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우리글 이벤트 580. 정답 발표.

in #steemzzang1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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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심하게 부는 아침이 지나고 오후부터 내린다는 비가 오후가 되자마자 내립니다. 모처럼 산에 간다고 좋아하던 사람들도 한 풀이 죽어 비맞은 모종처럼 축 처져 있습니다. 비바람을 못 이기고 처지다 못해 늘어진 자리에서 그대로 꽃잎을 떨군 작약이 이제 몇 잎 남지도 않았는데 또 비를 맞고 있습니다.

느티나무는 멀건히 서 있다 머리끄덩이를 잡히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좀 정신이 드는 듯합니다. 산딸나무도 아직 벙글지 않은 꽃망울에 빗물을 하나씩 달고 영문도 모르고 좋아라 하는 모습이 겨우 다섯 살에 시집가던 새색시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다섯 살 배기가 부모를 모두 잃고 작은 아버지에게 얹혀 살게 되자 양반 집이라는 한 마디만 믿고 시집을 보냅니다. 그래도 낭자를 얹고 관례복 차림이 좋아 시집이 무언지도 모르고 가마에 올랐다고 합니다. 가마에서 흔들리다 보니 어느새 시집 마당이고 절을 하라고 해서 절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아서 어쩔줄 몰랐습니다.

해질녁이 되자 작은아버지를 졸라 이제 그만 놀고 집에 가자고 합니다. 마침 갓 깬 병아리가 있어 몇 마린가 세어 보라고 해서 손가락을 꼽으며 세어보다 밤이 되었고 작은 아버지는 이미 친정으로 돌아간 뒤라고 합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늦게 온다는 비가 몇 시간 당겨 온다고 세상이 달리지는 건 아닙니다. 출렁 출렁 살다보면 어느 새 훌쩍 지나왔습니다.


정답은 공술, 십 입니다.


‘공술 한 잔 보고 십 리 간다’
공술에는 어지간한 수고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공짜를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요즘에 와서 공짜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되었지만 예전에는 공짜처럼 좋은 게 없었습니다. 더욱이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시절에는 밥 한 그릇이 아쉬어 어디서 공밥을 먹을 일이 생기면 사발농사라고 했습니다. 밥 한 끼가 한 해 농사에 비교 될 정도였습니다.

거기에 공술이라니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경사입니다. 그 뒤로 이어지는 공짜들이 꽤 있습니다. 바로 공짜 구경입니다. 싸움 구경, 불구경이야 남의 좋지 않은 일을 즐기는 것이지만 60년대 쯤에는 약장수도 많았고 조금더 규모가 되는 약장수가 하는 가설극장이 있었습니다.

허름한 건물도 아닌 천막 같은 거적으로 막고 하는 극장이니 웬만한 남자애들은 얼마든지 뚫고 들어가 연극이나 영화를 보았습니다. 다음날 학교에서는 침방울 튀기며 무용담을 늘어놓는 아이들은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고 그 친구의 눈은 빛났습니다. 공부로는 무시당하지만 공짜 구경이나 참외서리 때만 되면 많은 아이들이 그 친구 주변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아마 그때 그 친구들이 성장해서 공술 좋아 십리를 따라가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입니다.

  • 정답자 선착순 10명까지 1steem 씩 보내 드립니다.
  • 반드시 댓글에 번호를 달아 주시기 바랍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581회에서 뵙겠습니다.

대문을 그려주신 @ziq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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