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ic Catch] 존재의 평형성

in #stimcity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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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ledo, Spain



하지만 인생의 어떤 종류의 유예기간 비슷한 것을, 우리는 둘이서 조용히 공유했다. 그것은 나에게도 오랜만에 편한 나날이었다. 우리는 부드럽게 서로 껴안고,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녀를 위해 요리를 만들고, 생일에는 선물을 교환했다. 우리는 재즈클럽에 가서 칵테일을 마셨다. 우리는 말다툼 한 번 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끝나고 말았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필름이 뚝 끊어져 버리듯 끝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녀가 떠나가 버린 것은 내 안에 예상 이상의 상실감을 가져왔다. 얼마 동안은,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이 공허하게 느껴졌다. 나는 결국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 모두 하나둘씩 떠나가 버리고, 나만이 연장된 유예기간 속에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었다. 현실이면서도 현실이 아닌 인생.

하지만 그것이 내가 공허함을 느낀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마음 밑바닥으로부터 그녀를 요구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녀를 좋아했다.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이 좋았다. 그녀와 둘이 있으면,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평온한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녀를 요구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사라지고 난 불과 3일 뒤, 나는 그 사실을 분명히 인식했다. 그렇다, 결국은 그녀 옆에 있으면서 나는 달 위에 있었던 것이다. 옆구리에 그녀의 젖가슴의 감촉을 느끼면서도 내가 진심으로 찾고 있었던 것은 다른 그 무엇이었던 것이다.

나는 4년이 걸려 어떻게든 스스로의 존재의 평형성을 되찾았다.



_ 댄스 댄스 댄스, 무라카미 하루키



二天十八年 十月五日




Unit 156.
Photo by @kyotob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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