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in #krsuccess8 hours ago

잠결에 어렴풋이 들리는 작고 희미한 음악 소리가 점점 더 부풀어 오르면서 수인의 뇌신경을 쿡쿡 쑤시며 파고들었다. 거슬려. 갑갑해. 수인은 본능대로 그 피아노 선율과 함께 드럼 연주를 시도했지만, 박자를 요리저리 밀고 당기는 피아노 연주자와 도저히 합을 맞출 수 없었다. 수인의 예상을 뛰어넘는, 아니 수인이라는 드러머를 아예 무시하고 짓밟는 연주였다. 순간 기타를 둘러멘 ’그 녀석’이 관객들의 환호에 팔을 치켜들었고, 수인 쪽을 돌아보며 비열하게 미소 지었다. 그는 눈앞의 ‘그 녀석’에게 죽일 듯 소리 질렀다. 하지만 말소리가 목구멍에서 꽉 막혀 입 밖으로 터져 나오지 않았다. 수인은 필사적으로 온몸의 힘을 쥐어짜 냈다. “야, 이 개새…” 힘겹게 삐져나온 욕설과 함께 수인의 눈이 떠졌다.

수인은 조성진이 연주하는 쇼팽의 녹턴(Op.9 No.2)을 틀어 놓은 채 깜빡 잠이 들었던 거였다. 쇼팽은 이 곡을 작곡할 때 연주자마다 개성이 다른 해석이 가능하도록 자유로운 루바토(Rubato)를 의도했다고 한다. 수인은 쇼팽의 교과서라는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녹턴만 들었다. 머릿속으로 루빈스타인의 녹턴에 맞춰 드럼을 연주하곤 했다. 문득 조성진의 녹턴은 어떨까 궁금해져서 유튜브로 그의 연주를 찾아보았던 것이다. 루빈스타인의 루바토와는 달리 조성진의 연주는 종잡을 수가 없었다. 함께 연주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지금 수인이 몸담은 밴드의 키보디스트도 박을 밀고 당기는 버릇이 있었지만, 조성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조성진의 연주는 역시 솔로로 들어야 한다.

하지만 악몽 속에 잠깐 등장한 ‘그 녀석’의 기타 연주는 곡의 개성을 맛깔나게 살리는 루바토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 녀석’은 수인의 드럼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자신의 기타를 군말 없이 따라오고 받쳐주는 장식이자 도구로 취급했다. 수인은 ‘그 녀석’과의 마지막 공연을 떠올렸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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