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여름] 직관의 징검다리

in #stimcity3 years ago

사진166.jpg



프랑스에 도착한 20세기 소년은 백신을 맞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당황스런 소식을 전했다. EU국가들은 외국인에게 백신을 접종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프랑스에서 백신을 맞으려던 20세기소년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뉴욕에라도 날아갔다 와야 하려나.



이쯤이다. 이런 시점에 많은 사람은 후회를 한다. '그것 봐, 여기 괜히 왔어. 그냥 살던 대로 살걸' 하고 말이다. 물론 20세기소년은 프랑스에 백신을 맞으러 간게 아니다. 사랑을 찾아, 꿈을 이루기 위해, 운명을 살기 위해 떠나는 길에 당연히 장애물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극복하는 의지는 어디로부터 나올까?



프랑스에서는 음식점이나 상점에 들어가려면 백신 접종완료를 증명하는 보건 패스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게 싫으면 3일마다 한 번씩 코를 찌르고 음성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코를 찌르는 것도 그렇지만 그게 유료라 매번 검사를 받을 때마다 25유로, 한국 돈 3만 5천원을 내야 한다니 그게 한 달이면 도대체 비용이 얼만가? 프랑스까지 가서 공원만 배회하다 올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에 사람들은 방법을 찾기보다 후회부터 집어 든다. '그러게 이럴 줄 알았어. 내가 오고 싶지 않더라니.' 왜 갔을까? 가고 싶지 않을 길은 가지 말아야지. 왜 가고 후회하는 걸까? 그런 이들을 참으로 많이도 떠나보냈다. 가기 싫은 사람은 돌아가야지. 가도 된다. 후회하는 사람은 붙잡지 않는 법이다. 덤터기를 씌우고 싶을 테니.



마법사는 틀린 길을 자주 간다. 직감에, 직관에, 이 길이 아니다 싶을 때도 이미 선택한 길이면 돌아 나오지 않고 끝까지 가 버릇 했다. 그리고 확인한다. 역시 틀린 길이었어. 누가 마법사에게 어떻게 직관어를 익혔냐고 물으면 8할이 틀린 길을 끝까지 간 끝에 배우게 되었다고 답을 하곤 한다. 틀린 길을 끝까지 가는 것. 막다른 길을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것. 그러나 내 선택을 끝까지 존중하는 것은 매우 확실한 훈련의 방법이다. 매번 역시 직관이 맞았다는 걸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알게 되는 것은 어떤 틀린 길도 틀린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끝까지 간다면 말이다. 그것에는 마법의 중요한 법칙 중 하나인 투스텝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10년 전쯤, 오스트리아의 스왈로브스키 뮤지엄에서 이상한 다리를 건넌 적이 있다. 다리의 이름은 '직관의 징검다리'. 계속읽기☞









20세기소년에게서 일단 병원으로 쳐들어가기로 했다는 소식이 왔다. 그리고 쳐들어간 20세기소년은 어이없게도 여권만 내미니 외국인도 무료로 백신을 접종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구였을까? 어디로부터였을까?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정보는, 도대체 어디로부터 나온 것이었을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고 틀린 길을 확인할 때까지 틀린 길이 아니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기까지 어떤 길도 막다른 길이 아니다. 심지어 그것을 넘어서는 사람, 뚫어내는 사람도 있다.



20세기소년은 진격 중이니 쳐들어가는 일은 당연하다. 머뭇거리며 근심을 쌓는 일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그런 그가 자랑스럽다. 막다른 길일 거라며 두려움 속으로 떠나간 모든 이들이 남기고 간 아쉬움을 매번 해소해 주니 말이다.



마법사의 삶에는 가보지 못한 어떤 이들의 투스텝이 산처럼 쌓여 있다. 때로는 저 혼자 투스텝을 살아내고 주인과 상관없이 자신의 결과물을 증명해내는 운명도 있다. 다른 주인을 만나 계속읽기☞









낙망하지 않고 쳐들어가 준 20세기소년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거짓 정보에 놀아나지 않은 그의 꿋꿋함에 경의를 표한다. 덕분에 돌아서 후회하던 모든 평행우주 속 쫄보들의 낯짝을 부끄럽게 할 수 있었다. 마법사의 마음은 여전히 외롭지만 말이다.



손님이 없어 허망해하는 우리에게 20세기소년은 자주 말한다. 펍의 시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그건 그대에게도 그렇다. 무엇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리고는 여지없이 예상치 못한 시간에, 순간에 손님이 찾아온다. '아직 끝난 건 아니죠?' 하고 말이다. 그래서 마법사는 오늘도 기다린다. 아직 마법사의 인생이 끝난 게 아니니까. 외로운 밤을 지새우더라도.






Sort: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5
JST 0.027
BTC 60244.17
ETH 2333.72
USDT 1.00
SBD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