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39. 마법사들의 노래, 마법사들의 의식

in #stimcity10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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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 중앙을 가로지르는 선로가 바닥으로부터 부드러운 기계음을 내며 상승하자, 하루카 열차는 선로위로 미끄러지듯 멈춰 섰습니다. 7천명의 말소리가 일순간 정적 속으로 사라지고, 하루카 열차의 사뿐한 브레이크 음만이 회의장 내에 울려 퍼졌습니다,



지~잉



이윽고 열차의 승하차 도어가 열리자, 별이 박힌 캔버스 운동화와 노트북이 든 검은 에코백을 멘 마법사 멀린이 내려섰습니다. 멀린이 하차하자 회의장 오른편의 거대한 원형 문이 열리고, 마법사 멀린을 태워다 준 하루카 열차는 그대로 경적을 울리며 움직이는 마법의 성을 빠져나갔습니다. 어리둥절 뻘쭘하게 서 있는 마법사 멀린에게로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습니다. 멀린은 객석을 가득 채운 7천명의 마법사들을 경이로운 눈빛으로 둘러보다, 이내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그때 객석 어디선가, 누군가 일어나 눈물이 가득 배인 뜨거운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마법사입니다.
우리는 지치지 않습니다.
산이 높다고 좌절하지 않으며
바다가 깊다고 절망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마법사입니다.
멈출 수 없는 마법사입니다.
사람들은 아니라고
그게 되겠냐고 하지만
우리는 보았습니다.
우리는 들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말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마법사입니다!
우리는 마법사입니다!
우리는,
마법사입니다!



누군가 외치기 시작한 목소리가 점점 번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마법사입니다! 우리는 마법사입니다!' 정적을 깨고 선포되기 시작한 누군가의 이 고함은, 마법사들을 하나둘 일으켜 세우더니, 마침내 파도처럼 번져나가며 회의장을 휘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고함은 이내 노래가 되어 마법사들의 가슴을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산이 높고 험해도
바다 깊고 넓어도
우리 사는 이 세상
아주 작고 작은 곳

산이 높고 험해도
바다 깊고 넓어도
우리 사는 이 세상
아주 작고 작은 곳



산이 높고 험해도, 바다 깊고 넓어도.. 우리 사는 이 세상이 얼마나 작고 작습니까? 달까지 40만km, 태양까지 1억 5천만km, 은하계 끝까지, 우주의 저 끝까지.. 우리는 얼마나 달려가야 합니까? 그러나 마법사들은 보았고 들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 너머, 우리의 과거와 미래가 그대로 잠들어 있는 무경계의 우주에서, 마법사들은 그대의 미래를 보고, 그대의 과거를 보고, 그대의 현재에게 소식을 전하러 돌아온 것입니다. 할 수 있다고, 그것은 예정되어 있다고, 그것은 이미 이루어져 있다고.. 손을 내밀고 내일을 열어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믿지 못하고, 듣지 않으려 하고, 부정하기만 합니다. 불신의 산은 하늘같이 높고, 의심의 바다는 끝도 없습니다. 그러나 마법사는 멈출 수 없습니다. 산꼭대기에까지, 바다 끝까지 쫓고 쫓아서, 그대의 오늘과 손을 잡아야 합니다. 거절하고, 자신의 길이 아닌 타인의 길을 좇아 뒤돌아선 그대를 바라만 보게 되더라도, 마법사들은 전하고 또 전해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산이 높고 험해도
바다 깊고 넓어도
우리 사는 이 세상
아주 작고 작은 곳..



마법사의 노래가 계속 울려 퍼지고, 이제 마법사들은 모두 일어서 노래의 선율을 따라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수피교도의 춤처럼 마법사들은 빙글빙글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움직이는 마법의 성도 함께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천천히 빙글빙글 돌아가는 마법사들의 움직임에 화음을 넣듯, 회의장 내부의 원형 공간도 함께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회전이 점점 빨라지며 이내 마법의 성이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호수 상공에 떠 있던 움직이는 마법의 성은, 훌쩍 날아올라 대기권을 벗어나고, 마침내 우주 공간에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별들 사이로 날아오른 마법의 성은, 우주 공간에 들어서자 회의장 상단의 둥근 해치를 열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빙글빙글 회전하던 마법사들이 하나둘 찬란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별빛 속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육체의 구속을 벗어던진 나비처럼 사뿐하게 날아오르며, 우주 공간 속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별빛이 쏟아지는 우주 공간에는, 7천명의 마법사들이 모두 함께 손을 잡고 거대한 원을 이루며 회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법사들의 몸은 별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때 원 중앙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손이 펼쳐져 나오며 마법사들의 원을 감싸 안기 시작했습니다. 그 손은 지구 어머니의 손이었습니다.



'내가 너의 수고를 알고 있단다' 말하는 듯한 지구 어머니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습니다. 마법사들은 그 손안에서 회전을 멈추고 하나둘 젖어 들기 시작합니다. 회전을 멈춘 마법사들은 모두 환상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우주 공간의 무중력 속으로 몸을 가볍게 맡기고 둥실 떠올라 오랜 중력의 고통에서 벗어납니다. 중력처럼 짓누르던, 그들을 둘러싼 몰이해와 의심, 부정의 눈길로부터 벗어나, 그들이 보았던, 그들이 들었던 환상과, 다른 차원의 현실 속으로 나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지쳤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실을, 그 진심을 우주가 알고 있습니다. 지구의 어머니가 알고 서로가 알고 있습니다. 지구 어머니의 손안에서 평안한 잠에 빠져들고 있는 마법사들의 귓가에 위로의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달 뒷편에서 하얀 드레스를 입은 달의 마녀들이 나타나 커다란 하프를 켜며 지친 마법사들에게 위로의 노래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려 한다고
괜한 헛수고라 생각하진 말아요

내 마음이 헛된 희망이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정상이 없는 산을 오르려 한다고
나의 무모함을 비웃지는 말아요

그대 두 손을 놓쳐서
난 길을 잃었죠

하지만 멈출 수가 없어요
이게 내 사랑인걸요

나의 이런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나를 설득하려 말아요



누가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땅은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서 씨앗을 싹틔우고, 하늘은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허공에서 비를 내립니다. 계절은 약속을 어기지 않고 찾아오고, 모든 생명은 태어나고 또한 죽습니다. 우주의 모든 것들이 자신의 목적에 따라 태어나고 성장하고 죽어지는데, 인간의 삶 또한 예정된 대로 나아가고 주어진 만큼 발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타인의 삶을 쫓느라, 왜곡하고 스스로를 속여 우주를 비참하게 만들지 않도록, 우주는 마법사들을 보내어 그대들을 일깨우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의 사랑을 사랑이 아니라고, 그들의 마음을 헛된 희망이라고 비웃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다고 멈출 이들이, 그런다고 포기할 우주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함께 나누는 기쁨과 슬픔
함께 느끼는 희망과 공포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알았네
작고 작은 이 세상..



회의장 중앙의 원형 무대에서 그레이트 마법사 이도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마법의 성의 열린 천장으로, 환상 속에 잠든 마법사들이 하나둘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모두를 위한 오랜만의 위로와 휴식의 의식이었습니다.



"자, 다 같이 부릅시다!"


산이 높고 험해도
바다 깊고 넓어도
우리 사는 이 세상
아주 작고 작은 곳

It's a small world after all
It's a small world after all
It's a small world after all
It's a small, small world



환상 속에 잠들어 있던 마법사들이 하나둘 깨어나며, 함께 마법사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모두 제자리로 돌아오자 그레이트 마스터 이도와 그랜드 마스터 찰스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7천명의 마법사들 속으로 들어가 한 명 한 명 손을 잡고 안아줍니다. 장내에는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마법사들과 환하게 웃음을 짓는 마법사들이 가슴 가득한 애정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들 모두 언제나 혼자였기에, 가는 소리로 전달되는 직관에만 의존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나아왔기에.. 오랜 시간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어디에선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7천의 마법사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조우하게 되더라도 그저 마음속으로만 서로를 느끼고 반가워할 뿐, 서로에게 주어진 길을 가기 위해 오래 정을 나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마법사들을 위한 시간입니다. 생에 몇 번, 아니 한 번도 주어지지 않을지 모를, 위대한 마법사들의 시간입니다.



아, 그런데 멀린은 어디 있나요? 오늘의 이 자리를 있게 한 [스팀시티]의 마법사, 멀린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그때 회의장 상공에서 마법사 멀린이, 가지런히 누운 상태로, 아직 환상에서 깨어나지 않은 채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멀린이 마지막으로 회의장에 진입하자, 회의장 천장의 해치는 서서히 닫히고, 장내의 마법사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마법사 멀린을 바라보며, 각자가 활동하는 지역의 언어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다른 언어임에도 마치 오래 호흡을 맞춘 합창단의 노랫소리처럼, 주문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서로 어우러지고 있었습니다. 무대 중앙에 1m쯤 떠서, 여전히 환상 속에 잠겨 있는 멀린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습니다.



주문 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몰아치다, 마침내 'HAmmm!' 소리를 내고는 멈췄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



긴 침묵이 이어지고. 아무 움직임도 없이 정지되어 있던 회의장에, 그레이트 마스터 이도의 정적을 깨는 낮은 주문이 울려 퍼졌습니다.



"가나다라마바사.."







잠깐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