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여행이야기) 변산 내소사 엿보기, 그 나무와 산들 그속에서 여인의 모습을 보다.

in #oldstone6 years ago (edited)

변산 내소사를 찾았다. 내소사를 찾아 다닌 것은 여러번이었다. 여러번 갔었지만 갈 때마다 뭔가 아쉬운 느낌을 남기고 돌아왔다. 그런 아쉬움이 다시 찾게 했는지 모른다. 유난히 더운 이번 여름 내소사를 찾아가면서 그동안 날 아쉽고 미진한 것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하고 싶었다.

내소사는 전나무 숲이 유명하다. 그래서 일주문부터 전나무 숲길에 신경이 쓰였다. 이번에는 너무 더워서 초입에서 좀 쉬었다. 일주문 앞에 600년은 된 느티나무가 서 있었다. 그동안 왜 그 느티나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일주문 앞의 느티나무는 수백년동안 내소사를 드나드는 사람을 보아 왔을 것이다.

오랜 느티나무앞에는 제사를 지내기 위해 돌로 만들어 높은 탁자가 있었고 반짝반짝하는 동전들이 여기저기 놓여져 있었다. 그동안 나는 전나무 숲만 바라 보았었는데 어떤 이들은 느티나무에게 먼저 인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다. 몇번을 오가면서 그동안 내소사의 터주대감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일주문에 들어가기 바빴으니 어찌 미진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

일주문을 지나 예의 그 전나무 숲길을 지나면서 내소사 경내로 들어갔다. 순간 내가 그동안 내소사의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내소사를 제대로 느끼려면 내소사가 앉아 있는 자리를 잘 살펴야 한다. 내소사 주변의 산들은 악산들이다. 산 중턱 여기저기에는 바위들이 박혀 있었다. 절앞의 공터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내소사와 주변의 산들을 바라 보았다. 내소사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은 변산이다. 변산은 매우 남성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왜 내소사가 나에게 강한 느낌을 주지 않았는가를 알 듯 했다. 내소사는 주변의 강한 남성적인 힘을 다스리려는 듯 여성적인 자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웅전이나 다른 건물들이 그리 크지 않다. 대웅전을 받치고 있는 기둥들도 다른 절의 기둥처럼 그리 크지 않다. 마치 여인의 팔뚝과 같은 느낌이다. 대웅전 앞의 강당의 기둥들도 그렇다. 내소사의 모든 건물들이 그리 강한 느낌이 아니었다. 그냥 우연은 아닌 듯 하다. 내소사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의 강한 기운을 부드럽게 보듬기 위해서 여성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내소사 절 바로 앞의 넓은 공터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절집 뒤의 산들이 내뿜고 있는 강한 기운을 중화시키는 곳 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내소사를 찾으면서 뭔가 인상적인 느낌을 가지지못한 것도 바로 그런 연유인 듯 하다. 내소사는 주변의 거친 사내들 사이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다소곳하게 앉아 있는 가녀린 여인에게서 근육이 불뚝한 장정의 모습을 찾으려 했으니 어찌 제대로된 모습을 찾을 수 있었겠는가.

전나무 숲길을 가면서 여인을 찾아가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절앞의 넓은 공터에서는 한번 크게 숨을 크게 쉬고 아름다운 여인의 품속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내소사에 들어가면 조용하게 천천히 다녀야 한다. 큰소리도 삼가야 한다. 잘못하면 변산자락의 험상궂은 사내들이 달려들지도 모른다.

P5260353.JPG

P5260488.JPG

Sort:  

저게 전나무인가보군요ㅎ
나무에 대해서 잘 모르는만 저 나무는 모습이 범상치가 않네요..

전나무가 많은 숲이군요.. 산림욕하러
산책하러 힐링하러 가기 딱 좋은곳인듯해요.. ^^
고즈넉하니
좋아보여요 ^^

가보진 않았지만 글만으로도 전나무숲길이 상상이 가는군요^^

웅장한 산세와 내소사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
보이는 것 같습니다~!!

내소사 가보고 싶네요.~^^

저 울창한 느티나무는
얼마나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있었을까요.
내소사는 말로만 들었는데
가보지는 못했습니다.

사진 왼쪽 건물이 독특하게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무가 완전 멋지네요. 주변경관도 시원시원하구요. 내소사 직접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드디어 내소사네요!! ^^
언제 써주실까 기다렸어요
저도 시댁에 갔을 때 몇 번 내소사에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받은 느낌은 참 아늑하다. 따뜻하다.
나를 감싸주는 것 같다...였어요.
올드스톤님의 글을 읽어보니 제가 받은 느낌에 개연성이 부여되는 듯한 기분입니다^^
올려주신 사진을 보며 올 추석에 또 가봐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경상도>충청도>전라도로 아랫지방을 순회하시는군요 ㅎㅎㅎㅎ

Coin Marketplace

STEEM 0.21
TRX 0.13
JST 0.030
BTC 66785.43
ETH 3494.10
USDT 1.00
SBD 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