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반려견과 이별…“사랑했노라, 해피엔딩 가는 길 찾을게”
“죽은 개와 우리의 관계는 사실 개가 살아 있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자신의 개를 사랑할 수 있고, 개 덕분에 웃을 수 있습니다.”
20살 반려견 ‘풋코’를 떠나 보낸 뒤 만화가 정우열씨는 이렇게 썼다. 반려견
을 잃은 상실감에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 ‘육신은 더는 존재하지
않지만, 자신 안에 “스며들어 남아 있는” 풋코에게 다짐했다. “개를 사랑했노
라, 그러길 참 잘했노라. 내가 찾을게, 그런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을.”
제주에 사는 정 작가는 그동안 나이 든 반려견과의 일상, 다양한 동물·환경
문제를 웹툰 ‘노견일기’에 담아왔다. 그가 2018년~2023년 온라인에 연재해
온 이 작품은 최근 13권의 단행본으로 완간됐다. 비슷한 시기 시사잡지에
연재했던 에세이를 엮은 책 ‘반려인의 하루’(공저)도 지난달 출간됐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지 3년, 그는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을 잘 찾고 있을까.
“갯과 동물의 둥글면서 뾰족한 주둥이와 그 끝에 맺힌 까맣고 촉촉한 코”만
봐도 떠나보낸 개가 그리워 욱신거리던 마음은 좀 나아졌을까. “이제 조금
적응이 되어갑니다.
초반에는 개가 없는데도 ‘집에 빨리 가야 한다’라는 조바심이 들었는데, 지금
은 집에 나갔다가 계획에 없던 외박을 하기도 해요.”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로
워진 것은 아니다. 비록 내 개는 떠났지만, ‘개가 없진 않다’. 반려견의 죽음
이후, 그는 이렇게 도움이 필요한 개를 보호하거나 유기견 입양을 돕고, 자리
를 비운 친구들의 개를 돌봐주고 있다.
“펫로스(Pet Loss, 죽음 등으로 인한 반려동물과의 헤어짐)를 겪은 사람이야
말로 가장 좋은 펫시터(반려인이 부재한 동안 동물을 대신 보살피는 사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사실 이런 활동은 전작인 ‘노견일기’의 첫 에피소드
에도 등장한다. “세상에는 말이야, 개를 능숙하게 잘 돌보지만 자기 개는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좀 필요한 거 같아.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펫로스클럽’에는 그가 이런 돌봄 활동으로 만난 여
러 개의 사연이 그려진다. “지금은 소문이 나서 문전성시입니다.” ‘펫로스클
럽’은 작가가 만나게 되는 개의 사연과 더불어, 그가 극 중에서 그리는 만화 ‘상
실의 잠수교실’이 번갈아 등장하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전에는 제가 더 빛나는 창작물을 만들
거라 생각했거든요. 내 최고최선은 무엇일까. 거기까지 가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다시 만화를 그리게 됐어요.” 그렇게 다시 펜을 잡고 ‘펫로스클럽’
을 시작하게 됐다.
돌고 돌아, 그는 다시 같은 질문에 도달한다. ‘반려동물을 몹시 사랑했다, 그래
서 그들이 떠나자 결국 불행해졌다’는 어딘가 잘못된 결론이 아닐까. 이미 그는
답을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사랑하는 거랑 비슷하지 않나요? 어떤 사랑이든
결국은 이별로 끝날 걸 알지만 그래도 우리는 다들 사랑을 하고 마음을 내어 주
면서 살잖아요.”
본문 이미지: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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