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장미 밭 이야기

in #kr6 years ago (edited)

이왕 장미에 대해 포스팅을 하는 김에 장미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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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있는 장미밭입니다. (장미밭이라고 하니 이상하네요. 장미 정원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기엔 뭔가 모자란 거 같고 그냥 장미밭이라고 해야겠군요.)
현재 제가 담임을 맡은 2학년들이 입학할 때 입학선물로 장미 묘목을 받았었죠.
입학을 축하한다는 의미와 사랑이라는 장미의 꽃말, 그리고 어린왕자의 장미처럼 우리 학교 구성원들과 의미 있는 관계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그 묘목을 심고 가꿈으로써 생명의 소중함과 학교에 대한 애착을 높이려고 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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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힘들여 장미를 심고 매주 금요일 아침맞이 시간에 물도 주고 잡초도 뽑아주기도 했습니다.
과학 시간에는 식물의 생장에 관한 프로젝트를 이 장미를 가지고 하기도 했고 국어 시간엔 장미를 소재로 시를 쓰기도 했습니다. 처음 사진에 보이는 울타리는 기술,가정 시간에 목공 수업을 하며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죠. 그렇게 교과와도 연계하며 아이들은 장미와 만날 시간이 많았지요.
처음에 저 위치에 장미를 심은 것은 옆에 새로 길을 만들고 장미 터널을 차츰 만들어가려는 원대한 계획을 하고 있었던 거였어요! 근데 문제가 생겼죠. 저 장미가 덩굴을 이루는 종이 아니었고요! 저곳의 땅이 좋지 않았던 것인지 장미들이 잘 자라지 않았던 거였어요. 첫 사진을 보면 이제 막 심은 거 같은 작은 것도 보이잖아요, 그렇지만 그게 심은지 만 1년이 훌쩍 넘은 것이에요!
지극 정성으로 돌보았지만 잘 자라나지 않는 장미에 아이들은 서서히 관심을 잃어갔습니다. 그나마 매주 금요일 아침맞이 시간이 장미를 돌보는 고정시간이 되어주어 장미가 모두 죽지는 않았어요. 원래는 13그루였는데 현재는 10그루가 남았죠.
그렇게 1년이 지나 제가 2학년 담임이 되면서 저 장미밭은 저의 몫이 된 거죠. 아이들과 함께 올해 처음 저 장미밭을 갔을 땐 과연 이대로 '장미' 밭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요. 막무가내로 가지만 솟아있는 10그루를 반 아이들에게 배정해 주고 잘 키워보자며 화이팅을 외쳤지만 저 스스로도 믿음이 안 생기는데 어찌 아이들이라고 장미에 관심이나 애정이 생길까요. 결국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거 같아 장미 돌보기 시간을 따로 정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의 몫이라 생각했기에 틈틈이 찾아가 잡초도 뽑고 물도 주고 했죠.
그랬더니 크게 자란 것부터 꽃을 피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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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피운 핑크색 장미를 휴대폰으로 찍었었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것들도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하더군요. 살아오며 식물을 한 번도 제대로 키워내 본 적이 없기에 뭔가 희열 같은 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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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음먹고 사진기를 들고 가서 찍어봅니다. 꽃봉오리를 살펴보니 흰 장미도 있네요.
좀 더 마음먹고 돌봐야 하겠단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에게도 좀 더 알리고 관심을 다시 가져보게 해 봐야겠어요. 물론 한번 실망했던 터라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 3학년들은 1학년 때 입학식 후 학교에 있는 나무 중 하나를 자신의 나무로 하고 이름을 지어주고 돌보고 관찰하는 것을 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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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나무 이름으로 팻말도 만들어서 나무 곁에 꽂아 두었었지요. 태반은 팻말들이 부서져 없어지고 이젠 몇 개만 남았네요.
올해 1학년들은 입학선물로 무궁화를 선물 받아 심었었습니다. 잘 자라야 할 텐데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았고 오래 지속하길 소망했지만, 뜻대로 잘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잘 안 되고 실패했다고 믿어지는 것이 욕심을 버리고 바라보면 그게 실패가 아니고 아직 이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 하나라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가고 있다면 말이죠.
월요일에 학교로 돌아가면 장미꽃이 몇 송이나 더 피었을지 기대되네요.


거북토끼2.jpg

<캘리그래피를 그려주신 @dorothy.kim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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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도 정성을 쏟은 만큼 보답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어찌보면 아이들도 그와 같을지도 모르겠어요. 바로바로 그 성장이 보이진 않지만 어느결에 저 장미처럼 자라나겠죠.^^

첫 번째 장미 사진은 장미만 보면 합성인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찍사의 실력일까요??ㅎㅎㅎ

찍사의 실수 혹은 욕심이죠. 되도록 가까이서 크게 찍으려다보니 장미에 초점이 안 맞아서 ㅠㅠ 더군다나 색상 대비가 강하다보니 합성같기도 하네요. 나름 운치는 있잖아요? 하하...

그야말로 산교육이네요.ㅎㅎ

자연과 연계되면 한결 좋은 수업일 거 같다는 생각을 해봐요. ^^

좋은 학교네요. 입학 선물로 꽃나무를 준다니~
학교가 갈수록 아름다워 지겠습니다.^_^
수고스럽겠지만 너무 멋지세요~

되도록 병해충에 강하고 잘 자라나는 것으로 선별해서 선물해야 할 거 같아요.
선물받은 거까지는 좋은데 이후 그것을 키워내면서 힘들어 하고 기껏 정성을 들였더니 죽어버리는 꽃나무를 보며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 거 같아서 말이죠. ^^
이대로 몇 년이 흐르면 학교 앞에 꽃동산이 하나 차려질 거 같아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출동 감사합니다.
활동에 항상 응원드립니다.

보팅파워를 나누어 드립니다~


멋진사진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멋진 학교군요!입학선물로 꽃을 다 주다니!

찾아오셔서 감사합니다.

묘목을 키우는 게 난이도가 상당한 작업이죠. 먼 훗날 졸업생들이 찾아왔을 때 그들만큼 굳건하게 성장해 있으면 좋겠군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장미밭이라 했던 저곳이 어엿한 장미정원으로 가꿔지면 좋겠어요. 물론 그러려면 누군가의 꾸준한 돌봄, 노력이 있어야 겠지요. 에구구^^;;;

장미는 모두 넝쿨이 있는줄 알았어요.ㅎ
줄기는 작지만 꽃은 엄청크고 탐스러운것 같아요.참 이쁘게 피었네요.
동물도 식물도 모두 관심 가져주는것 만큼 보답 하나봐요 ^^

장미를 관리하면서 장미 종류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실제로 보면 조금 보잘 것 없이 보일 수도 있는데요.
가까이서 보면 또 이쁘죠. 수줍은 듯하기도 하고 꽃도 줄기에 피해 크고요. 그래서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이쁜 거 같아요.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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