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한 독 비교

in #metoo6 years ago (edited)

지금 한국은 미투 운동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쉬쉬 해왔던 많은 일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가해자, 피해자, 방관자, 지지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가히 '사회적 현상'이라 할 수가 있는데요, 독일에서는 별로 그런 현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몇달 전에 원로 여배우가 수십년 전 자신이 겪었던 성폭행 사건을 고백했는데 한동안 언론에 오르내리다가 수그러들었다고 합니다. 독일이라고 유사한 일들이 없었던 것이 아닐텐데 왜 이렇게 반응이 다른 것인지 저는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독일 지인들과 만날 때마다 이를 주제로 한국과 독일 상황을 비교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먼저, 미투 운동의 증폭성에 있어서의 한국과 독일의 차이는 서구사회의 개인주의와 유교 전통의 집단 문화라는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다는 생각입니다.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인 독일에서 누군가 숨겨진 진실을 폭로했을 때, 특히 그것이 그 사람 개인의 일이었을 경우는 더욱 더, '안됐긴 했는데 그래서 뭐?' '그게 나의 삶과 무슨 연관이 있는데?'라는 반응이 나오기 쉬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공동체 의식이 강하고 사람들간의 경계나 거리가 가까운 편인(그래서 사생활을 침해하기도 쉬운) 한국에서는 다른 사람의 일이라도 그것을 마치 '내 일'인 것 처럼 여기는 현상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강한 연대감이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남의 일에 쉽게 참견'하는 습성이 있다고나 할까요.
어느 쪽이 좋다 나쁘다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냥, '다른' 것이지요.

두번째 시사점은 미투가 벌어지는 정황 자체의 차이인데 그 차이점의 이유로 저는 교육을 들고 싶습니다.
독일은 어릴적부터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매우 나쁜 것으로 배웁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독일 교육에서는 더더욱이 이 부분을 중요하게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특히 몸에 관한 권리는 정말로 엄격하게 준수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남녀를 가리지 않고 타인의 신체를 함부로 건드리면 안된다는 점을 철저하게 배웁니다. (서양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져야 하는 물리적 거리가 동양에서의 그 것보다 훨씬 멀다는 연구결과가 있지요.) 그래서인지 독일 남성들은 (이태리나 스페인 남성과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여성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이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자기 의사표시를 아주 명확하게 하는 법도 배웁니다. 토론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것이기도 하지요. 독일인은 일반적으로 성정이 솔직하고 직설적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성이 단호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여자 어린이가 자라면서 들어야 했던 어른들의 조언은 대부분 '얌전하게 행동해야 한다' 는 것이었을 겁니다. 명랑한 성격의 여자 아이는 '왈가닥'이라는 별명을 듣기가 쉽상이었죠.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듣고싶지 않으면 거절도 부드럽고 완만하게 해야만 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사회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아니라고 말해야 할 순간에도 수만가지 자기검열을 거치는 바람에 올바른 대응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도 속앓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우리는 요즈음 그 결과를 목도하고 있는 것이구요.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경제적 자립성이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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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독일은 여성의 경제활동 인구가 한국보다 매우 높습니다.
20-64세 여성고용률은 74.5%(2016년), 독일 정부 주요 부처 여성비율 54%(2017년), *본인 소득으로 생활비 대부분을 부담하는 여성 비율은 72%(2016년)입니다.
우리나라의 여성고용률(15~64세)은 55.7% (2016년)인데, OECD평균보다 3% 포인트 이상 낮은 것이라고 합니다. 독일과 비교하면 고용율 계산 연령을 15세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20%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죠.

저는 이러한 경제활동 상태 비교를 통해서 두 나라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를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여성의 경제적 자립도가 성평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상식에 가깝기 때문이지요.

성폭력의 문제가 결국은 '권력의 문제'라고들 이야기 하지요. 작금의 권력에는 경제력도 포함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자립을 이룬 여성은 남성과 종속관계에 빠질 가능성이 적고, 빠진다 해도 벗어나기가 비교적 쉽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의 자기 목소리 내기'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도와 비례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부족하게나마 미투 현상에 있어서의 한국과 독일의 차이를 몇 가지 짚어봤는데요, 단순화시키기 어려운 많은 현상들이 있겠지만 사안이 복잡할 수록 사태를 심플하게 정리해보는 것이 대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집단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제재한다는 차원에서 미투 운동을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육과 열린 기회를 통해 여성들의 생각의 자주성, 경제적 자립성을 담보해야 하겠구요. 이는 성별을 떠나서 '인간됨'을 유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득, 핫한 스팀 상태계의 성비가 궁금해지는데요? ^^

  • 본인 소득으로 생활비 대부분을 부담하는 여성비율'여성 1인 가구를 포함해 모든 개인 가정의 여성 가족 구성원(25-55세)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그 반대로 부모나 배우자, 다른 친지나 가족 구성원의 소득에 의존해 생활하는 비율이 약 16%, 경제활동이 아닌 정부 지원금, 보험료, 육아 수당 등이 소득원인 여성들의 비율은 약 10%라고 합니다.

  • 세계주요국 여성 경제활동 비교표 (2010) https://goo.gl/images/L8FSdB

  • 그림은 주한독일대사관 페이스북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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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이런 차이가 있군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보팅,리스팀,팔로우하고 가요.^^

오 감사합니다! 닉네임처럼 정말 갑자기 방문하셔서 기운나는 글 남겨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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