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릿 : Activating Evolution] 01. Genesis

in #stimcity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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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발이 일어났다. 지금쯤이면 바깥세상에 나가도 될까? 살아남은 이들이 또 어디에 있을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나는 인류의 유일한 생존자일지 모른다. 남은 인생을 생각하니 앞이 아득하다. 식량은 큰 문제가 아니다. 궁하면 바퀴벌레라도 잡아먹게 되겠지. 빠삐용처럼. 핵전쟁에도 살아남는 종이라 했으니 설국열차에서처럼 묵이라도 쑤어 먹으면 생존은 가능하겠다.

그러나 그럼 이 수많은 날들을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까? ‘Space Oddity’ 속 우주 미아가 되어버린 톰 소령이 된 것 같다.

생각난 김에 노래나 들을까?

스마트폰 전원을 켠다. 다행히 아직 무사하다. 멜론에 접속한다. 아차.. 인터넷이 끊겼다는 걸 잊고 있었다. 핵폭발이 일어났으니까.

아.. 그럼. 나의 음악들, 나의 책들, 나의 영화들이 모두 사라졌구나.

아.. 나는 이 세상에서 무얼 하며 살아야 할까?

아.. 나는 존재하지 않는구나.



#1. 소유하다. 고로 존재하다.



존재는 소유를 통해 자신을 확인합니다. 우리가 모두 하나였을 때 우리는 모든 것 그 자체였으므로 소유의 의식은 불필요합니다. 그러나 태초의 분리 ‘빅뱅’은 스스로 타인이 되어 자신을 감각하기 위한 긴 소유의 여정입니다. 분리되어 자신을 자각하는 일, 거울을 보는 것 같은 이 일이 우주의 시작에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우주는 빛과 어둠을 나누고 하늘과 땅을 내며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랑을 두어 서로가 하나였음을 잊지 않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결합합니다. 환희는 잠시고 외로움은 서로를 찾게 합니다. 이 여정에서 영원히 분리되지 않고 서로를 향한 갈망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은 소유의 의식입니다.



소유에 대한 갈망. 그것이 생존의 이유인 것입니다.



죽고 나면, 흙으로 돌아가고 나면, 또는 어떤 종교적 세계관들이 말하는 것처럼 위대한 초자아와 하나가 되고 나면 우리에게서 소유에 대한 갈망은 사라질 것입니다. 영원히 사는 사람이 없으니 어차피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사는 동안 그 갈망을 멈추어선 안됩니다. 소유하기를 멈추는 일은 죽는 것과 다름없으니까요.



무엇을 소유할까?



무엇을 소유하고 싶습니까? 무엇을 원합니까? 원하지 않는 것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소유는 바로 당신의 갈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행복과 삶의 이유를 드러냅니다. 그것이 심지어 중독과 집착에 의한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공허한 마음이 갈망하는 그것은, 넘치는 돈과 무절제한 탐욕이 아닙니다. 그것들은 내면의 결핍이고 그것을 다른 것들로 대체하고 있을 뿐입니다. 원하는 그것, 진정으로 원하는 그것은 따뜻한 말 한마디와 흡족한 인정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 내 곁의 누군가의 애정 어린 시선, 그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시간과 경험을 소유하고 싶어 우리는 친구를 만들고 가족을 이룹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그것들을 소유하지 못한 채 다른 것들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소유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2. 만지다. 고로 소유하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소유할까요? touch.. 만지는 겁니다. 그것에 가닿는 것입니다. keep in touch.. 연락할게. 만나자.. 그것입니다. 우리는 만져야 합니다. 만져져야 합니다. 만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의 마음에, 그의 손에 말이죠.



그렇게 많은 것을 만지고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인류가 말입니다. 도구를 만들고 서로를 얼싸안으며 심지어 코피가 터지도록 싸우더라도.. 우리는 만지는 일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대상마다 고유하며 그것마다 독특합니다. 우리는 감촉을, 향기를, 형상을 만지고 느끼고 즐겨 왔습니다.



노래는 듣는 것입니까? 보고 만질 수는 없나요? 그것이 전부입니까?
책은 읽는 것입니까? 듣고 만질 수는 없나요? 그것이 전부입니까?
사랑은 모니터 화면에만 존재합니까? 그것이 전부입니까?



붙들고 만지고 얼싸안고 냄새를 맡아 볼 수 없는 일은 죽으면 저절로 되는 일입니다. 감각을 통하지 않고 그냥 알게 되는 그 일은 천국 가면 저절로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만지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러 인간세계에 내려온 것이 아닌가요? 우리는 그러기 위해 빅뱅하고 나누어졌던 것이 아닌가요? 죽고 나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원하는 것을 소유하는 일은 살아서 해야 하는 일입니다. 산 자의 의무인 것입니다.



‘과도한’, ‘불필요한’과 결합한 소유를 소유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렇게 부정한다고 욕구가 사라지는 게 아니랍니다. 탐욕에 볼모잡힌 소유를 소유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번지수를 잘못 찾았을 뿐이랍니다. 공유와 소유를 분리해서도 안됩니다. 함께 사용한다고 가지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랍니다. 불필요하거나 가질 여유가 되지 않을 뿐. 편리를 좇아 소유를 포기한 3차원 인류에 도래할 미래는 핵폭발뿐입니다. 외로움과 공허함의 핵폭발..



#3. 만질 수 있는 것, 소유할 수 있는 것.



만질 수 있는 것, 소유할 수 있는 것. 리플릿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나왔던 그 모노리스 입니다. 수백만 년 전 우주에서 날아와 인간에게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지혜를 전해 주었던 그것. 또한 인류를 다음 차원의 진화로 이끌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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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리스의 정체가 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고차원의 외계인이 보낸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인터스텔라’처럼 시공을 초월하게 된 미래의 신인류가 과거의 인류를 인도하기 위하여 보낸 것일 수도 있겠네요. 정체가 무엇이건 인류의 진화를 촉진하는 신비한 힘으로서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오브젝트가 모노리스입니다.’ _ 블랙맘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 SF의 극한] 리뷰 중



소개를 매우 거창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별것 아닙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그것을, 별것 아닌 것에 빼앗길 뻔했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인류를 진화의 본 궤도에 올려 놓으려는 별것에 관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너무 익숙하지만 어느새 잃어버린 그것에 관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홀로 남은 그에게 모노리스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클라우드, 인터넷 없이도 그의 폰에서 재생할 수 있는 그것. 리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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