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간헐적 강화(부분강화)에 더욱 큰 영향을 받을까?

in #kr-philosophy9 years ago

cc.jpg
지난 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착취는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에서는 간헐적 강화(부분 강화)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부연설명을 잘 하지 않는 고질병 때문이기도 하고, 주제와는 관계 없기도 하기에 인간을 비롯한 동물들에게 간헐적 강화가 연속 강화에 비해 동기가 오래 유지되는 이유는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근원을 알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을 끊임 없이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단순히 본성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러한 본성이 형성된 이유에 대해서도 탐구해 보고자 합니다.

거창하게 본성의 근원에 대해서 논하겠다 밝히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게 우습지만 지금은 본성의 형성을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우선 본성의 시발점을 알기가 어려우며, 인간의 본성이 제각각 하나의 모듈로서 작용하는게 아니라 복합적 작용이기에 더욱 정확한 근원을 밝히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뇌의 화석은 굉장히 희귀하며, 인간은 충분히 데이터가 많은 현생 인류의 뇌의 작용조차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이어질 내용은 단순히 가설에 지나지 않습니다.

최대한 추측을 배제하고 사실에서부터 시작해 봅시다. 간헐적 강화가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단순하게 표현하였지만, 조금 더 자세히 표현하면 간헐적 강화를 통해 학습된 행동은 소거저항이 강합니다. 간헐적 강화란 간략하게 설명했듯 행동에 대해 즉각적으로 일관적인 보상이 주어지는게 아닌 경우를 뜻하며 소거저항이 강하다는건 보상이 한동안 없어도 행동이 그만두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간헐적 강화의 강력함은 유명한 스키너의 상자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스키너의 상자에는 쥐와 레버가 있습니다. 쥐는 다양한 행동 중 레버를 누를 때 먹이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실험 조건을 조금씩 바꾸어 쥐의 행동변화를 지켜봅니다. 실험을 도식화하여 3가지로 분류합시다. 레버를 누를 때마다 먹이를 얻을 수 있는 상자, 레버를 눌러도 먹이가 제공되지 않는 상자, 레버를 누르면 어떨 때는 먹이가 제공되고 어떨 때는 제공되지 않는 상자, 이 3가지 상자 중 어떤 상자 속에 있는 쥐가 가장 열정적으로 레버를 누를까요? 그리고 어떤 상자 속에 있는 쥐가, 보상이 전혀 주어지지 않도록 장치를 조작해도 가장 늦게까지 레버를 누르는 행위를 지속할까요? 당연히 마지막 상자, 간헐적으로 보상이 주어지는 상자입니다. 간헐적인 보상도 한가지 방법만 있는게 아니라 시간과 횟수를 고정적/가변적으로 설정하며 다양한 세부적인 계획을 만들 수 있지만 이는 따로 다루지 않겠습니다.

사실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러한 성질을 왜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탐구해야 합니다. 진화 방향에 대해 추론하기 위해서는 그 성질이 생존에 어떠한 도움이 되었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우선 자연에 일관적인 보상은 없습니다. 간단하게 수렵, 채집을 생각해 봅시다. 수렵, 채집에 100% 성공할 수 있는 개체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보상의 크기는 항상 다릅니다. 언제 있을지 모르는 큰 보상, 이를 위해 행동을 지속해야 합니다. 이는 끈기를 뜻합니다. 자연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언젠가 주어질 보상을 위해 행동을 이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행동이 식생활과 직결되어 있으며, 식생활이 생존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이러한 성질이 이해가 됩니다. 도박 중독자들 중에 남성의 비율이 높은 것도 이 가설에 힘을 보탭니다. 여성이 비교적 일관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채집 활동을 주로 했다면 남성은 목숨을 잃는 일도 잦은 사냥에 전념했습니다. 매머드 사냥은 도박 그 자체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냥꾼이라도 성공과 생존을 장담할 수 없었겠지요. 하지만 인류가 충분한 육류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도박에라도 기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활동 중 도박이 특히 인생을 파멸로 이끌 정도로 사람을 유혹하는 이유를 조금은 엿볼 수 있을까요?

이는 만족스러운 설명은 아닙니다. 확고한 실증을 토대로 하지도 않았으니 사이비 과학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런 불완전한 방법이라도 활용해야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재밌게 읽으셨기를.

Sort:  

스티밋을 하는 것도 간헐적 보상이 큰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 어쩌다 한두번 큰 보상을 받게 되면 어쩌면 다음번에도.. 싶은 생각이 들테니까요. 갑자기 스팀이 오를 수도 있고, 고래가 내 글을 좋아할 수도 있고, 스파를 임대받을 수도 있고..

꾸준한 자극에는 무뎌진다는게 또 무서운 일이지요.

정말 공감가는 말씀입니다 ㅎㅎ 간헐적 보상에만 기대는 스팀잇이 아니길 기대하지만 현재로선 진짜 그렇네요

와 브리님 말씀들으니 스티밋도 간헐적보상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란게 확 느껴지네요ㅎㅎㅎ

저는 회사를 옮겨서 더 이상 예전에 타던 셔틀버스를 못 타는 게 아쉽습니다. 그러면 도박 중독인 운전사 아저씨와 그냥 충고만 하던 동료들과 아주 조금은 깊게 짚어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봅니다.

아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매머드를 사냥하는 일.. 이건 정말 남자를 잘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아내를 저는 좀더 이해하는 글이 되었습니다. 큰 차이가 있었는데 저는 잘 모르고 있었군요. 머리를 망치로 한대 맞은 기분입니다.

요즘은 금기시 되고 있지만 분명 서로 다른 존재라 생각합니다.

사람관계에서 생각해봤는데

무조건 잘해주는경우
이경우 한번이라도 잘못해주면 상대방 실망이 커지더라구요
내 입장은 겨우 한번 실수 한거 가지고 왜이래? 이건데

무조건 적대적인경우
이경우 금세 관계가 단절

간헐적으로 잘해주는경우
이런걸 나쁜남자라 표현하나요?
여자들에게 왜 나쁜남자가 인기 많은지 이해가 갑니다.

분명 연애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밀당'이나 나쁜 남자 전략을 사용하는 것도 본성에 대한 착취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걸 규제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규제할 방법도 없지요. 한번 같이 생각해보고자 글을 올렸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2
JST 0.082
BTC 61676.34
ETH 1642.77
USDT 1.00
SBD 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