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용 장군의 사이공 억류기) 21 500일만에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다

제2호감방으로부터 이런 저런 소식이 들려왔다. 치화형무소 전원이 2월 10일부터 17일사이에 음력 설 면회를 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면회때에 가족이나 친지들로부터 차입을 직접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정말로 수감자들은 모두 2월 10일부터 면회를 시작했고 A동 제3층 제2호 감방의 호 반 키엩 전월남군 대령은 2월 11일에 면회를 했다. 호 반 키엩 대령의 본 부인은 티우 대통령의 비서였기 때문에 롱탄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었고, 그이 노모, 제2부인과 어린아이가 면회를 왔었다고 한다.

2월 16일 이순흥 회장이 약 30kg 정도의 차입품을 가지고 면회를 왔으나 면회는 하지 못하고 차입품만 놓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런 사실을 며칠후 온 비밀편지를 통해 알았다. 이회장은 다른 한국 외교관 2명과 민간인 1명을 면회하고 차입품을 전해주었다고 했다. 다를 건강하게 지낸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회장은 이대용과 면회를 하기 위해 월남 이민국과 치화형무소에 탄원서를 썼으나 무위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적어 보냈다.

2월 20일 밤부터 제4호감방인지 제5호감방인지에서 밤마다 괴상한 소리를 지르고, 울기도 하고, 중얼거리기도 하는 수감자가 있었다. 아마도 정신 이상이 생긴모양이었다. 약 1주일 후에 그 수감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3월 2일 이발을 했다. 이발사가 조그마한 거울을 주면서 얼굴을 비춰보라고 했다. 실로 500여일만에 처음보는 자신의 얼굴이었다. 주름살이 많이 늘었고 여위었으며 얼굴도 길어졌다. 생각보다 많이 초췌해보였다. 그러나 앞으로도 꿋꿋하게 살아나갈 것을 다짐했다. 몸은 상했지만 이시련을 극복하리라 결심을 하면서 이를 악물었다.

4월 19일 치화형무소 병원에 장기입원하고 있던 림 셍 핀이 다시 감방으로 돌아왔다. 얼마 있으면 석방을 암시하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그는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때 사이공 친구로부터 매달 차입을 받아서 맨발신세를 면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편지에 따르면 형무소 병원의 생활도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경비원들의 기강이 제대로 서있지 않아서 차입품이 들어오면 아귀같이 달려들어 모두 빼앗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병원에 약도 제대로 없고 치료를 제대로 할 능력도 없어서 2달 20여일 동안 사망한 환자만 30명이 넘는다고 했다. 이대용은 림 셍 핀의 편지를 보면서 절대로 병원으로 가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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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되는 글을 읽을수록 이순흥 회장이란 분의 의리에 감동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분이 계셔서 이대용장군도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은 것 같구요~^^

병원이 더무서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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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가는 순간 병이 더 깊어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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