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늙었구나. 11.
세수를 마치고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보았다. 코털 하나가 길게 삐져나온 것이 거슬려 손톱으로 뽑았다. 코털이 플라스틱 칫솔모처럼 굵고 빳빳하다. 예전에는, 그러니까 젊었을 때는 코털이 부드러웠고 이렇게 굵지도, 빨리 자라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 아니 '나이가 들었다'는 표현은 너무 점잖다. 늙으면, 근육이 뻣뻣해지고 세상의 이치를 헤아리고 판단하는 감각도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은 에어컨 필터의 까만곰팡이처럼 두텁게 뭉치고 굳어버리는 것처럼. 늙는다는 건 이 코털처럼 굵고 뻣뻣해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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