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바다 단편선] 질투의 화염

in #stimcity6 years ago (edited)


질투의 화염









“몇 명이랑 자 봤어?”



남자는 집요하게 묻는다. 여자는 대답하면 안 된다. 그것은 불화의 지름길이다. 여자도 안다. 그러나 남자의 집요함을 계속 거절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왜 자꾸 물어..그런 거 꼭 알아야 해?”

“그냥 궁금하니까, 뭐 어때 다 지나간 일인데.”



지나간 일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지난간 일이 아니다. 남자의 머릿속은 당장이라도 질투의 불길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남자의 집요함에 넘어가는 일은 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심지에 불을 당기는 일이다. 그러나 계속 성냥을 그어대는 남자의 질문을 무한정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오빠는 몇 명이랑 자 봤는데?”

“나야, 셀 수도 없지. 나 인기 많은 거 너도 알잖아?”

“치이~”



여자는 치이~ 하고 쓴웃음을 삼킬 뿐이다. 방어하던 여자가 공격으로 수세를 전환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자칫 역공을 만들어 낼 위험이 농후하다. 이런 긴장 속 대화는 언제나 오해와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남자에게 역으로 이전의 관계들에 대해서 집요하게 물고 들면 종국에는 같은 질문이 돌아오기 마련이고 그럼 이제는 말 길을 돌릴 수도 없게 되기 때문이다.


“오빠 우리 내일 어디로 놀러 갈까?”



여자는 역공을 당할까 두려워, 남자의 당당한 대답에 반격도 하지 못하고 일단 말 길을 돌려 본다.


“왜 질문에 대답은 안 하고 딴소리야?”



남자는 좀처럼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이 남자 오늘 작정한 듯싶다. 어떻게 해야 하나? 여자는 머리를 초고속으로 굴려 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과거의 관계는 이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데.. 뭐 모태솔로가 아닌 이상, 관계가 없었을 리 없고.. 그건 서로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 것쯤 덮어두고 새로운 관계에 집중해야 하는 게 매너 아닌가 여자는 생각하고 있다.


‘오늘은 대답을 들어야지.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어.’



남자는 궁금하다. 아니 남자가 궁금한 것은 여자가 몇 명이랑 잤는지가 아니다. 남자가 궁금한 것은 질투의 불길이 자신을 덮쳐 올 때의 느낌이다. 뒤는 알고 싶지 않다. 그 대답의 결과로 질투의 화염이 자신을 뒤덮어 상처로 난자된다 해도, 이미 내뱉은 말과 기대되는 결과의 경험은 포기할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원시 수렵채집 시대 사냥꾼의 심정 같은 것이다. 자신의 몸보다 몇 배나 더 큰 맹수들을 뒤쫓으며, 그러다 들키면 그 엄청난 위력에 목숨을 잃을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그 맹수와의 대면을 피하려 들지 않는 사냥꾼의 심리 같은 것이다. 노련한 사냥꾼이라면 전후 상황을 모두 종합하여 안전을 확보하고 최적의 타이밍을 노리겠지만, 처음부터 노련한 사냥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대면의 과정이 필요하다. 비록 절명의 위협이 기다리고 있다 한들 시작은 언제나 직면부터이다.



그것은 이 대화의 시작이었다. 여자의 마음을 얻은 남자에게 잔존하는 사냥꾼의 본능, 그것은 다음 표적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질투의 화염’ 말이다.


“말하고 싶지 않아. 이건 좋지 않다구, 그런 얘기 들어봐야 기분만 나쁘잖아..”



남자는 모르고 묻는 게 아니다. 지금 여자에게 다음 표적의 위치를 대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표적은 너가 아니고 그들이다. ‘질투의 화염’ 그것 말이다.



인간의 사랑은 소유의 감정을 동반한다. 인간은 가지고 싶은 것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가질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한다. 그것은 열정의 불길을 평생 타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동경, 그것은 특히 사냥꾼의 DNA를 지닌 남성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계를 탐험하고 오지로, 밀림으로, 찾아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누군가를 돌볼 수 없다. 그래서 가족과 아이들을 돌보아야 하는 여성들에게서는 사냥꾼의 DNA가 꺼져 들어간 지도 모른다. 자신의 안위를 염려하지 않으며 대면의 세계로 나아가고 찾아가는 사냥꾼이었던 남성들은 자신의 힘을 소진할 대상을 잃고 말았다. 현대의 세계는 남성을 길들이고, 길들여진 남성들은 가축이 될 것인지, 반사회적 인격 또는 사이코패스가 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중간은 없다. 현대의 남성에 주어진 운명은 그렇다. 너가 죽던지, 내가 죽던지.. 지금 남자는 여자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야. 나는 너를 얻었으니, 이제 너의 과거의 시간들을 정복하고 싶은 거야.’



방어에 지쳐 감정이 상해버린 여자는 말이 없고,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속으로 말을 걸고 있다. 내게는 정복의 대상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너를 완전히 얻으려면 너의 과거도 정복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처럼 보인다. 지나가 버린 시간을 무엇으로 정복할 수 있을까?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로 돌아가 그녀의 남자들에게 결투를 신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만일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남자는 백전백승일 것이다. 그녀의 과거의 남자들은 어쨌든 관계에 실패한 미래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승리는 현재의 남자일 테니, 이 결전은 해보나 마나 뻔한 것이다. 그래서인가 보다. 남자가 자꾸 집착하는 것은 과거의 남자들에 대한 정복감을 경험하고 싶어 그러는 것인가 보다. 그러면 여자는 말하면 되는 것인가? ‘이런 저런 남자들과 이런저런 관계들이 있었어. 하지만 결국 지금 내 눈앞에는 당신이 있어. 그러니 당신이 최종 승자야.’ 이러면 되는 걸까?


‘미친 새끼, 왜 자꾸 물어보고 지랄이야. 지도 졸라 복잡했으면서..’



계속읽기☞





_ written by 교토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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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q작가님 냄새납니다. 교토바다란분이 따로 있는 건가요? 아니면 다중인격체인가요?

그런거 집착하는 남자...유치해요 ㅎㅎ

남자들이란~~~~~
유치하지요?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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