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카 바보가 될 줄이야..

in #stimcity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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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번도 아이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본적 없다. 길가다가, 여행 중에 아이를 만나면 귀여워서 눈길을 줄 뿐 살갑게 굴거나 가까워지려 노력하지 않았다. 관심이 전혀 없으니까. 첫 조카가 생겼을 때도 초음파 사진이 아빠와 오빠의 얼굴이 담겨있어 신기했을 뿐 전혀 감흥이 없었다. 오빠 내외와 갓난쟁이 조카가 우리 집에 찾아오면 나는 같이 밥을 먹고 조카의 얼굴을 보며 '까꿍' 몇번 해주고 방에 문 잠그고 들어가 나의 시간을 보냈다. 참 심드렁한 고모였다. 조카가 걷기 시작하고 말을 떼기 시작한 이후로 내가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주기적으로 보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는 절대적인 애정을 내게 보냈다. 문을 잠그고 있으면 문을 두드리고, 밥을 먹다가도 '고모'를 불러 두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그의 적극적인 사랑표현에 나는 두손두발 다 들고 굳게 닫힌 문을 열어 조카 바보가 되었다. 해가 뜰 무렵 잠을 자고 정오 전후로 일어나지만 조카들이 오면 나의 시계는 정반대로 바뀐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놀다 밤에 잠이들고 아침부터 문을 두드리며 고모는 잠꾸러기라고 투정을 부리는 소리에 무거운 몸을 가까스로 일으킨다. 목이 쉴 정도로 책을 읽어주는 건 당연하고, 다양한 놀이를 개발해 함께 놀아준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받는 고전 게임, '숨바꼭질'부터 내가 상어, 아이들은 거북이가 되어 벌이는 추격전인 '거북이 놀이'와 잠을 자고 눈을 뜨면 시공간이 바뀌어 있는 '타임슬립 놀이', 공에다 다양한 마법을 걸어 슛을 던지는 '슛 놀이' 등등...코로나로 김해에 사는 조카는 서울을 오는 횟수가 현격히 줄어들었고 요즘 우리는 문자로 '슛 놀이'를 이어가고 있다. 내가 보낸 몸이 얼 정도의 차가운 물 공격에 '꽁꽁' 이라고 답변한 조카가 너무 귀여워서....쓰는 글...내가 조카 바보가 될 줄이야. 진짜 그건,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영역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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