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거기니까

in #krsuccess15 hours ago

독후감(왠지 문득 이 단어가 낯설게 느껴집니다)

《닫힌 방 · 악마와 선한 신》 장폴 사르트르.

사르트르의 《구토》를 좀 재미없게(힘들게) 읽은 경험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할 때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역시 소설이 아닌 ‘희곡’이라 그런지 《구토》와는 달리 수월하게 읽힌다. 《닫힌 방》은 길이도 짧고 내용도 요즘 호러 스릴러 영화 같은 느낌이라 재미도 있었다.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

어쩌면 사르트르보다 더 유명한 이 말이 바로 《닫힌 방》에 나온 대사였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사르트르의 철학이 이야기 속에 부드럽게 녹아 있다. 사르트르 철학을 이해하려면 《존재와 무》를 읽는 것보다 이 희곡을 읽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책 뒤 작품 해설에 나온 ‘즉자와 대자’에 관한 설명도 내가 본 어떤 책보다도 알기 쉽게 쓰여 있어 더욱 좋았다.

“거기도 널 변하게 하지 않을 거야, 여기가 거기니까. 이 친구가 나한테 알려 준 건데 (악마를 가리키며) 땅은 허울뿐이래, 하늘과 지옥이 있고, 그게 전부라는 거지. 죽음이란 것도 가족들을 위한 멍청한 속임수고, 죽은 사람한테는 모든 게 계속돼.”

《악마와 선한 신》에서는 이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국 우리가 사는 이곳이 바로 지옥이라는 이 말은 꽤 부정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결말이 암울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닫힌 방》보다는 희망적으로 느껴졌다.

‘의외로’ 재미있게 읽은 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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