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이즘] 블록체인과 리더십2 : 도망치는 인간들

in #stimcity4 years ago (edited)



1,

댄 이자시기 또 때려쳤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겠느냐. 이렇게 도망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매번 같은 문제에 부딪히고 또 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마법사는 이런 인간들을 신물 나게 겪었다. 하다 말고 도망치는 인간들.



2,

마법사가 스팀잇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은 시점이다. 댄과 네드가 결별했다는 얘기. 커뮤니티를 근간으로 하는, 게다가 실체도 없이 코인만 팔아먹는 백서팔이가 아니었던 스팀잇, 그리고 설계자들. 그래서 기대를 해 보았건만. 그럼 그렇지 '니들이 커뮤니티를 알어! 됐네 텄네.' 그게 스팀잇에 들어 온 지 100일경이었을 게다. 100일간 받은 보상으로 호시기 두마리 치킨을 사서 혼자 쫑파티를 하고서는 이 볼짱 다 본 플랫폼에서 깔끔하게 사라지려고 했다. 휘리릭~



3,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싸울 수도 있고 잠적할 수도 있다. 갈등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이해하고 조정하고 하는 것은 성장이다. 그러나 때려치는 건 다른 일이다. 많은 사업들이 창업자간의 견해 차이로 인해 결별하기도 하고 그런 계기로 새로운 혁신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블록체인은 다르다. 더군다나 모두가 사기인가 가짜인가 긴가민가 하는 시기에 하다 마는 짓은 치명적이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기술자라 하더라도 말이다.



4,

어린 마음은 실력이 전부라고, 기술이 아이디어가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상에 나와보면 기술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금방 알게 된다. 오히려 경멸했던 처세와 관계, 수많은 행정절차와 규제를 뚫어내는 인내심과 노력이 비즈니스의 대부분이라는 걸 처절하게 깨닫게 된다. 실로 한국에서의 비즈니스의 대부분은 지금은 사라졌다고 뻥치고 있는 공인인증서와의 지리한 결투에서 멘탈을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다.



5,

그런 사소한 것들이 발목을 잡고 결정적인 순간에 공든 탑을 무너뜨린다. 그러나 진정한 기업가Entrepreneur는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다. 이때의 불가능은 기술만이 아니다. 기술이야 투자와 시간, 노력이면 대부분 극복이 가능하지만 진짜 불가능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완고한 기존의 관습을 넘어서는 것이다. 제도의 변화, 인식의 변화. 그것에 자신이 없으면 혁신은 포기해야 한다. (걘적으론 그래서 타다의 혁신은 물거품이었다고 생각한다.)



6,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앞날은 바로 그것과의 싸움이라고. 그래서들 가능하겠냐고? 기득권의 반발을 뚫어낼 수 있겠냐고? 의심하고 회의적이었다. 그건 마치 신진사대부가 민본에 입각한 나라를 새로 세우겠다 선언하는 것 같은 일이다. 그래서 억압받는 대중은 환호했지만, 권력의 생리를 아는 이들은 '웃기고 있네' 볼펜을 떨어뜨리며 코웃음을 쳤던 것이다. 자, 누가 그것에 철퇴를 날릴 것인가?



7,

누가 혁명을 이끌까? 마법사가 보기에 지금 이 업계를 이끌고 있는 분명한 리더십은 단 두 명이다. 사토시 나카모토와 비탈릭 부테린. 한때 댄도 이 반열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끝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원리만 던져놓고 사라져 버렸다. 그것이야말로 강력한 리더십이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아니, 없다. 부테린은 전면에 나서서 이더리움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다. 아직까지는 타협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곧 현실과 조우하게 될 텐데, 기득권의 타겟이 될 텐데. 그의 대응이 궁금하다. (리플 털리는 걸 본 댄은 꽁무니를 뺀 듯한데 말이지)



8,

어쨌거나 우리는 스팀잇. 여기 스팀잇의 리더십도, 없다! 대륙인에게 그걸 기대할까? 그에게는 자신의 것들이 넘친다. 스팀잇은 어디까지나 그것들을 잘 활용하기 위한 조커일 뿐이다. 그러니 기대는 금물이다. 그래서 스팀잇. 창조자들에게서도 버림받은 스팀잇은 고아가 되어버렸다. 가까스로 입양이 된 듯하나 역시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낳아준 아버지는 넌 입양 갔으니 내 자식이 아니라며 적자는 하이브라고 선언을 한 듯 하다. 그렇지, 대륙인에게 입양된 옛 자식 담벼락에 구차하게 뭘 쓰겠는가. 괜찮다 망해가는 것들끼리 뭔들.



9,

그러나 그래서 버려졌기에, 내팽개쳐졌기에 스팀잇은 흥미롭다. 호시기 두마리 치킨으로 조촐한 쫑파티를 하면서 시청한 '나의 아저씨'. 음.. 뭔가 포기하고 있던 열정이 되살아나는 걸 느꼈다. 마음과 뜻과 정성이 통하는 커뮤니티. 그것의 가능성. 그래서 시작한 [스팀시티],



10,

초반에 파리들이 엄청 꼬였다. 인간들, 한 눈에 봐도 알만한 인간들이었다. 어떤 인간들이냐고? '하다 말 인간들', '궁극적으로 도망쳐버릴 인간들'. 이걸 어떻게 털어내지? [스팀시티]의 시작에서 마법사가 모든 초점을 모아 집중한 것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일이었다. '계속할 인간들'과 '어떤 압박과 지루함에도 굴하지 않고 지속할 동지들'을 찾는 일.



11,

선수들 간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 '이 바닥에서 10년 이상 머물 사람이 아니면 거래하지 말 것.' 인연이라는 게, 거래라는 게,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은 손해여도 언젠가는 보답으로 돌아오고 또 내가 손해를 입기도 하지만 손해를 끼치기도 하고. 그렇게 호혜의 법칙에 따라 상호작용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세계이다. 그건 모든 업계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대전제이다. 분위기를 흐리는 건, 어중이떠중이들이다. 장돌뱅이들이다. 잠시 왔다 금방 사라질 인간들이다. 그들을 가리는 것이 거래의 기본이다. 그래서들 그렇게 입문식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다. 몇 달 치 매상은 그냥 깔고 가는 게 불문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너랑 나랑 얽혀야 하니.



12,

그런 불문율이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곳 중 하나가 정치권이다. 백로야 까마귀 노는 곳에 가지 마라. 너 그러다 다친다. 검댕이 묻힐 생각이 없는 백로는 까마귀 노는 곳에 얼씬할 이유가 없다. 검댕이란 결국 너도 나도 똑같은 놈이 되는 거다. 그래야 나도 살고 너도 살고, 내가 죽으면 너도 죽으니까. 그걸 깨는 일은 흰 두루마기로 온몸을 무장하고 까마귀 밭에 뛰어들어서 허연 가래침을 마구 투사하며 그들을 하얗게 계몽하는 일이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다. 검댕 한 방울만 튀어도 넌 뭐 묻은 놈이 되는 거니까. 구원의 방법은 단 하나다. 까마귀 밭으로 뛰어 들어 온 몸이 새까맣게 되더라도 그들을 모두 끌어안고 자폭하는 거다. 악을 척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선이 사라지는 거니까.



13,

언젠가 어떤 젊은 정치인이 마법사에게 그런 얘기를 했다. "정치판에 진리처럼 떠도는 말이 있는데 마법사님 그게 뭔 줄 아세요? 누군가 대통령이 되려면 이 사람을 대통령 만들어야겠다 결심한 5명의 동지가 있는지 세어보라고." 그러면서 그는 손가락을 접으며 세기 시작했다. 마법사를 거론하며 손가락 하나를 접길래 마법사는 속으로 생각했다. '미친 새끼, 내가 언제 너 대통령 만들겠다 했냐. 너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했지.' 아이러니 한 건 5명의 동지를 세던 그는 정작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고싶다와 대통령이 될 것이다는 엄연히 다른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꼽은 5명은 그가 정치판에 데뷔하자마자 모두 신기루처럼 그의 곁에서 사라졌다. 자신조차 믿지 않는 자와 함께 할 동지는 없다. 그리고 그 정치인은 자신의 불신을 따라 마법사가 가르쳐 준 길과 정반대로 가더니, 다음 선거에서 영락없이 낙선했다. 마법사가 가르쳐준 길에서 어부지리로 그 대신 당선된 이는 요즘 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듯하니 인생 참 묘하다. (그리고 그 젊은 정치인은 자신의 불신을 따라 정치를 관둬버렸다.)



14,

대통령도 5명의 마음만 얻으면 된다. 그러나 살면서 단 한 명의 마음도 얻기 어렵다. 여기서 기술자들의 한계가 드러난다. 그들은 누구를 설득할 줄 모른다. 누군가의 마음을 살 줄 모른다. 기술의 세계는 투입과 산출이 명확하다. 잘못은 계산에 있는 것이지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다. 블록체인의 세계는 계산의 세계인가? 마음의 세계인가? 5명의 마음만 얻으면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데 블록체인은 몇 명의 마음을 얻어야 할까? 단 한 명, 동업자의 마음도 얻지 못하는 리더가 블록체인의 리더십으로 자리 할 수 있을까?



15,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스팀잇에서 태동했다가 사라졌다. 물론 [스팀시티]와 헌트팀처럼 순항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누군가 여기서 무언가 하고자 하거든, 아니 여기가 아니라도 어떤 블록체인/암호화폐의 업계에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크고자 하거든 마음을 사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동업자의 마음을 사고, 직원들의 마음을 사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고. 그래야 팔 수 있다. 너가 먼저 사야 팔 수 있다. 호혜의 법칙이다. 너가 샀으니 그들도 사는 것이다. 마음을 사는 일, 그것은 매우 단순하다. '계속하는 것'이다. 하겠다고 한 일을 '계속해나가는 것', '계속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손해도 감수하고 소통도 멈추지 않는 것'. 이것이 [스팀시티] 리더십의 기준이다. 사람들은 그것에 마음을 연다.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결별한 사이에도, 누군가 같이하기로 한 그것을 나 없이도 제자리에서 열심히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열리는 것이다. [스팀시티]를 시작하며 파리처럼 꼬여 드는 이들의 눈빛에 온라인 커뮤니티의 고질적인 그것이 보였다. '건드려 봐, 난 여차하면 사라질 거니까.' 고약한 마법사가 가만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건드리자마자 모두들 '휘리릭~' 사라져 버렸다. 또 누군가 들은 가만 두었더니 제 풀에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이런, '휘리릭~'은 마법사의 시그니쳐인데. 정작 꺼져주길 바라던 그들의 마법사는 아직까지 남아있고, 영원할 것처럼 굴던 그들이 도리어 '휘리릭~', '스르륵~' 사라져 버렸다. 차라리 싸움이라도 걸지, 전쟁이라도 선포하지. 다 받아주었을 텐데.

걱정마라, 그대는 아니니까. 사라진 그들은 이 글 볼 일이 없으니.



16,

계속하는 사람들을 찾아라. 여기서도, 업계에서도, 투자판에서도, 인생에서도. 하다 말 사람을 가려내라. 어떻게 가려내냐고? 그건 계속하는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 계속하다 보면 알게 된다. 옆에 누가 남아있는지. 누가 아직도 하고 있는지.



언제나,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로써

휘리릭~







[코인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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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님, 글에 내공이 많이 느껴집니다. 배울 점이 많네요~ 인사이트 있는 글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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