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ic Catch] 죽음에 관한 스토리

in #stimcity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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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rdes, France



하루키 : 그리고 이건 제 개인적이 가설인데, 아사하라가 내놓은 이야기가 그 사람 자신을 넘어서버리는 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야오 : 그게 바로 스토리의 공포입니다. 스토리가 가진 힘이 그 개인을 초월해버리죠. 그리고 본인도 희생자가 되고 맙니다. 그렇게 되면 더이상 멈출 수가 없어요.

하루키 : 일종의 부정적인 장소에서 생겨나는 이야기도 분명 있긴 합니다. 또한 그것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힘을 가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설가 중에도, 매우 굴절된 열악한 상황에서 뛰어난 이야기를 엮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 출처만 가지고 간단히 논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부정적인 성향이 어떤 현실적인 측면에서 그 사람을 넘어서버리면, 그것이 어떤 치명적인 요소를 드러낼 수도 있겠죠.

하야오 : 그래서 아사하라도 막판에는 그냥 그만둬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가 없는 겁니다. 히틀러도 그랬을 테죠. 멈출 수 없게 됩니다. 자기가 만든 이야기에 자기 자신이 희생되어버린다. 아사하라야말로 그 전형적인 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지금까지 세간에 죽음에 관한 스토리가 너무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사하라가 한 것처럼 단순한 이야기로도 엄청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겁니다. 옛날에는 죽음에 관한 스토리가 아주 많았어요. 현세란 애당초 힘든 곳이고, 죽은 후에 어떻게 행복해질까, 그런 생각뿐이었죠(웃음). 그래서 신란 스님의 얘기를 듣고 모두 감격한 겁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하나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너무 열심인 나머지, 죽음이라는 것이 맹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상황에 그가 등장하자 젊은이들이 우르르 그쪽으로 몰려가 버렸죠. 이해가 가는 구석도 있어요.



_ 약속된 장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二天十六年 九月二十一日




Unit 027.
Photo by @kyotob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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