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in #stimcity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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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이란 의식보다 집요한 구석이 있어서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 해일처럼 몰려온다. 애써 내면 가장 먼 곳에 보내어 몇중의 문으로 닫고 자물쇠로 걸어 잠궜던 데이빗의 무의식 속 욕망은 부인, 로라가 죽은 뒤 수의 대신 웨딩드레스를 사체에 조심스럽게 입혀주며 깨어난다. 그 욕망은 ‘여장’이다. 데이빗이 ‘여장’으로 자신 스스로가 로라가 되어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본 로라의 친구 클레어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이내 그를 받아들인다. 단 하나뿐인 아내를 잃은 데이빗의 상실감도 물론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것을 공유하며 자랐던 절친의 죽음에 클레어는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깊은 상심에 빠져 있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밥도 먹을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을 잃은 둘이 공유한 ‘은밀한 비밀’은 두사람에게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고 웃을 힘이 되었다. 클레어는 데이빗의 비밀스러운 취미의 공범이 되어주고 여장한 그를 ‘버지니아’라고 이름 붙여준다. 둘은 같이 쇼핑을 가고, 로라와 클레어가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지역으로도 함께 여행을 간다. 그리고 이 여행에서 클레어 역시 무의식의 욕망이 꿈으로 드러난다. 로라의 죽음은 그녀와 가장 가까웠던 두 사람, 남편 데이빗과 친구 클레어의 꼭꼭 걸어두었던 비밀의 빗장이 열게 만든 계기다. 평범한 삶으로 위장하고 진짜 자신을, 진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 못한 둘은 소중했던 존재의 부재로 성장하고 자신의 욕망에 가까워진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편해보이고 행복해 보였다.

덧. 시네마 키즈는 아니지만,,,20대 초반에 영화제를 많이 다녔다. 영화제에서 처음 만난 프랑수와 오종을 좋아해서 한동안 그의 영화를 많이 챙겨봤었다. 독특한 소재에도 소재가 스토리에 잡아먹히지 않는 탄탄한 서사에 오종을 좋아했던 것 같다. 오종이 오종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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