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ic Catch] 그런 것이다
핀볼의 윙윙거리는 소리는 내 생활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갈 곳 없는 상념도 사라졌다. 물론 이것으로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에서처럼 '대단원'의 막이 내려지는 건 아니다. 그것은 훨씬 훗날의 일이다. 말이 지치고, 검이 부러지고, 갑옷이 녹슬었을 때, 나는 강아지풀이 무성한 풀밭에 누워서 조용히 바람 소리를 들으리라. 그리고 저수지의 밑바닥이든 양계장의 냉동 창고든 어디든지 좋다. 내가 가야 할 길을 가리라.
나에게 이 한때의 에필로그는 비에 젖은 베란다처럼 아주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것이다.
_ 1973년의 핀볼, 무라카미 하루키
Unit 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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