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작은 사람

in #kr-diary3 years ago

 작년에 고장난 에어컨을 여름에는 예약이 꽉 차서 못 고치고 12월에나 고칠 수 있었다. 중요 부품이 고장났다며 꽤 많은 수리비를 청구했지만 별 수 없었다. 그리고, 더 더워지기 전에 확인을 위해 며칠 전에 미리 한 번 켜보려다 다시 또 고장났다는 걸 확인했다. 곧바로 출장 예약을 하고 갈등했다. '혹시 나는 충분히 불만을 표현해야 하는 건 아닐까?' 아직 충분히 더워지기 전이라서 갈등이 길어지지는 않았다. 서비스센터 직원은 또 새로운 부품이 고장 났다고 했고, 나는 또 적지 않은 부품 교체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내 사용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내가 주의할 건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
 이후에 주변에서 내가 충분히 항의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조용히 있었기 때문에 큰 지출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나는 평소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사회가 싫고, 게다가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많은 감정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용히 넘어가는 편이지만, 문득 그건 나의 신념이나 철학과는 관계 없이 불화가 싫기 때문에 조용히 지나가는 것 뿐이라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정말 그럴 수도 있다. 서비스 센터 직원은 내 에어컨의 부품을 교체하는 중에도 또 온갖 불만을 늘어놓는 전화를 받고 있었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 불만의 목소리에도 직원은 웃으면서 대답해야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만큼은 그럴 수 없다며 나의 불만을 조용히 삼켰을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역시 나는 고작 그런 걸로 소리지르는 사람은 아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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