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in #old5 years ago (edited)

마치 눈이라도 내릴것 같은 바깥날씨를 보며 아침을 맞았다.
이제 나뭇가지에 붙은 잎도 몇개 남지않은 날들
정리할 능력이 없는지
정리할 수 있는 때가 아닌건지 모르겠지만
잡다한 질문들이 고개를 든다.

애당초 인간의 사고라는 것은 모두가 개념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그 정리도 개념의 사슬들이다.

그런데
이 개념들이 엉망이라면 어떻게 될까?

믿을 수 없는 블록들로 이루어진 사슬

겉모습만 같을뿐
호환되지 않는 이질적인 구조를 가진 블록들이
세상가득 펼쳐져 있다.

편리함은 추구하고 그것으로 족한 세상과
엄정한 규정과 인증, 권한에 따라야 하는 세상

양립할 수 없고
양립해서도 안되는
이들 상이한 세상의 요구에 대해
나역시 너무 무감각하다.

'친일', '친미', '친북', '친중', '친노', '친문'

'친'이 붙은 무수한 단어들
원하지 않는 상대에게 그 접두어를 붙이고
크게 외쳐주면
명예회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권한을 가지는 효과를 거둘수도 있다.

얼마전 보수논객이라고 불리는 변모씨가
정체성을 의심받는 이모씨에게
종북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가 고소를 당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되었다는 뉴스를 봤다.

왜 그는 그녀를 포함한 집단에 종북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왜 그녀는 명예회손이라고 반발했을까?

종북이 아니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종북을 모욕했다는 의미일까?

타인에게 'ㅇㅇ주의' 또는 'ㅇㅇ파'라는 딱지를 붙이는데 익숙한 그들이
정작 자신에게 붙이는 딱지는 싫은 것일까?

'관념론자의 거두'라고 불리는 Hegel
그는 대학시절내내 선진적인 사고로 무장한 학생들로부터
죽은개 취급을 받으며
마약에 취한듯 헛소리나 해대는 장애물로 여겨졌다.

'헤겔리안'이라고 불렸던 나역시 그런 사람으로 치부되었다.

오랜시간이 흐른지금
이제는 시비를 붙을 그 사람들도 없으니
돌이켜본다.

'관념론자'라는 것이 무엇이고
그 딱지가 붙은 사람이 실제로 관념론자인지
그 관념론자의 사상을 공부하고
그 세계관의 일부를 차용하여
세상을 해석하는 사람은 그 추종자일까?

대상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시간이 너무많이 걸리거나
때로는 현재의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때
당장 시급한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단 결단을 내려서 판단하고 추진을 한다.

아마도 복잡한 인간세상에서 성과를 올리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일것이다.
그러나,
그 시급함에 걸맞는 한계가 뚜렷한 결단만큼이나
분명한 사태파악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미 당면한 과제는 결단에 의해 풀려가고 있고
분명한 사태파악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하니

어느 누가 이 지루해보이는 사태파악의 중요성을 기억하고
그것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할 것인가.
아마도 이미 문제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더이상의 신중한 접근은 의미없는 일처럼 여겨지기 쉽상이다.

보통사람은 그렇게 살아간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무의미해 보이는 일들을 해나가야하고
그런 사람이 많을수록 그 사회의미래는 밝아진다.

개인이 경제적인 이유나 수명의 유한성으로 불가능하다면
영속성과 경제력을 갖춘 국가가 그것을 지원해야 한다.

소위 기초과학이니 인문학이니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다.
물론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자질이 중요하겠지만
이미 해결된것으로 착각하는
많은 숙제들에 대해
우리사회가 어떻게 그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진행해 갈 수 있을까?

'시작을 할때는 그일의 미래를 모르고,
시작했던 것이 어떻게든 완결된 상태가 되어서야
시작의 의미와 과정 그리고 결과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다양한 단어로 표현될 수 있고
평가받을 수 있는 이 문장의 의미는
두고두고 곱씹으며 삶에 적용해볼만 하다.

열정만을 가진 젊은이에겐 멍멍이 풀뜯어먹는 소리로 들릴수 있고
삶에 종착점에 도달한 노인에겐 그의 인생에 대한 거울처럼 보일수 있고
중년의 고뇌하는인간에겐 과거로부터 시작해서
미래를 대비하는 '가늠자'혹은 '가늠좌'로 쓰일수도 있다.

몸이 힘드니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할 여유를 갖지 못하는게 안타깝다.

Sort: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많이 힘드신가봅니다.
주말 평안하시길...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3
BTC 64534.17
ETH 3150.15
USDT 1.00
SBD 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