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7] 정두언 의원을 기리며...

in #sct5 years ago (edited)

연어입니다. 3시간 넘게 먹먹하던 가슴을 진정시키며 글을 써 봅니다. 저 자신에 대한 기록이자 소통이라고 생각하고 말입니다.


자정 즈음 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던 길에 정두언 전 의원의 서거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껴야 했습니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고 집에 들어가 포스팅 하려고 생각해둔 내용은 모두 기억에서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제 막 정치 신인으로 발돋움하려는 형님 한 분이 계십니다. 한 번은 소줏잔을 기울이다가 평소 궁금하던 것을 여쭤본 적이 있었습니다.

  • 형님, 나름 차세대 주자라는 많은 정치인들과 일을 해보셨는데, 어느 분과 일했던 것이 가장 마음에 드셨습니까?
  • 정두언이지.

형님은 1초도 망설임 없이 대답해 주었습니다. 제가 그 이유를 묻자 형님은 함께 일해본 정치인들 각각의 장점과 가치를 논하면서 그 중 정두언 전 의원을 매우 높이 평가하였고, 그 모든 것을 떠나 인간적 매력으로서도 정두언이란 사람에게 끌린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제가 정두언이란 정치인을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은 바로 그 때였던 것 같습니다.

형님과 정두언 의원은 시간이 흘러 친한 형님 동생과 같은 관계가 되었었나 봅니다. 형님은 종종 정두언 의원에 대해 얘기해 주었지요.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정치적 꿈..좌절 등등.

  • 나는 정치가 재밌지 않아. 그런데 세상은 나를 편하게 놔두질 않네.
  • 내가 정말 하고 싶은건 가수야. 내게 노래를 부를 때만큼 즐겁고 신날 때가 없어. 정치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그저 노래나 부르며 살 수는 없을까?

제가 형님을 통해 전해들었던 정두언 의원의 이야기였습니다. 뜻있는 일을 이루기 위해 정치 권력의 힘이 필요했고, 실제 걸출한 국민적 스타를 대통령까지 만드는데 일조하였으나 그로 인해 인생 중반기에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던 사람.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형님에게 정치적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많은 배려를 해주던 사람...


일전에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잠을 자기만 하면 가위에 눌리거나 뭔가에 홀리는 듯 하던차에 옛날 여의도는 한 많던 궁궐 궁녀들이 묻히던 곳이라 터가 그리 좋은 곳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미신 같은 얘기라서 흘려 넘겼는데, 어느날 문득 생각해 보니 여의도는 정치, 금융, 방송(연예)라는 세 영역이 공존하는 곳이었습니다. 제가 오싹하게 느꼈던 것은 정치-금융-방송연예란 영역만큼 사람이 자살하고 사건 사고가 터지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정치 권력, 돈과 이권, 인기와 관심... 이 중 두 가지 영역에서 몸을 담았던 이유로 저는 주변 지인들이 자살, 그리고 타살에 가까운 죽음까지 겪게 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만약 연예계에까지 일을 해보게 되었다면 또 얼마나 많은 사연 속에서 함께 마음 아파해야 했을지 모릅니다.

왜 나의 주변에서 이러한 일들이 생겨야 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왜 정치란 영역에서, 그리고 금융의 영역에서 이러한 일들이 생겨나는지 되뇌어 보았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좌절감, 상실감, 그리고 허무함..

때문이었을 겁니다. 이루지 못 한 좌절감.. 거의 다 이루었거나 이루었던 것을 놓아야 했던 상실감.. 그리고 이룬 것에 만족하고 기뻐하기엔 너무나 짧았던 허무함..

사람은 결국 감정의 동물이고, 특히나 공개된 삶을 살거나 많은 이들의 이해 관계 속에서 몸부림 쳐야하는 입장에 있다보면 한 인간을 넘어선 무게와 영향력에 짓눌리고 맙니다. 시작은 그게 아니었는데, 꼭 나쁜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어찌어찌 가다보니 막다른 골목에 서게 된 자신을 보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4년 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새로움에 느꼈던 환희와는 별개로 저의 투자 방식은 매우 단순하였습니다. 그냥 비트코인을 사는 것.. 그것이 전부였으니까요. 그리고 비트코인이 인정받고 블록체인이 생활에 스며들때까지 기다리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마도 노년이 될 때 비트코인 10개 쯤 갖고 있으면 노후 걱정은 없겠다는 순수한(?) 계산뿐이었습니다.

이왕이면 10개 보다는 20개가 더 낫지 않겠냐는 심플한 생각으로 25개의 비트코인을 첫 매수 주문으로 넣었고, 그 때는 코인이란 것을 주문 넣고 사면 지갑으로 들어온다는 경험 자체가 신기했습니다. 그러다 25개 보다는 50개가 더 낫고, 50개 보다는 100개가 더 마음 든든할 것 같아 비트 코인들을 늘려나갔죠.

시간이 흘러 알트 코인들까지 거래할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거래소들이 생겨났습니다. 기존 금융 투자 인프라들이 변환되어 깔렸고 사람들도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스팀잇 까지 알게 되었지요. 블록체인 기반 위에 글을 포스팅하고 평가 받으며 보상을 챙겨가는 곳? 제게는 블록체인이 우리 일상 생활에 스며들고 있다는 가장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저의 블록체인 경험과 코인 투자는 비트코인 거래가 아닌 스팀잇 투자를 전후로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글을 마주할 때마다 사람을 느끼고 사람에 실망하다가도 다시 사람에게서 무언가를 충전해 가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우리의 삶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이 소중한 삶을 행복하게 채워가는데 있어 결코 중심을 잃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공부거리도 되고, 재미도 있고, 자산을 불리는 투자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자칫 길을 잃으면 내 마음의 균형마저 잃게 되는 것이 코인 투자의 세계일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이 곳 역시 똑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 좌절감, 상실감, 그리고 허무함..

저는 좌절감을 이겨낼 수 있는 격려를, 상실감을 이겨낼 수 있는 공감을, 허무함을 이겨낼 수 있는 인정을 서로서로 해주는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기에 가질 수 있는 위험과 약점을 사람이기에 채워줄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들로 가득 차있는 스팀잇과 스팀코인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블록체인을 처음 알게 될 즈음 김명주 전 의원이 운명을 달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아까 접하게 된 정두언 전 의원의 비운까지.. 이 두 분 모두 생을 마감하기 전에 앞서 말씀드린 형님에게 온갖 조언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지요. 자정 무렵 연락을 드렸을 때 형님은 정두언 전 의원에 대하여 개인적인 추모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가슴이 뛰고 걱정이 되었던 것은 이런 아픔이 자꾸 반복되거나 대물림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형님도 차오르는 눈물을 훔치며 글을 쓰셨으리라 생각됩니다.

  • 두언 형님, 어째 요새 사는게 재미 없어 보이십니다. 핸드폰 꺼놓고 지금 바로 딱 일주일만 저랑 여행 한 번 떠납시다. 휴대용 마이크로 신나게 노래 부르면서 말이죠. 형님도 원없이 한 곡조 뽑아 보시죠.

아마도 형님은 이렇게 힘들었던 마음을 살피고 풀어주지 못했던 자신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간엔 왜 정두언 의원이 극한의 선택을 했는지 궁금해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더 생각해 봐야할 것은 왜 우리가 정두언이란 정치인을, 그리고 한 인간을 잃어야 했는가가 아닐까 합니다.

삶의 균형과 행복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한 날이었습니다. 고인의 삼가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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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하우스오브카드에서 읽은 문장이 떠오르네요.

인생의 반을 정치 사다리의 꼭대기에서 보내면 고소공포증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어지럼증이 밀려오기도 한다.

고민의 명복을 빕니다.

정치인도 어찌보면 장인의 길과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시간 갈고 닦아야 비로소 좋은 재목으로 태어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공군 파일럿 한 명을 배출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듯이 사회 전체의 측면에서 보면 훌륭한 정치인 한 명을 키워내기 위해 사회가 들여야 하는 민의와 자원 또한 만만한 것이 아니겠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러게요. 시스템이 정치인을 만들어야 할 텐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당이 좀 더 체계적으로 돌아가야 하고 선거제 개편이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한국 정치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정치인도 소중한 인격과 행복한 삶의 권리를 갖고 있는 사람인데 마땅히 누릴 것을 누리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정치나 금융의 영역 뿐만이 아닐 수 있기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나와 내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챙겼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공감 감사드립니다. 남아 있는 우리가 더 값지게 살아야지요. 이곳 스팀코인판도 그런 삶을 가꿔가는데 일조하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사회에 남은 우리가 더 행복해지고 더 보람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가 어떤 정치적 행보를 걸어왔던 한 명의 사람이고 우리에겐 가깝거나 먼 이웃이었던 분이죠. 어쩌면 스팀잇에 자신의 계정 하나 정도 갖고 계셨던 분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마음이 더 절절해 오네요.

수년 전 세종시의 한 행사에서 선거 출사표를 던지는 정치 후배에게 노래로 응원해주었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특이한 정치인이다 생각했었지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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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에 정두언 전 의원의 노랫가락을 들을 수 있는 영상이 몇 개 올라와 있더군요. 저도 이런 사연을 전해 듣지 못했다면 그냥 한 정치인의 취미 생활이나 홍보 수단이 아닐까 여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수라고 이야기 하는 수구꼴통의 정치놈들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 편인데 정두언 의원만큼은 진정한 보수이었고 정두언 의원에게서 진실됨을 보았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부디 편히 쉬셨으면 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었지만 아는 분을 통해, 또 사람대 사람으로서 많은 안타까움이 들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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