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은독서] ‘가을’- 앨리 스미스
사람의 인연은 묘해서 언제 어떻게 만나고 헤어지는지 모른다.
재직중의 모임은 십 수년의 인연이 무색하게 한번의 여행으로 무너졌다.
개인 색깔이 뚜렷하기가 넘사벽인 사람들이니 다시 엮이기가 쉽지 않을 듯 하다.
미안함도 없지 않다. 조금 더 너그러웠어야 했다. 그러나 만남에 피로가 있으면 지속하기 어렵다.
그런가 하면 소원했던 사람과 더 친해지는 이변이 생기기도 한다.
직업적으로는 아주 불편했어도 퇴직하고 나니 그 사람의 편안한 매력에 빠져 드는 것이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꺼내도 귀 기울여 주는 사람, 자기 관점을 보태에 남들에게 전달하지 않을 사람. 이런 이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각설하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알게 된 몇 분이 계시는데 유유상종이라고나 할까.
어느새 그 분들의 글에 빠지게 되는 나를 보게 된다.
농사 이야기는 뒷전이고 책 읽고 정서를 나누는 분들에게 반한다. 또 소소한 글을 아주 감칠맛 나게 잘 쓰시는 분들도 감탄의 대상이다.
그런 분들 중에 '산책하는 백구'님과 '별하늘'님, 그리고 '박임숙'님이 계시다. 앞의 두분은 글 수준이 상당해서 이미 작가 반열에 오른 분들 같고 언젠간, 아마 조만간 책이 나오지 싶다.
그리고 박임숙님은 삶의 지혜를 지닌 분 같다. 서산에 짱 박혀 지내는 도잠을 반성하게 만드는 기동력을 갖추셨다.
이 책 [가을]은 ‘산책하는백구’ 님의 소개글을 보고 고른 책이다.
가을에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접했다. 흠... 도서관에 와서 검색했더니 아주 상큼한 디자인으로 '봄'과 '여름' 그리고 '겨울'도 있다.(다 읽어야 하나?)
대략 줄거리를 말하라면 엘리자베스라는 소녀가 아주 나이 많은 대니얼 글럭이라는 노인과 우정을 쌓는다는 내용 정도가 되겠다. 그런데
'평생의 친구. 그가 말했다. 우리는 때로 평생을 기다려서 평생의 친구를 만나게 된다.'(p75)
라고 대니얼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오랜 세월 알아 왔다고 그게 진짜 친구는 아닌 것이다.
그러면서 우아한 동성애자 노인 대니얼은 엘리자베스의 지적 체계를 이끌어 준다. 그 중 하나가 그림에 관한 것인데 폴린 보티라는 팝아트 화가에 대한 안내는 소녀가 미술사를 전공하도록 이끈다.
대니얼은 엘리자베스와 산책하며 늘 묻곤 한다.
"뭘 읽고 있니?"
그리고 한발자욱 더 나아가 상상하고 사고할 수 있도록 인도한다. 성장한 엘리자베스는 이런저런 남자와 사귀지만 대니얼을 잊지 않고 있다.
이제 101살이 된 대니얼은 요양원에서 숨만 쉬는 상태가 되었고, 엘리자베스는 엄마 곁으로 돌아와 여자로서의 엄마를 알아가며 대니얼의 병상을 지킨다.
제목이 왜 '가을'인지는.....
대기 중의 냄새, 공기중의 서늘한 기운으로 묘사될 뿐이다. 대니얼이 아직 이승을 뜨지 않았기 때문에 '가을'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언어의 유희가 많은데, 번역본으로는 그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간접적으로나마 유럽 연합의 문제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영국인들의 삶도 꽤나 팍팍하구나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품은 아니나 읽어볼 가치는 있는 작품이었다.
앨리 스미스 / 김재성 역/ 민음사 / 2019 / 14,000/ 장편소설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또 책을 읽고 계시네요~~~ 도잠님은 참…
걍 읽어요. ㅎㅎ
유유상종 맞습니다.
나이 들면 더 그렇게 되어감을 느낍니다.
굳이 내가 왜? 라는 의문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그말이 딱이네요. 굳이 내가 왜?
책읽는 농부님..먼가의 다름이 느껴집니다 흐흐
에잉….. 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