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여행이야기) 금산사, 죽음과 구원의 변증법 그리고 대장전과 미륵전

in #oldstone6 years ago (edited)

김제에 가는 길에 금산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올해 들어 여러 절을 돌아다니면서 제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곳입니다. 며칠전에 양산 통도사, 해남 대흥사, 보은의 법주사를 다녀왔지만 아직 저는 금산사에서 느낀 감흥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래된 건물이나 보물들을 기준으로 따지면 금산사는 그리 특별하다고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굳이 귀한 보물이나 오래된 건물이 아니라도 감동과 감흥을 받을 경우가 있습니다. 금산사는 그 규모면에서는 매우 큰 절에 속합니다. 이 절도 이지역의 다른 절들과 마찬가지로 임진왜란때 모두 불타고 말았습니다. 대부분의 건물들은 그 이후에 지은 것이지요. 제가 이절에 들어오면서 처음에 뭔가 특별한 것을 느꼈던 것은 미륵전 때문이었습니다. 3층으로 지은 미륵전은 어머어마한 위용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목조건물로 미륵전 같은 규모의 3층 건물을 세워 올린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안에는 무지하게 큰 미륵불이 가운데 서 있었습니다. 밖에서는 3층으로 보이지만 안에서 보면 한개층입니다. 건물내부의 위아래가 다 트여져 있는 것이지요. 건물을 3층으로 만든 것은 그만큼 큰 미륵불을 세우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만히 앉아 왜 이렇게 큰 미륵불을 만들었을까 생각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은 특히 미륵불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전라북도와 충청도 지역에 집중된 경향이 있었습니다. 제가 여행을 다니면서 그냥 느낀 것이기 때문에 통계도 없고 근거도 불확실합니다. 그냥 다니면서 느낀 것입니다. 김제의 금산사 미륵전에 앉아서 그 당시 미륵전과 미륵불을 만들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에서 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해버린 절터앞에서 그 당시 사람들을 무엇을 생각했을까요 ? 아마 다시는 전쟁이 없고 괴로움이 없는 세상을 꿈꾸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고통과 괴로움의 현세를 구하러 오시는 미를 부처님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지금 사는 세상이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이를 참고 견디면 미륵 부처님이 오실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제는 곡창지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지요. 그러다 보니 왜군의 침탈도 심했을 것이고 백성들의 고통도 극심했을 것입니다.

어려움과 고통의 크면 클수록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도 더 컸을 것입니다. 아마도 어머어마한 규모의 미륵전을 만들었던 것은 그동안 겪었던 고난과 괴로움이 더 컸다는 뜻 아니었을까요 ?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웅장하고 멋있게 보이던 미륵전의 뒤에서 피눈물을 흘렸던 당시 백성들의 고통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미륵전을 보고 다시 절안을 어슬렁 어슬렁 거리면서 돌아 다니다가 대장전 앞에 섰습니다. 통상 지장전이라고 하지요. 죽은 자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곳입니다. 명부전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대장전이라는 현판을 보고 아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는 의미없는 것이 없습니다. 왜 대장전이라고 했을까요 ? 그것은 미륵전을 3층으로 짓고 고통을 희망으로 바꾸고자 했던 의미보다 더 강렬한 뜻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전란을 겪으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습니다. 아무 죄도 없이 칼맞아 죽고 병들어 죽고 굶어 죽었습니다. 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자니 그냥 지장전이나 명부전이라는 이름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대장전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가까이 가서 대장전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대장선 내부는 다른 절의 지장전이나 명부전과 상당히 달랐습니다. 다른 절에는 죽음의 세계를 담당해서 심판하고 벌을 주는 대왕들이 있습니다. 염라대왕도 그중의 하나이지요. 그런데 대장전에는 그런 대왕들이나 천왕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 왜 죽은자의 죄를 심판하는 대왕들이 하나도 없이 오로지 죽은 자들을 구제하는 지장보살만 한분이 모셔져 있을까요 ?

짐작이 가시는지요 ? 아마 그때 사람들은 시대를 잘못만나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을 심판한다는 것이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사후세계의 심판관을 모두 없애 버리고 오로지 죄를 구제해주는 지장보살만을 모신 것이 아닐까요 ?

이 절을 설계한 분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 또하나 재미있는 것은 대장전과 미륵전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장보살과 미륵불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형국인것이지요. 죽음의 세계와 구원의 세계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지장전과 미륵전이 서로 마주보게 설계한 사람이 누구인가 궁금합니다. 죽음의 세계는 미륵전 보다 훨씬 작은 크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대장전과 마주 서있는 미륵전은 3층의 웅장한 건물입니다. 구원의 세계가 죽음과 심판의 세계를 압도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 이와 함께 죽음을 통해 심판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구원의 세계로 나아간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대장전과 미륵전을 설계한 사람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이자 천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장전앞에 아담한 석등이 있습니다. 그 석등의 구멍사이로 미륵전을 한 번 보십시요. 석등을 대장전 앞에 가져다 놓은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듯 합니다. 가장 어두운 지역의 죽음의 세계에 빛을 밝혀주는 것이겠지요.

죽음과 구원의 변증법적 배치를 해 놓은 대장전과 미륵전은 우리 조상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구원의 열망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금산사의 대장전과 미륵전에 대한 저의 생각이 얼토당토 않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제눈에는 그렇게 읽혔고 저는 그렇게 느끼면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한국 전통건축물 최고의 배치구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이번 가을에는 금산사를 찾아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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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very extraordinary travel,i have to learn a lot from you,really a great article sir @oldstone

Thank you so much

Thank you again sir @oldstone

전에 본 바로는 삼국시대에는 다층 건물이 많았다고 합니다. 다층 건물이 줄어든건 나무가 부족해서라고....

황룡사 9측 목탑같이 어머어마한 높이의 건물들이 있었지요.
고려시대에 들어 전각의 기둥으로 쓰던 느티나무가 멸종을 하기에 이르기도 하구요

아니 절 하나에 이렇게 깊은 뜻이
오늘도 올드스톤님의 지식에 감탄하며 금산사 구경 잘 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느낌이라 다른 분들은 다르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3층 미륵전, 미륵불이 그런 의미가 있을수 있겠군요.
대장전에 지장보살만 있다면 역시, 심판이 없다는 뜻이로군요..앞으로 절에가면 도움이 될듯합니다.
사진 한 장 아니 보여 주시는 것은 직접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뜻이겠죠^^

네 직접 가보시길 강추 드립니다

올드스톤님
맞춤법 조금 신경써주세요.

미를불 미를전
많이 나와
글 읽기가 제대로 안 되요 ㅠㅠ

약간 제 직업병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혹 미를불이란 것이 있나 생각해보았습니다 ㅎ

아! 죄송합니다.
생각을 짜내서 쓰다보니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쓰고 나면 다시 보기 싫기도 했구요

저는 매주 산행하면서 들렸다가 나옵니다.
여기 살아서~~ ㅎㅎ

좋은 곳에 사시는 군요. 부럽습니다

삼층이나 되는 건물을 하나로 뚫어서 앉혀 놓은 미륵불은 상상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클 거 같아요.
사찰을 돌아다니며 이런 것들을 보고 비교하고 그 당시를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 역사 공부란 생각이 듭니다.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절도 그렇지만 예전 전통 건축물 지어놓은거보면 결코 평범한 사람들은 아닌거같아요

그렇지요

월정사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가을 출사는 금산사를 가볼까 합니다.

오래전에 가보았습니다. 저도 월정사를 다시 한번 가 보려 합니다

오호 최고의 절이라! 사진으로 어떤지 보고싶어지내요.

제가 느낀 바 최고의 배치를 갖추었다고 본 것입니다.
절집에 최고를 논한다는 것이 무의미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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