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며 나를 반성하다

in #kr7 years ago

우리집 두 쌍둥이들은 같이 잘 논다.
더불어 잘 싸운다.
싸우는 이유야 많겠지만 대부분은 장난감의 소유에 대한 문제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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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유권을 두고 열심히 싸우는 장난감 - 이 오래된 장난감을 왜?....>

"내꺼야!"
요즘 부쩍 듣기 싫은 소리이다.
이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또 우리 쌍둥이들이 싸운다는 것이니까.
몸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싸움을 말리고 있노라면
아이들이 강짜를 부리기 시작한다.
들고 있던 장난감을 던진다던지
말리는 나를 때리던지(그러곤 지 손이 아프다고 '호~'해 달란다.)
그도 아니면 큰 소리로 비명(?)같은 것을 지른다.
이런 아이들의 강짜를 행동수정하려 노력할수록 그 수위가 높아지고
이내 난 이성을 놓을랑 말랑 상태가 된다.
"너네는 지금 아빠에게 미움을 받고 싶어하는 거야? 아빠가 하둥이들 미워하면 되겠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 순간 아내가 말했다.
"아이들은 지금 아빠의 미움이 아니라 사랑이 매우 필요하다는 거야.
전에 자기가 말해 줬잖아.
'가장 사랑이 필요한 아이는
언제나 가장 사랑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사랑을 요청한다.'
고."
언젠가 책에서 읽은 글이었다.
읽고선 정말 맞는 말 같다며 아내에게 이런 글이 있노라며 말해준 글이다.
그리고 정작 난 잊은 글이다.
들썩이던 감정이 내려 앉고 다시 아이들을 보니 그렇게 악마처럼 보이던 아이들이
울음자국 선연한 안쓰러운 모습으로 보였다.
둘을 안아주며 "아빠가 미안해"를 연발하니 아이들도 감정이 내려오는 듯 보였다.

왜 사랑이 필요하다고, 안아주고 위로해주라고 하지 않고 그 반대로 행동하는 걸까?
내가 알기엔 우리 쌍둥이를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준 사람이 있진 않았을 건데...
소크라테스가 말한 영혼에 각인된 지식이란 말인가?
비단 우리집 쌍둥이만 그런게 아니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에서 그런 상황을 비일비재하게 만난다.
말썽 피우고 반항을 하는 아이들.
중2 때문에 북한이 못 내려온다 했던가.
섣부르게 훈계하거나 교칙을 들며 처벌로 바로 잡으려 하면 더 엇나가기 일쑤다.
그런데 단순히 상황만 보지 않고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아이의 삶 주변을 살펴보면 참 사랑을 받지 못 하고 살아왔구나, 사랑이 필요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섣부르게 사랑을 준다고 달려들어서는 값싼 동정심의 발현으로 밖에 안 받아들여진다.
아이들은 이런 것을 참 잘 알아챈다.
그리고 그것을 참 싫어라 한다.
시간을 두고 관계를 형성(또는 회복)해야 한다.
지난한 일인데 혼자가 아닌 학교 전체가 나서면 좀 낫다.
아이는 살아오며 자신에게 사랑을 주라고 요청해 왔을 것이다.
그런 요청에 응해 사랑으로 대해 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소리를 지르고 떼를 쓰고 말썽을 피우는 게 아닐까?
그래야 그나마 관심을 가져주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건 사랑이 아니라 미움(본인의 관점에서는)이었을 것이고 이에 더더 절규하듯 반대로 행동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러한 악순환이 고착되고 자기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상태까지 된 것이리라.
나의 아버지는 엄하셨다.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셨겠지만 늘 나의 잘못을 찾아 엄히 꾸짖으시고 겸손하지 않을까봐 칭찬은 거의 해주지 않으셨다.
아무리 기억을 되돌려 보아도 아버지가 나를 안아준 기억이 없다.
그런 아버지에 난 그런 아버지는 안 될거라 다짐했었다.
그런데 우리 쌍둥이를 대하며 나의 아버지 같은 모습이 불쑥불쑥 나오나 보다.
버릇 나빠질까봐 왠만큼 보채는 것은 못 들은 척, 못 본 척 할 때도 있다.
책을 통해 육아법을 배운다해도 결국 내가 받은 대로 쌍둥이들에게 하게 되는 거 같다.
대물림...이련가.
그런 연유로 우리 쌍둥이가 나에게 안아달라 위로해 달라는 표현을, 물건을 던지고 때리고 소리 지르는 것으로 하고 있지 않을까?
육아는 어렵고 힘들다.
근데 육아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내가 되려 배우게 되는 경우도 많다.
곧 개학하면 신입생도 들어오고 그동안 못 본 학생들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늘 그렇듯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학생이 잘 못 되었다고 맞서지 말고 사랑이 필요하구나 하고 접근해야 겠다.

가장 사랑이 필요한 아이는
언제나 가장 사랑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사랑을 요청한다.
-러셀 바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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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마지막 명언이 이 글의 전부를 말 해주는 것 같아요~!
육아는 정말 힘들 것 같아요 ㅠ.ㅜ
마지막 명언 담아갑니다~

정말 맞아요, 육아는...힘들어요.
애나 봐라 는 식으로 쉽게 폄하해서 말하는 사람들 보면 기가 찰 기경이죠.
옥토리님 반갑습니다. 자주 뵈어요^^

명언이로군요!!

명언이죠^^ 그닥 아니었으면 싶은.... 하하....

모든 부모는 속안에 사리가 있을지도요 ㅋㅋ

간혹 사리가 없을 거 같은 분들도 있지만 대체로 그런 거 같아요. ^^

쌍둥이 아빠 ㅠㅠ 연년생도 죽는줄 알았는데...고생 많으셨네요... 작지만 보팅드립니다. 마직막 말이 새겨둘만큼 명언이네요. 사랑이 필요한 아이이 늘 힘들게 하죠... 힘내세요....팔로우해요.

수채화를 그리시는 군요. 항상 미술에 대한 동경이 있는데 구경하러 가봐야겠어요. 연년생이라... 제가 제 동생과 연년생 형제로 자랐는데 엄청나게 싸웠지요. 왜 그랬나 싶기도 하고요. 부모님이 많이 힘드셨을 거란 생각이 요즘 부쩍 많이 들죠. @raah님도 화이팅 하시고 힘내서 애들 키워 보아요.

근데 그게 참 어렵죠 부모님도 그리고 선생님도 사람이잖아요..... 마지막 말이 참 와닿긴 하지만 저러기가 진짜 쉽진 않죠 기운 내세요

네 맞아요. 옛날 득도한 분들을 위대한 스승이라 했죠. 아마 밑에 있던 제자나 자녀들이 득도하게 돕지(?) 않았을까요? 사리가 생길 정도로요. 하하... 득도까지는 아니라도 사람을 대하고 그 사람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 험난한 수행의 길이 아닐까 싶네요. @kaine님 응원 감사하고 우리 같이 힘을 내 봅시닷! 아자자

어제의 제가 이 글을 보았다면...

마지막 문장 가슴 깊이 담아갑니다...

어제 어떤 맘 아픈 일이... 글로는 애를 잘 키워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건 순간이고 늘 감정이 앞서 버린답니다. 그리곤 후회하고 미안해하고... 그리고 다음날엔 웃으며 아무일 없었단 듯이 애들 대하고... 어제 무슨 일이 있으셨던 애들은 이해해 줄 겁니다. 오늘 잘 하면 되죠. 우리는 미완의 존재이지 신이 아니잖아요. 하하..

가장 사랑이 필요한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지 않을 때의 비극을 다룬 영화 <케빈에 대하여> 가 떠오르네요. 아이 키워본 적 없지만 상상만 해도 정말 어려운거 같아요. 넘처흐르게 사랑을 표현해주신 제 부모님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무려 틸다 스윈튼이 주연한 영화군요. 한번 챙겨봐야겠습니다. 저 역시 곁에서 여태 지지해주고 사랑을 주고 계신 부모님이 존경 스러울 뿐입니다. 부모가 되어 직접 아이를 키워 보지 않았을 때 가볍게 느껴지던 것들이 엄청난 것이 없다는 것을 비로소 느끼게 되네요. 좋은 영화 추천과 댓글 감사합니다.

그런거였군요
러셀 바클리님.

그런 거 였다네요.
러셀 바클리 님이...
프랑스는 조금 다르나요?^^;;

가장 사랑이 필요한 아이는
언제나 가장 사랑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사랑을 요청한다.
마음에 와 닿네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그런 것 같아요.
그런 행동이 부정적인 관심이지만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부정적이라도 관심이 필요한 건 지도 모릅니다.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죠.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을 보고 그 속에 담긴 진의를 파악해야 하나봐요. 단순히 그 표면적 의미만으로 이해하다가는 큰 코 다칠 경우가 많아요. 우리 문화가 고맥락문화인데 기인하나 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정말 맞는말인것같아요 형제조카가 항상 싸우면 혼을내는것보다
위로를하며 사랑을 표현하면 자연스레 사과했던게 떠오르네요.
아이를 키운다는건 '천명의 공이 필요하다' 라는말이 틀린말이 아닌것같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D 풀보팅 완료!

천명의 공! 그러하다면 결국 국가적으로 나서야 하는 일일테죠. 육아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보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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