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46. 마스터 회의 7장 <제국의 시스템>

in #stimcity10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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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음



"이봐, 어떻게 되고 있나? 대관료 장부는 찾았나?"



거미 대장은 장부를 뒤지고 있는 검은 제복 상사에게 진행 상황을 묻습니다. 그러나 검은 제복 상사는 좀처럼 답을 내놓지 못합니다. 대조해야 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 그게 저.. 이제 장부 확인하는 법을 체크했습니다. 곧 찾을 겁니다. 기다려 주십시오. 각하!"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아직도 그 모양인가. 이거 참 답답해서.."



블록체인 장부였으면 금방 확인이 가능했을 텐데요. 블록체인이 아니어도 요즘의 전산화 시스템이라면, 대관료 납부사항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조회가 가능할 겁니다. 그러나 제국의 시스템은 여전히 수기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해킹과 전산오류의 위험에 노출되느니, 인간의 수작업이 더 믿을 만하다는 신념이 제국 전반에 여전히 강고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마법사들의 감금상황은 언제 끝날지 기약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이작 : 찰스, 찰스.. 어떻게 할까요? 지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요?



남준 : 아니 이 사람, 또 그 얘기요?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아이작 :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되냔 말이죠. 이 상황이 합법적인 상황이 아니잖아요.



찰스 : 자자, 싸우지들 말고. 지금 그래도 얘기가 잘 풀어지는 것 같으니, 좀 두고 봅시다. 자칫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어요. 저 거미 대장의 의중을 아직 다 파악하지는 못했으니 좀 더 지켜봅시다. 아니, 나는 오히려 궁금해지는걸요. 저 사람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소곤거리는 마법사들의 말을 들었는지, 갑자기 거미 대장이 마법사들 주위를 돌며 킁킁거리기 시작합니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나 봅니다.



거미 대장 : 어어.. 이거 무슨 냄새야? 이거 처음 맡아보는 냄샌데.



찰스 : 무.. 무슨 냄새가 납니까?



거미 대장 : 킁킁.. 이거 무슨 냄새더라? 아.. 이거 만리향 냄새 같은데..



찰스 : 만리향이라구요?



거미 대장 : 그렇소. 이거 틀림없소. 이건 내 고향 미노시에서 자주 맡던 만리향 냄새란 말이오.



찰스 : 아, 예.. 만리향? 그건 우리 동네 중국집 이름인데.. 누가 짜장면 먹었소?



거미 대장은 자기 고향의 냄새가 난다며 마법사들 주위를 계속 킁킁거리며 돌아다녔습니다. 만리향은 꽃 이름입니다. 그 향기가 짙어서, 만리 밖에서까지 향을 맡을 수 있다 해서 만리향입니다. 꽃 색깔에 따라 금목서, 은목서라고도 부르는데, 꽃말은 '첫사랑, 마음이 끌리다.' 입니다. 거미 대장의 마음이 마법사들, 아니 이 새로운 시스템에 끌리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첫사랑이 생각나기라도 한 걸까요?



거미 대장은 갑자기 센치해져서 창가로 가더니, 아직 여명이 밝아오지 않은 새벽녘의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달빛에 은은히 비친 거미 대장의 실루엣이 회의장에 길게 드리웁니다. 마법사들은 이 신기하고 기괴한 모습을 모두 숨죽여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찰칵!



앗, 그런데 누군가의 핸드폰에서 발생한 촬영음이 적막에 휩싸인 회의장에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누구야!"



적막과 센치한 감정을 깨뜨려버린 촬영음 소리에, 거미 대장과 요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마법사들에게 쏠렸습니다.



"누.. 누구죠? 누구 핸드폰이요??"



마법사들도 화들짝 놀라 서로를 쳐다봅니다.



"아.. 저기. 제가 그만.."



아하 이런, 남준의 핸드폰에서 발생한 소리였습니다. 남준의 지역에서는 몰카 방지를 위해, 핸드폰 촬영음을 없앨 수 없도록, 설정이 고정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거미 대장 : 인간들, 역시 잘해주면 기어오른다니까. 이봐 뭐해, 휴대폰 모두 압수해!



거미 대장의 호통에 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마법사들의 휴대폰을 압수하기 시작했습니다. 마법사들은 짜증 나는 표정과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남준을 쳐다봅니다. 남준 역시 낭패스럽다는 표정과 왜 촬영음이 났는지 모르겠다는 의아한 표정을 동시에 지으며 난감해합니다.



거미 대장 : 어서 싹 거둬! 한 놈도 빼놓지 말고. 어디서 휴대폰을.. 뭘 찍은 거야. 안 되겠군. 에잇!



거미 대장은 짜증이 났는지 마법사들을 다시 포박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신을 포박하지는 않고, 주저앉힌 채로 손목만 뒤로 묶어 버렸습니다.



제국의 사회적 합의



거미 대장 : 누구야? 누가 소리를 냈어?



남준 : 저.. 접니다.



거미 대장 : 당신 한국에서 왔지?



남준 : 아.. 네 저기, 살기는 뉴욕에 사고 있습니다만. 제가 요즘 한국에서 작품활동을 좀 하느라 한국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게 왜 소리가 나는지.. 분명히 무음으로 해 두었는데.. 그런데 한국에서 온 걸 어떻게 아셨죠?



거미 대장 : 쯔쯧 몰랐구만. 한국 휴대폰은 워낙 몰카들을 찍어대서, 촬영음을 무음으로 변경할 수 없도록 막아놨다고 하더군. 나도 경시청 공보에서 봤는데 진짜로 그러네. 프라이버시 침해하지 말란 말이야. 이건 범죄라고!



남준 : 아.. 그렇군요. 프라이버시 침해 때문에 그렇게 해놨군요.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 대장님의 뒷모습이 신비로워서 그만, 저도 모르게.. 작가의 직업병이라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에서만 그렇게 하는 걸까요? 몰카는 제국도 심하지 않나요?



거미 대장 : 몰카라고? 우린 몰카를 찍지 않아. 우리가 얼마나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는데 감히 몰카를 찍겠어. 그건 다 양해를 구하고 찍은 사진들이라고. 연출된 사진이거나. 어디서 본 거야? 야동사진 말하는 거지?



남준 : 아~ 그렇군요. 다 사전에 양해를 구한 거란 말이죠? 그럼 한국인들은 왜 몰카를 찍죠?



거미 대장 : 그걸 왜 나한테 묻나? 당신이 더 잘 알 거 아니야. 한국인이니까. 그런데 그건 말이지. 나도 공보를 보고 가만 생각해 봤는데, 한국 사람들은 두 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우리 제국인들 보고 겉 다르고 속 다르다고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더해. 개인의 인격과 집단의 인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남준 : 그게 무슨 말이죠?



거미 대장 :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사실 우리 제국인은 말이야. 겉 다르고 속 다른 게 아니라, 개인과 사회를 매우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단 말이지. 그러니까 앞과 뒤가 다른 게 아니라, 나와 너, 개인과 사회를 매우 엄격하게 구분한다는 얘기야. 그렇지 않고서는 서로를 그토록 예의 바르게 존중할 수가 없어. 나도 존중받아야겠으니 너도 존중하는 거야. 잘 알잖아? 시도 때도 없이 남발하는 스미마셍 말이야. 이게 다 나도 너를 존중할 테니 너도 날 존중해라, 나도 너를 침범하지 않을 테니 너도 나를 침범하지 말아라. 이런 말이거든. 너와 나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거지. 사회도 마찬가지야. 사회가 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따라줄 테니, 사회도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아라. 이런 태도가 깔려 있는 거지.



남준 : 아.. 그런가요? 일반적으로 제국에 대해 알려져 있는 내용과는 좀 다른 것 같네요. 그러면 국가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국민처럼 알려져 있는 것은 왜 그런 거죠?



남준은 거미 대장의 주의를 돌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듯, 대화의 주제를 제국의 시스템에 관한 내용으로 이끌어 봅니다.



거미 대장 : 아.. 그건 오해야. 그게 우리 제국인들이 가장 많이 받는 오해라고. 우리는 국가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게 아니야. 국가의 필요를 채워주고 있을 뿐이지. 그건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이미 합의된 조건이니까. 대신 국가는 국민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지 않아. 국가는 국가의 의무만을 다할 뿐이지. 국가의 가장 큰 의무가 뭐겠어? 국민을 보호하는 거 아니야?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전쟁을 치른다는데, 국민이 동참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대신 우리는 철저하게 개인의 삶이 존중되고 있단 말이지.



남준 : 그런가요? 이건 처음 듣는 얘긴데요. 2차 세계 대전에서 황국신민으로서 전쟁에 참여하고, 국가의 존망을 위해 가미카제처럼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건 어디서 나온 태도죠?



거미 대장 : 그건 자발적이야. 당신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가장 큰 전제조건은, 모두가 사회적 합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거야. 사회적 합의의 상징이 국가이고. 누군가 사회적 합의에서 이탈한다는 것은 곧 개인인 나에게도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니까, 우리는 국가가 내린 결정에 최선을 다해 따르지. 거기서 이탈하거나 반기를 든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깨는 행위야. 그건 나, 곧 개인을 위협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 그래서 우리는 그런 존재를 배척하지.



남준 : 아, 이지메를 말씀하시는군요.



거미 대장 : 뭐 그렇게들 부르더군. 그런데 생각해 봐. 이지메를 받는 존재는 사회적 합의에서 벗어난 존재야. 그런 예외를 계속 수용하다가는 사회적 합의가 무의미해져. 아무도 질서를 따르지 않게 된다고. 그런 상황이 심각해지면 뭐가 되겠어? 아노미 상태, 폭동이 일상화된다고. 그런 사회야말로 폭력이 난무하고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사회이지.



남준 : 그렇다고 해서 따돌림이 정당화되는 건 아니죠.



거미 대장 : 물론 그것도 규정에 의해서 관리되고 다루어져야 하지. 하지만 그 이지메라는 것이 법규와 규정으로 정할 수 없는 정서적이고 문화적인 부분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들이라.. 그건 딱히 명문화해서 다룰 수가 없어. 대응할 뿐이지. 사적 대응이 일어나는 영역에서 이지메가 발생하는 거지. 그렇다고 벗어나는 존재들이 옳은 건 아니잖아? 무언가 기준에서 벗어났으니 이지메를 당하게 되는 거라고. 그런 것을 계속 용납할 수는 없어. 사회는 어쨌든 기준에 합당하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그래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그래야 사회의 안녕이 보장된다고.



남준 : 그러면 약자는 어떻게 보호받죠?



거미 대장 : 약자라고? 누가 약자지? 우리 사회만큼 약자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사회도 드물걸. 당신 우리 제국에 살아 봤어? 장애인과 노인의 천국이라구. 당신이 말하는 그 약자가 문화적이고 계층적인 약자라면, 그건 어차피 모든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야. 오히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끊임없이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고. 기준과 합의, 이게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한 가치야. 그건 몸으로 느껴야 해.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단체와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곧 기준이라고. 메이와쿠라고도 부르지. 알아서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말이야.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제국인은 최대한 조심하지. 아직 기준을 모르니까, 서로 폐를 끼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하는 거야. 그러면서 기준에 조심스럽게 다가서는 거야. 암묵적 합의를 확인하는 거지. 그리고 일단 기준이 정해지면 모두가 최선을 다해 따라야 해. 거기서 벗어나면 제재를 가해야 하고. 그래야 모두가 기준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어. 우리의 제재는 보복이 아니라고. 기준을 확인하고 재발을 방지하도록 하는 안전장치야.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 나도 존중받을 수 없는 거니까. 그런데 당신네 한국인들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분과 감정에 따라 제멋대로니까, 아예 기능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거야. 촬영음을 막아놓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남준 : 음.. 그 부분은 할 말이 없네요.



거미 대장 : 당신네 한국인들이야말로 겉과 속이 다른 것 같지 않나? 이중적이라고. 개인의 인격과 집단의 인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보통은 개인의 인격을 바탕으로 집단의 인격이 형성되는데, 한국인들은 개인의 인격과 집단의 인격이 매우 상이해. 집단의 인격으로는 매우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면서 개인으로서는 매우 관대하단 말이야. 아니 그렇게 전쟁 위안부 문제에 전 국민이 하나가 돼서 목청을 높이고, 여성의 인권과 성 문제에 천착하면서, 몰카가 웬 말이야? 지금이 전시냐고? 평상시에도 그게 통제가 안 돼? 그래서 기능적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는 거야? 아니 어떻게 개인의 인격과 집단의 인격이 그렇게 다를 수 있냐고. 그런 게 질서야. 그런 게 공중도덕이라고. 당신네들은 우리 제국의 사회가 경직되고 개방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사회의 합의를 지켜나가는 방식이라고.



거미 대장은 점점 의기양양해져서 설교를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거미 대장 : 당신들은 잘 몰라. 질서의 위대함을. 그것만큼 안정되고 아름다운 게 없는 거야. 당신네 마법사들은 자유와 선택을 강조하지만, 상호 합의와 자발적 순종만큼 강력한 게 없어. 합의는 자주 번복될수록 좋지 않아. 사회는 합의에 따라 운영되고 개인들은 합의에 자발적으로 순종하면 되는 거야. 그러면 서로를 침범할 일이 없다고. 국가가 개인의 삶에 간섭할 이유도 없는 거야. 모든 것이 질서에 따라 자동으로 움직이니까. 이런 사회야말로 진정한 유토피아라고. 우리 제국이 세상에 전하고 싶은 찬란한 업적이지. 생각해보라고 개인에게 자유와 선택권을 무한정 주면 개인들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어. 자유와 선택은 선호와 의지가 분명한 성숙한 개인들에게나 유용한 거야. 하지만 사람마다 성장의 과정이 다 다르고, 타고 태어난 재능, 성향, 기질이 모두 다른데, 어떻게 모든 일에 분명한 선호와 의지를 보일 수 있겠어? 그리고 저마다 자기 좋은 대로만 하려고 하면 한정된 자원을 가진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되겠냐고. 누구는 얻고 누구는 잃어야 해. 그건 만고불변의 진리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그렇다면 누구만 얻고 누구만 잃어선 안 되겠지. 그러면 불만이 생겨날 테니까. 순서를 정하면 돼. 순서에 따라 얻고 순서에 따라 양보하면 되는 거야. 그러면 모두에게 공평할 수 있지. 능력보다 기준에 따른 순서, 이거야말로 복음이야. 모두에게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질 테니 말이야. 당신들은 이걸 몰라. 그래서 사회를 자꾸 혼란 속으로 밀어 넣는다고. 그놈의 자유와 선택 때문에 말이야.



남준 : 하지만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고 세계에 제국만 존재하는 게 아닌데, 결국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면 그 질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회와 다른 나라들은 자유와 선택에 입각하여 계속 경쟁하고 발전해 가는데, 고정된 사회가 발전하고 경쟁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거미 대장 : 그러니까! 우리 제국의 질서가 온 세상에 펼쳐져야지. 우리 제국의 질서야말로 모든 인간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단 말이지. 주어진 질서를 따라 살면 모두가 걱정과 근심 없이 순서에 따라 행복해질 수 있다니까.



남준 : 그게 공산주의랑 뭐가 다르죠?



거미 대장 : 뭐라고? 아니 어따 대고 빨갱이 취급을 하는 거야! 당신 미쳤어! 기준이 다르잖아. 기준! 공산주의는 몇몇 당 지도자들이 내세운 기준에 모두가 따라야 하고, 우리 제국의 기준은 모든 구성원의 합의를 통해 정해진단 말이야. 어따 대고 감히 비교를 하는 거야!



남준 : 그게 그거 같은데..



거미 대장 : 어허~ 이 사람, 다르다니까. 그리고 언제적 공산주의야. 당신네들 조선인들은 그래서 안 된다니까. 우리가 그랬잖아. 우리 제국이 이룬 근대화를 이 아시아 전역에 보급시켜 주겠다. 우리처럼 너희들도 잘살게 해주겠다 했어 안 했어? 당신네 땅을 지배하겠다는 게 아니라, 당신네 나라도 우리 제국처럼 선진질서의 근대화를 이루도록 돕겠다 했잖아. 그런데 왜 그 난리를 치고 독립운동을 하고..



남준 : 그건 아니죠! 엄연히 독립된 국가이고,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서 발전할 수 있는데, 왜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 수탈해갑니까?



거미 대장 : 수탈이라니? 수탈이 아니지. 그건 어디까지나 제국 질서를 이 동아시아에 전파함으로써, 모두가 안정된 질서 속에서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대동아 공영권을 확립하자는 거대한 대의에서 나온 거란 말이야. 그러니 그 질서의 확립을 위해서는 희생도 불가피하다구.



남준의 반박에 거미 대장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흥분하고 있습니다. 찰스는 염려가 되는지 남준을 자제시킵니다.



찰스 : 아아. 남준 마법사. 그 정도 했으면 됐소. 자꾸 자극하지 말고 그만 합시다.



남준 : 아.. 네. 저도 주의를 돌린다는 게 흥분해서 그만..



거미 대장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지 점점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백색의자에 다시 걸터앉아 씩씩거리더니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화장실에 다녀온 멀린이 회의장에 나타났습니다. 영문을 모르고 있던 멀린은 달라진 분위기에 어리둥절해하며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멀린을 발견한 거미 대장은 갑자기 손목에서 안전포승줄을 날려 멀린을 포박한 채로 다시 공중에 매달아 버렸습니다.



멀린 : 어어.. 헉, 아니 왜 이러십니까? 갑자기..



거미 대장 : 이봐 화장실은 잘 다녀왔나? 내가 심기가 불편해졌어. 당신 친구들 때문에 말이지. 그래서 멀린, 당신이 내 질문에 대답을 좀 해줘야겠어. 아까 했던 질문 말이지. 그래, 경시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블록체인 시대에 말이야. 아니 제국의 미래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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