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봄 / 박경애]
[갱년기 봄 / 박경애]
더운 바람에
얌전한 꽃들이
촉수를 세우고 한 잎 한 잎 깨어났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을 몰고 와
얹어 놓고 달아난 바람
자닝스러운 모습이 된 봄
자늑자늑한 바람소리에도
흐르는 눈물이 된다
단잠을 잤던 꽃
잠 못 이루는 밤 되어
주름진 어둠에 홀로 앉아 별을 세고
초승달 웃음에 살얼음 엉기고
오들오들 초침이 매달려 발버둥 친다
바람이 방향을 잃고
해의 초점이 식어간다
갱년기 여인의 밤이 된
혼동의 봄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