님도 즐거운 금욜 보내세요~~

글이 좋다보니 노래는 모르고 책만 아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노래도 부르고 책도 쓰시는건 책읽으며 알게됐네요ㅎ 노래는 나중에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곡 꼭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ㅇㅇ메모해놓을게요ㅎ

자식에게 걱정을 줄까봐
노심초사 하는 어머니
찡~
내모습을 보는것 같습니다
그냥 그래집니다
늙어가는 어머니
Good morning ~

곧 저의 모습이 되겠죠 늙어가는 어머니ㅠ. @hooo님도 즐건금욜 보내세요~~

welcome back 입니다 ^^
엄마 생각 나게 하시네요 ㅠㅠ

넵 드디어 돌아왔네요ㅎ 계실때 잘해드려야죠 생각은 매일하고있지만 실천은 어렵다는점 ㅠ

글이 홀릭님 어머니 얘기를 쓴 줄 착각했었어요.
어쩌나... 맘이 아프다...하고 읽다가
마지막 이석원이란 작가 이름 보고 소설인 걸 알았네요.
찹착하네요... 어머니란 존재...그리고 저도 곧 그 길로 들어선다는게...

ㅎㅎ 그렇군요ㅋㅋ 소설은 아니고 작가 이석원님의 실제 이야기에요^^ 저는 이미 어머니의 길로들어섰네요 그러니 더 맘이 짠하더라고요

저는 곧 할머니의 길로 들어설 것 같아서
제 일 같네요.ㅎㅎ ...웃으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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