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42. 마스터 회의 3장 <제 3 법칙>

in #stimcity10 months ago (edited)

3W72119s5BjVs3Hye1oHX44R9EcpQD5C9xXzj68nJaq3CeW71HrVzzJRJfFzZoAMHJ2j2KibYqHE5JCQ59Dinqof3AVbSU4KbGVq91vcvd3a4LE7UCRdgr.jpeg



남준 : 존경하는 그레이트 마스터시여, 제가 무슨 불경한 언급을 했습니까?



침묵을 깨고 발언을 시작한 이도의 반응에 남준은 흠칫 놀라며, 혹 자신이 잘못 언급한 부분이 있는가 되묻습니다. 마스터 회의에서 심리관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전체 회의 과정에서 촉발되는 직관을 캐치하는 것이 심리관의 주된 역할이기에, 심리관은 듣는 일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직관이란 마치 소매 끝에 매달린 실오라기가 살짝 당겨지는 것 같아서, 예민하게 집중하고 있지 않으면 캐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도 : 아닙니다. 동편의 이기심을 이(理)와 기(氣)의 관점으로 접근한 부분이 신선해서 그렇습니다. 다만, 이야기가 진전되다 만 느낌이 있어 그런데요, 동편 세계의 개인이라는 개념이 이(理)와 기(氣)의 작용에 따라 다양한 형상과 경계를 갖음으로, 일종의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물리적 개인과 집단적 개인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습니까?



남준 : 음.. 그 부분은 좀 개념화하기가 어렵긴 합니다만, 동편 세계에 있어 개인의 범주라는 것이 물리적으로는 개체로 구분되어 있으되, 정신적으로는 미분화한 집단의 형태로 고정되어 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집단이라는 것도 그간 전통적인 대가족, 가문, 국가의 형태로 고정되어 있었다면, 현대의 집단은 가변적이라, 취향과 세계관에 따라 다양한 카테고리를 구성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이에서 무리와 집단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고정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가변성을 가지게 된 것인데, 이 과정에서 개인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주체적인 나, 개별적이고 물리적으로 구분된 나의 세계로부터, 주변 환경, 인물, 집단과 상호작용하며, 나의 경계를 구분하고 확정 짓는 형태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인간의 이상적인 발달 과정이라면, 집단적 개인으로부터 아직 분리되지 못한 미분화한 개인이, 급작스러운 주변 환경의 다양성 속에 노출되면, 주체성이 분명하지 못한 개인은 불안해지고 상호작용을 거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안해서 엄마 손을 놓지 못하고 신나게 놀고 있는 친구들을 바라만 보고 있게 되는 거죠. 그러면 엄마는 아이를 안심시키며 무리를 떠나 낯선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독려해야 하는데, 아이와 마찬가지로 아직 분화되지 못한 엄마는, 오히려 아이가 접촉하는 경험이 아이와 엄마의 미분화된 단일 커뮤니티, 집단적 개인, 그들의 일체화된 커뮤니티에 영향을 줄까 봐, 아이를 외부세계로부터 차단하고 방어하게 되는 것이죠. 그럴수록 이 집단적 개인은 더 내부로 숨어들고 폐쇄적이 되는 겁니다. 사회의 개방성이 강해져서, 개성화가 확장되는 사회적 분위기에 급작스럽게 노출된 집단적 개인은 자기방어 논리를 강화하게 됩니다. '이불 밖은 위험해' 라며 말이죠. 모든 것이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지니까요.



찰스 : 그것은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모든 성장의 기초가 아닌가요? 모체로부터 분리되어 자기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분리 말이죠. 개별화, 개인화, 개성화에는 먼저 분리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분리 개별화



남준 : 네 맞습니다. 주체적 개인이 되기 위해서는 분리의 과정이 우선되어야 하죠. 그러나 중앙집중적 체제를 오랜 시간 누려 온 동편 세계의 물리적 개인은, 이 분리라는 과정을 충분히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집단으로부터의 분리는 곧 파멸과 다름 없습니다. 집단은 곧 자기 자신이었으니까요. 모체로부터의 분리를 위한, 부모살해의 과정을 충분하게 겪지 못했어요. 음.. 사춘기 시절을 건너뛴 애어른 같다고 할까요? 서편 세계는 이러한 과정을 일찌감치 경험하지 않았나요?



아이작 : 성가족, 신성공동체의 해체가 그렇죠. 교황을 중심으로 한 종교 국가의 시절에는 우리 서편 세계가 오히려 더 집단적이었죠. 개인은 교회의 부분이었을 뿐이에요. 모든 것이 교회를 중심으로, 교권을 중심으로 하나의 몸처럼 움직였어요. 그러나 그것을 깨고 나오는 과정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일종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이 있었죠. 그것은 신성모독, 신성살해의 형태로 극복되었어요. 서편 정신세계의 모체는 신이었으니까요. 모든 정신적 분리가 그렇겠지만, 신을 떠나 개인이 되는 과정은 사실 쉽지만은 않습니다. 개체가 모체를 부정하려면 자신이 스스로 모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먼저 서야 해요. 부모로부터의 분리가 일어나는 사춘기에 2차성징이 이루어지는 것은 다 그런 의미가 있는 것이죠. 피조물을 넘어 생산자가 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전에는 그러한 자신감, 자존감을 확보할 수가 없죠. 돌이켜 보면 결국 우리 서편 정신세계의 사춘기는 대륙을 떠나는 순간부터였던 겁니다. 대항해의 시대 말이죠. 살던 고향을 떠나 미지의 대륙으로 나아가기 시작한 순간부터 분리가 일어난 것이죠. 그리고 결국 미지의 대륙을 발견했잖아요. 정복했고 자신의 제국으로 만들었죠. 이 과정을 통해 독립이 일어난 거예요. 서편 세계에서의 개인의 탄생은 떠나온 바다, 한계를 규정하던 바다, 즉 어머니의 양수를 정복하는 과정을 통해 획득된 것이죠. 그런 관점에서 동편 세계는 제자리에 너무 오랜 시간 머물러 있었던 게 아닙니까?



남준 : 인정합니다. 한자리에 오래 머무르면 성장은 멈추기 마련이죠. 동편 세계에서 떠나고 떠나보내는 일은 매우 터부시되는 일이었어요. 그걸 역마살이라고 하는데, 저주같이 여겨졌죠. 500년, 1,000년을 머물러 있었으니 집단적 개인의 자의식이 얼마나 비대해졌겠어요. 덕분에 모두가 그 자의식에 기대어 살았죠. 그걸 깨준 게 서편 세계의 제국주의였다면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일까요?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은 물극필반(物極必反) 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오랜 시간 쌓여 온 에너지가 폭발한 것이죠. 현대에 와서 말이죠.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지만, 급작스럽고 폭발적인 분리는 반대로 역동성과 에너지를 증폭시킵니다. 급작스럽게 분리된 개체들의 성체가 되기 위한 몸부림이 동편 세계의 역동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한 동력이 되었죠. 매우 짧은 시간에 말이죠.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거대한 개인들이 탄생하게 될 거예요. 집단적 개인이 아닌 진짜 개인 말이죠.



이도 : 그런데 한가지 여러분들이 놓치고 있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말이죠. 동편 세계가 개인을 해방시키는 데 늦긴 했으나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었다는 점이에요. 자 봅시다. 서편 세계의 공동체는 물리적 개인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들을 하나로 묶을 구심점이 있습니까? 신을 제거한 자리에 무엇이 대체되어 있나요? 아이작 어때요? 대답해 보세요.



아이작 : 음.. 구심점이라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네요. 그러고 보면 성가족으로부터 분리된 개인들이 자본주의의 원심력을 따라 마구 흩어지고 뻗어나가긴 했으나, 그것을 묶어줄 구심점, 절대성 같은 것은 현대에 와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도 : 네 맞아요. 구심력과 원심력의 균형이 없으면 커뮤니티는 형성될 수가 없습니다. 원심력이 구심력보다 크면 모두 흩어져 날아가 버릴 테고, 구심력만 강하면 커뮤니티가 쪼그라들고 확장성이 떨어지죠. 이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해요. 아이작 그러면 서편 세계의 분리를 촉발시킨 제국주의의 구심력은 무엇이었습니까?



아이작 : 음.. 그것은 아마도.. 뻗어 나가려는 개인들의 동력은 부의 확대였겠지만, 그것을 중심에서 흩어지지 않게 묶어주는 명분은 복음의 전파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신의 지상명령이 구심점이지 않았을까요? 거기에는 희생이 있었죠. 정복자의 무자비한 착취와 함께 지상명령을 수행하려는 선교사들의 피 흘림 역시 있었어요. 그것이 옳든 그르든..



이도 : 그래요. 커뮤니티의 성장에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조화가 반드시 필요해요. 사람들은 서편 세계의 제국주의적 확장을 악마적 탐욕으로만 평가하지만, 그것은 피해자의 논리이고, 그것의 성공 공식에는 성장을 위한 도전과 그에 따르는 희생의 대가가 균형을 이루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나 아이작 지금의 서편 세계는 어떻습니까? 원심력과 구심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나요? 이건 대마법사 뉴턴의 제 3 법칙이 아닙니까?



뉴턴의 제 3 법칙



아이작 : 네 맞습니다. 말씀하신 균형은 우리 계열의 수장 대마법사 뉴턴의 운동법칙으로 이미 증명되어 있죠. 여기서 중요한 원리가 하나 있습니다. 구심력과 달리 원심력은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힘이라는 것입니다. 물체가 회전할 때에는 구심력이 작용하여 원운동을 하는데, 물체를 묶은 끈이 풀리게 되면, 구심력이 더이상 작용하지 않아 관성에 의해 직선 운동을 하게 되죠. 그러니까 원심력은 구심력의 회전운동에 의해 파생되는 종속적인 힘입니다. 구심점이 그에 묶인 개체들과 회전운동을 시작해야 커뮤니티가 발생하고, 그 회전 운동의 궤적이 커짐에 따라 커뮤니티가 확장되는 것입니다.

서편 사회의 구심점이었던 신성, 즉 교회의 역할은 서편 세계의 커뮤니티를 강력하게 확장시켰어요. 그 원운동은 단 한 사람과 12명의 제자들로부터 시작되었지요. 그리고 대륙 전체로 확장되었고 서편 세계는 그들의 커뮤니티 그 자체였어요. 그리고 마침내 바다를 건너 전 세계로 뻗어 나갔죠. 그 원운동에는 보상과 희생이라는 극단적 힘이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었어요. 탐욕과 고귀한 희생.. 네, 그것이 서편 세계의 커뮤니티의 동력이었죠. 그러나 지금은..



이도 : 잃어버렸습니다! 서편 세계는 구심점을 상실했어요. 깨고 나온 부모의 자리에 자기 자신을 세웠어야 하는데, 서편 세계는 구심점을 상실한 채로 흩어지고 말았어요. 이념적 반작용을 일시적인 동력으로 삼았지만, 그마저도 반세기를 못 가고 한쪽 편이 무너져 내려 버렸죠. 어떡할까요? 이제 외계인이라도 불러들여 적으로 삼아야 할까요?



좌중은 물을 끼얹은 듯 침묵에 빠져들었습니다. 이도의 일갈에 모두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원심력과 구심력, 구심점의 회전하는 원운동과 이에서 파생되는 커뮤니티 그리고 확장. 그때 그레이트 마스터 이도는 백색의자에서 일어나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오더니, 양팔을 크게 펼치고 위를 바라보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가나다라마바사 아자차카타파하
가나다라마바사 아자차카타파하
가나다라마바사 아자차카타파하
...



이도가 주문을 외우자, 그의 몸에서 수천개의 파란 광선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광선은 그대로 퍼져나가 7천명의 마법사들을 연결하더니 모두를 자리에서 들어 올렸습니다.



"자, 이제 우리는 공동체의 신비를 경험합시다. 가나다라마바사.."



이도가 다시 주문을 외우자, 회의장의 천장이 180도로 완전히 개방되었습니다. 그리고 푸른 광선에 의해 하나로 연결된 이도와 7천명의 마법사들이 원운동을 하며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두둥실 떠올라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로 연결되어 회전운동을 하는 마법사들의 공동체는 화성을 지나고 목성을 지나 토성에 이르러 토성의 고리를 따라 회전하다가, 토성의 궤도를 따라 태양계를 회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전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수많은 시공간이 마법사들의 회전하는 공간 속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선사시대, 지구를 주름잡던 공룡들의 무리와 부족들의 전쟁, 그리고 태어난 한 아이와 그의 친구들이 세상으로 뻗어 나가던 모든 순간들, 탐욕과 결핍으로 얼룩진 갈등의 현장, 희생과 헌신으로 서로 연대하는 사람들의 모습.. 역사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마법사들의 가슴을 꿰뚫고 지나가고, 미지의 땅을 향해 항해를 시작하는, 기대와 두려움에 휩싸인 개척자들의 뒷모습과, 전 세계를 하나로 묶기 시작한 온라인 네트워크의 등장까지, 인류 역사의 모든 장면들이 마법사들의 회전운동 속으로 스쳐 지나갑니다.



마침내 마법사들의 원운동은 미래의 시공간까지 빨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인류의 미래는, 우주의 저편까지 뻗어 나가, 여전히 갈등하고 연대하며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인류의 미래기억에 잠들어 있는 우주 전쟁의 한복판으로부터, 여전히 아버지로부터 독립하려고 검술을 연마 중인 제다이의 기사와, 어른으로 성장하려는 엄마 잃은 소년, 그리고 그를 돕는 검은 모자를 쓴 마녀와 애꾸눈 선장의 함대까지 모두 생생한 현재로 그들의 곁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희망과 공포, 기쁨과 슬픔, 환희와 절망이 마법사들의 가슴을 가득 채우자, 터질 듯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감당할 수 없는 마법사들은 이내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우주의 뿌려진 마법사들의 눈물은 은하수가 되어 태양계를 수놓고, 일순간 동시에 발현된 태양계의 시공간들은 다시 은하수 너머 저편 인류의 미래기억 속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우리는 하나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모두 하나입니다.

중력이 사람들을 놓아 버리더라도
우리 마법사들만큼은
원운동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춤추는 일입니다.
춤추기를 멈추지 않는 인생은
모두 마법 커뮤니티의 일원인 것입니다.

구심점이 되십시오.
모두가 완전한 개인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춤추기를 멈추지 마십시오.

사람들에게 멈추지 않고 춤추기를,
그리고 연결되기를,
운명에 따라 선택에 따라
연결된 이들과의 춤추기를
멈추지 않도록,
함께 하십시오.
직관을 말하십시오.
그들에게 알려주십시오.

가나다라마바사..



이전글 | 글목록 |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