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여행 | 우유와 생크림, 휘핑크림은 뭐가 다를까? | 진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는 이런 것?

in #springfield7 years ago (edited)

오랜만에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나 해먹을까 싶어서 룸메이트에게 생크림과 베이컨을 사오라고 부탁하자 우유는 안돼? 냐고 물어 옵니다. 응, 생크림이여야 해. 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왜더라? 우유는 묽고 맛도 약하니까? 으음..정확하게 우유와 생크림의 차이를 쉽게 설명해줄 수 없더라구요.

한국에서 일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중 한 곳에서는 까르보나라를 만들 적에 생크림과 우유를 섞어서, 다른 한 곳은휘핑크림을 이용했어요. 그러고보면 우유만으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유를 졸인 후 버터와 함께 사용하면 어느정도 농도도 낼 수 있고 맛도 진해질테니까요. 물론 진짜(?) 까르보나라에는 우유나 생크림같은 것은 전혀 들어가지 않지요. 별도의 소스 없이 치즈(페코리노 혹은 파르마잔이나 그라노파다노)를 듬뿍 갈아 넣어서 달걀 노른자로만 코팅시켜 내어놓는 것이 원조 이탈리안 까르보나라 Spaghetti alla Carbonara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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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든 저에겐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어야할 '우유와 생크림의 차이' 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반성하며 오랜만에 다시 책《Food and Cooking》을 폈습니다. 게다가 휘핑크림과 생크림은 또 뭔 차이일까요.

● 우유와 생크림, 그리고 휘핑크림의 차이

유지방률의 차이

우리가 알고 있는 우유와 생크림의 모태가 되는 '젖' 에는 젖당(락토스), 유지방, 유단백질 등이 함유되어 있는데 우유와 생크림(이하 크림)을 구분하는 데는 '유지방' 의 역할이 크지요. 간단히 말해 우유와 크림의 차이는 지방방울의 갯수 즉,'지방의 농도' 에 있거든요. 언뜻 봐도 크림이 우유보다 농도가 진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는 지방 비중이 3.5% 정도인 우유에 비해 크림의 경우 평균 20~50%나 되기 때문입니다.

우유에서 크림을 분리

우유를 하루정도 상온에 보관하면 표면에 크림막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우유 속 수분보다 가벼운 지방방울이 뭉친 것이고 이것이 바로 크림의 시초입니다. 원심분리기가 개발되기 전에는 이런 자연적인 중력의 법칙으로 크림을 분리시켜 내었지요.

소스에 미치는 영향

지방비중 만으로도 크림 쪽이 농도가 진한 소스를 만들어내기 쉬우며 단백질과 지방의 비중이 비슷한 우유와 달리 지방이 단백질의 10배의 비중을 차지하는 크림은 분리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방 방울이 적은 우유나 묽은 크림을 소스에 넣었을 경우에는 분리 현상이 생깁니다. 여기서 분리 현상이란, 소스나 드레싱이 잘 섞여있지 않고 기름/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생각하시면 돼요.

휘핑크림 Whipped Cream 의 원리

크림은 농축된 지방 방울들 덕분에 쉽게 부풀릴 수가 있지요. 생크림케잌에의 생크림이 바로 크림을 거품기로 저어 고체화된 휘프트 크림/윕 크림(Whipped cream; Whip 은 휙휙 젓는다는 뜻, 즉 저어서 만들어진 크림)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이 크림을 만들기 좋은 크림에 '휘핑크림' 이라 이름을 붙여놓은 것인데요. 우유는 약 3.5%, 생크림은 약 18%, 휘핑크림35%** 가량의 지방을 함유하고 있어 지방률이 높은 휘핑크림이 거품을 더 빨리, 조밀하게 형성하는 것이지요.

참고로 크림이 고체화 됐는데 휘젓기를 계속하면 거품이 터져 흘러내리게 되고, 크림을 저을 때 온도가 살짝만 올라가도 거품의 무너지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따라서 휘젓기를 하는 동안 크림을 차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냉장고에서(냉동실X) 크림과 믹싱볼을 미리 차게 해두거나 크림을 넣고 휘저을 때 믹싱볼 아래에 얼음을 깔아둔 다른
용기를 받쳐 두시면 됩니다.

Tip: 크림을 약한 산성으로 만들면(크림1Cup:레몬쥬스1tsp) 휘프트크림 만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진짜 까르보나라 스파게티 만드는 법!

이번 포스팅의 사진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중 이탈리아 친구들이 해준 까르보나라 스게티를 찍은 것입니다. 만드는 법이 어찌나 간단한 지 툭하면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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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 달걀, 베이컨, 스파게티면, 단단한 치즈, 후추

사진에 보이시는 것 참고하시면 됩니다. 원래는 판체타(Pancetta, 삼겹살을 절여 만든 이탈리안 생햄)를 쓰지만 염지된 돼지고기라면 상관없습니다. 단단한 치즈란 파마산/그라나파다노 등을 말합니다만 구하기 어려우면 생략! 오늘 소개해드리는 까르보나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한 방법이라는 점 참고해주세요 :-)

①달걀은 노른자만 분리해 따로 놓습니다. 1인 1노른자로 하되

크기나 취향에 따라 가감하셔도 됩니다.

②노른자에 파마산 치즈를 갈아넣고 섞어줍니다.

치즈양은 1인 반컵이상, 아래처럼 생긴 치즈를 강판에 갈아주시면 됩니다 :D


by Tuscookany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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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이달걀 노른자와 치즈를 섞은 것, 이것이 까르보나라의 소스가 되겠습니다! 위 사진은 약 10인분 양입니다. 이 곳에 미리 후추를 갈아 넣고 섞어 두셔도 무방합니다.

소금 한소큼 넣고 끓인 물에 스파게티면을 넣고 익혀주세요!

물에서 짠 맛 나야해요. 그래야 면에 간이 고루 배거든요. 제품상자에 적힌 것보다 2분 덜 삶으셔야 면이 씹히는 맛이 좋습니다.
※스파게티 면을 얼마나 넣어야 할 지 모르시겠다면 아래 그림을 참조해 주세요! 면을 한 데 모아 움켜쥐었을 때 단면적이 50원크기 정도라는 말이지요. 제가 쓰는 다른 방법은 사진이 없는 관계로 다음에 알려드릴게요 :D


출처 https://forum.bodybuilding.com/showthread.php?t=113769961

④베이컨을 취향껏 작게 썰고 사이즈가 넉넉한 팬 위에 기름을 두르고 볶습니다.

집에 있는 기름 쓰셔도 되고 느끼한 맛을 원하신다면 버터를 쓰셔도 좋지만 이탈리아에 사람들은 역시 올리브유을 즐겨 쓰지요. 사이즈 넉넉한 팬을 쓰는 이유는 그 위에 스파게티면을 살짝 버무려줄 거기 때문입니다.

⑤베이컨이 지글지글 익고 스파게티면도 익었다면 면을 건져서 팬 위로 옮겨주세요.

이때 냄비의 면 삶은 물을 두세스푼 남기고 버립니다. 단, 냄비는 그대로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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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팬 위에서 면과 베이컨&베이컨기름을 골고루 버무려준 뒤 냄비 안에 도로 투하!
⑦처음 만들어둔 달걀소스를 함께 넣고 빠르게 비벼 줍니다!

위에 사진 보이시나요. 냄비가 너무 작아서 달걀에 버무리다가 스파게티 면 다 끓고 난리났네요 :D 이렇게 하는 이유는? 뜨거운 팬 위에 달걀물을 바로 부으면 달걀이 익어버려서 그렇습니다! 면을 접시에 옮긴 뒤 달걀소스를 뿌려 섞어주어도 되지만 면이 식기 전에 코팅을 해야 하기에..
그렇게 완성된 것이 아래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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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니들이 알아서 해!

비주얼이 왜 이러니ㅎㅎㅎ 이게 바로 우리가 라면 끓여먹듯이탈리아 사람들이 집에서 해먹는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랍니다 :D 집에서 먹듯 차례대로 먹을만큼 덜어 먹습니다. 와 생김새는 정말 볼품없는데 왜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는지!? 눈치보면서 계속 덜어 먹었어요 :D 따로 소금을 따로 뿌리지 않아도 워낙 햄이 짭짤하니 간이 정말 잘 맞아요. 하루에 7~8시간씩 걷다보니 이런 고칼로리가 몸에 쫙쫙 받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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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연락하고 지내는 순례길, 길동무들입니다. 발걸음이 비슷한 친구들끼리 이렇게 동고동락하며 정을 많이붙였네요.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ago)에 관한 포스트는 천천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이 4000장 가까이 되더라구요. 29일동안 스페인 북부 약 780키로를 걸었던 이야기입니다.

처음으로 요리에 관한 글을 썼습니다.

날 것의 사진들과 함께 ㅎㅎㅎ :D 앞으로도 종종 요리와 음식에 관한 이야기로 찾아 오겠습니다. 그러려면 저도 더 공부를 해야겠지요 :-)

요즘 스팀잇만 붙들고 싸우느라; 크리스마스가 오는 줄도 몰랐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한여름이라 크리스마스나 연말 기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요, 12월 24일과 31일엔 어김없이 온가족이 모여 바베큐 파티를 한답니다. 각지에 계신 스티머분들도 모두 즐거운 연휴 되시고 한해 마무리도 잘 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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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보나라 정말 맛있겠네요. 순례길도 다녀오셨다니 기대됩니다. 오늘 이벤트 마지막 응원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게요. 뉴비 끝나기 전에 다시 신청해주세요
/ [Curating #7] kr-newbie 지원 프로젝트(12월 3주)

다니님 :D 덕분에 보상도 받고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 일주일을 불태웠네요 ㅎㅎㅎ 이곳 현재 오전9시인데 이거 쓰느라 밤샜지 뭐예요! 자려다가 그래도 이벤트 마지막날인데 싶어서 ^^; 그동안 정말정말 감사했어요! 의지할 데 없는 뉴비에게 큰 응원과 기폭제^^가 되어주셨어요.

비록 페이아웃이 끝난지 24일이나 지났지만..
이렇게나 상세한 포스팅에 보팅없음이 아쉬움에 tip! 0.4 를 불러봅니다 ㅎㅎ

전에 요리에 취미 1도 없던 사람으로 수플레를 너무나 맛있게 먹었기에 도전을 해봤더랬죠.
결론은 전동 쉐킷쉐킷 없이 손으로 머랭을 치다가는 팔이 빠질 수 있다는 사실 하나와 정말 빨리빨리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러한 연유가 스필님 포스팅에 고스란히 나와있네요..

그래서 나의 수플레가 그모냥이었는지 ㅠㅠ

여튼.. 이탈리아 전통 까르보나라 스파게티가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어지는지 정말 몰랐네요.
이건 그래도 쉬워보이니 함 시도해볼까 싶은 생각이 ㅎㅎ

그나저나.. 사진에 계란 노른자가 너무 예뻐보인다는
저만 그런가요? ㅎㅎ

소철님! 정말로 찾아와 주셨군요 :-) 잊혀진 포스팅에 이리 숨결을 불어 넣어주시니 감사합니다. 머랭을 손으로 직접 치시다니 소철님이 드셨던 수플레가 정말 맛있었나봅니다! 그런데 도대체 직접 만드신 수플레가 어떤 모냥이 되었길래 눈물을 흘리시나요 ㅠㅠ

전통(!)까르보나라는 정말 만들기가 간단해서 요리하기 귀찮을때 종종 해먹는답니다. 그런데 자칫 노른자가 익거나 비릴 수도 있으니 쬐끔 주의가 필요합니다 :-) 우리입맛엔 좀 느끼할 수도 있으니 마늘 몇톨 빻아서 뙇! 넣어주셔도 좋겠네요. 지금보니 사진의 노른자가 정말 실하군요!! 마치 황도같습니다 ㅎㅎㅎ

한국은 늦은 시간인데 소철님께서 제 지난 글에까지 요로코롬 방문에 댓글까지 달아주시니 저는 기분이 업!업! 되어 하루를 잘 보내겠습니다! >ㅁ<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까르보나르 .... 노른자로 하는것을 보긴 했는데 실제로 이렇게 한걸 먹어보고싶네요 ..

한국인이 좋아하는 국물소스(?)가 없어서 뻑뻑하실 수도 있지만 꼬소한 맛이 있어 즐겨 먹는답니다. 만들기 어렵지 않으니 직접 해보시는 건 어떠신지? +_+

저도 까르보나라 좋아하는데 맛있어보여요^^

가끔 먹으면 정말정말 맛있는거 같아요! 고소하고 기름져서 살찌기에도 최고 :D

안녕하세요 행복전도사 @smartcome입니다.
즐거운 토요일밤입니다~^^ 와 저라면 저거 3그릇 먹을 수 있을것같아요~~~
배고프네요 ㅠㅠ

원래 이런말씀 안드리는데 오늘 제가 구세군을 돕기위한 길거리 버스킹을 하고왔는데 영상을 올려놨으니 오셔서 따듯함 한번 느끼고가세용~
곡명은 긱스-officially missingyou입니다^^

@smartcome 님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심을 자주 느낍니다 :-)
저도 3그릇 먹었어요 ㅎㅎㅎㅎ 노래 들으러 갈게요!

전통까르보나라... 한국인에 입맛에 안맞죠 우리나라에서 먹는 까르보나라가 미국으로 갔다가 우리나라로 와서 소스도많고 묽고...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 한국인들 입맛이 다양해져서 시도할만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까르보나라가 미국으로 갔다가 우리나라로 왔다는 이야기는 처음듣네요?

다같이 요리하는 모습이 굉장히 즐거워보입니다 ㅎㅎㅎㅎ
저도 원래의(?) 까르보나라를 먹어본적이 있는데 그것 또한 전 맛있더라구요~
알려진 비쥬얼과는 다르지만요!!

@heejae 님 안녕하세요 :D 함께 걷고 먹고 마시며 정말 가족처럼 지낸 친구들이라 아직도 저 때가 종종 그립답니다. 근데 비주얼이 안습이죠? ㅎㅎㅎ 요리사들도 아닌데 자기 나라 음식 먹여주겠다고 싼값에 속성으로 해주다보니 ㅎㅎ 그런데 생긴거랑 다르게 맛있어서 놀랐어요!

왜요~~~~~~~ 안습정도는 아닌데요 뭘요~ㅎㅎㅎ
일반 가정의 요리같아요!!ㅎㅎㅎ 맛있어다니 더욱 훌륭합니당!

남이 해주면 먹을 줄만 알지 요리는 1도 몰라서... 뭔가 외계어 같지만... 포스팅에 정성이 가득가득하십니다. 이런 포스팅을 해야 하는데 꼼꼼하지 못해서 늘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나는대로 마구 쓰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ㅅ-
배고파지네요. 생라면이라도 하나 뿌셔먹고 자야하나...

sintai 님 :-) 여긴 우리나라 라면 한봉지에 2~3천원이라 생라면 부셔먹을 생각은 차마 하지도 못한답니다 ㅎㅎ 그리고 전 오히려 sintai 님처럼 생각의 흐름을 읽기 쉽게 쓰시는 분들이 멋지고 부럽더라구요. 짧은 지식과 필력으로 글을 쓰자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자주 놀러갈게요 :-)

광부 음식에서 유래 된 까르보나라라서 광부 얼굴에 묻었던 검댕이들이 음식에 떨어진걸 후추로 표현했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사실일까요. ㅋㅋㅋ

@saloon1st 님, 어쩜 그런것도 알고 계세요? 한 번 알아봐야겠네요. 사실이라면 왠지 너무 예술적인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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