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여유롬_여행,사진_1] 네팔 ABC Tracking(1)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김여유롬 입니다.
오늘부터 3부에 걸쳐 네팔 안나푸르나 트래킹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네팔을 방문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입니다. 사실 그 때는 네팔이라는 나라를 잘 알지 못했었습니다. 니팔, 내팔, 네팔? 이런 유치뽕짝인 개그소재로 쓰였던 나라 정도로만 알던 곳이었죠.

이 네팔이라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정말 단순합니다. 친척 누님이 네팔에 KOICA(한국국제협력단)봉사단으로 가 있으셔서 숙식이 해결된다는 말을 듣고 한번 가볼까 라는 생각에 아무 준비도 없이 떠났습니다. 캐리어 하나 없이 가방하나 매고 그렇게 한달간의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죠.

스마트폰도 없던 때니, 정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떠났던 것입니다. 얼핏 들은 바로는 인도 위에 있는 나라다 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렇게 정처없이 떠난 여행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안나푸르나 트래킹이었습니다. 안나푸르나 정상까지 가고싶었으나 베이스 캠프가 있는 4,130m를 찍고 내려오는 코스였습니다.

정상에 올라가지도 않고 베이스 캠프까지 가는건데 이 트레킹이 의미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끝을 보는 성격이라:)) 7일간의 트레킹은 이 생각 자체가 멍청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죠.

2007년 12월 31일 히말라야 트래킹을 위해 좀솜이라는 곳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사실 네팔의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트레킹의 시작점인 좀솜까지 오는데도 엄청난 무서움이 있었죠. 험악한 산길을 달리는데 길 앞에 산사태가 일어가 길에서 몇시간을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지나가다 보면 낭떨어지 밑으로 굴러 떨어져 내린 차도 보였습니다. 산길은 얼마나 험난한지 차 멀미를 안하는 저도 멀미가 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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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난 차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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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좀솜에서 반나절을 걸어올라가 첫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한 해의 마지막 해와 새해의 첫 해돋이를 보았습니다. 아쉽게도... 카메라가... 카메라가 .....

해가 지면서 온세상이 붉게 물드는 장면이었는데 그 황홀함은 사진이 아닌 제 머릿속에 잘 저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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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을 받아 산이 빛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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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8년의 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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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같이 새해를 맞이한 일본인 신혼부부가 있었습니다. 신혼여행을 휴양지가 아닌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러 왔다고 합니다. 그 이유인 즉슨 가장 힘든 순간을 결혼의 시작과 함께해서 항상 이 날을 생각하며 초심을 잃지 않고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서 왔다고 합니다. 전날밤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이 알콩달콩 밤하늘의 별을 세고 있던데... 아오 부러워 죽을뻔 했습니다.

다시 트레킹 이야기로 넘어오면, 트레킹 시작 전, 히말라야도 식후경인 만큼 하루를 든든히 버틸 수 있는 아침을 골라서 먹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어딜 둘러봐도 산만 보입니다. 그것도 눈 덮힌 산만 보이죠. 이 설산을 병풍삼아 2008년 첫끼로 먹은 음식은 라면이었습니다. 기압이 낮다보니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라면 맛이 없어질 것이라며 첫끼를 라면으로 시작했습니다. 뭐 다들 아시겠지만 산정상에서 먹는 컵라면 맛이 그렇게 기가막힌데 공기 맑고 눈맑아지는 히말라야에서 먹는 라면 맛은 상상을 초월하죠. 사실 그 전날 밤 쏟아져내리는 별들을 보면서 모닥불에 라면을 끓여먹은 것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아침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빛나는 라면이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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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먹고 기운을 내서 힘차게 출발을 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어디서나 잘터져서 문제가 되질 않지만 10년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등산안내원 격인 셰르파들과 함께 트레킹을 진행했습니다. 누구에게 가이드 받거나 제 짐을 다른사람이 대신 들어준 적이 없었던 저로써는 약간 부담이 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함께 등산하면서 길 안내해주는 아저씨는 별로 부담감이 없었는데 저보다 한발 앞서 짐을지고 다음장소까지 이동해 주는 포터들이 많이 안쓰러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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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등산할 때 셰르파 아저씨로 부터 코리안 치타라는 소리를 들을만큼 날쌔게 산을 탔었는데, 저와 비슷하거나 어려보이는 친구들은 가벼운 짐을 맨 저보다 항상 빠르게 앞서나가더군요. 그리고 항상 웃음 띈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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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짐을 어떻게 지고 올라가지 걱정은 히말라야의 아름다움에 한눈을 파는 사이에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산 고개를 넘을때 마다. 산 모퉁이를 돌아설 때마다 보이는 풍경들은 말그대로 눈을 시원하게 하고 폐 속 깊은 곳까지 상쾌함을 집어넣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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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닿을 것 같지만 닿지않는 안나푸르나는 빨리 오라고 저를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12월이었지만 중간중간 외투를 벗고 반팔을 입고 등산할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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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꾸며지지 않을 곳이라 중간에 당황스러운 곳도 많이 만납니다. 트레킹 길에 난간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무식하게 깊은 내리막,오르막길... 그리고 금새라도 부서질 것 만 같은 다리들은 정말 제가 관광이 아닌 탐험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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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히말라야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대충 정성들여 만들어 놓은 안내판들은 각각 매력을 마구 뽐내고 있었습니다. 특히 치타인지 표범인지 동물이 그려져 있는 저 안내판은 너무 맘에 들더군요. 색감과 러프함이 정말 제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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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들이 주변풍경하고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계속해서 걷다보니 동물들과도 마주칩니다. 차가 들어올 수 없기에 나귀들이 짐을 싣고 산을 타고 있었습니다. 너무 당당하게 지나가서 제가 얼른 비켜줬죠. 나귀를 몰고 가는 아저씨의 모습은 뭔가 성스럽게 찍였습니다.(후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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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만나고 버팔로의 똥지뢰밭도 피해가면서 안나푸르나에 성큼 다가갔습니다. 눈에는 계속 보이지만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저 모습이 얼마나 얄밉던지...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히말라야에서 새해 첫날을 보냈었습니다. 한국에서 새해 첫날을 보냈다면 집에서 떡국먹고 뒹굴뒹굴 했겠죠. 새해 첫날 거의 10시간 동안 걸을 줄은 꿈에도 못꿨었는데.. 어찌어찌해서 하룻밤 묵어갈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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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간판만 보면 너무 속이 쓰립니다. 간판 밑에 보이시나요.. Hot spring 히말라야 노천탕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패스를 했었죠. 하... 똥멍청이..악!악!악!!!!!! 언젠간 다시한번 갈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1부는 여기에서 마칩니다.
2부를 기대해 주세요. 이제 본격적인 죽음의 산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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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팀 시작한지 얼마 안된 뉴비입니다 ㅎㅎㅎ
저는 내용도 내용인데, 사진이 진짜 눈에 띄어요
퀄리티가 인터넷이나 잡지에서나 볼 사진같네요
팔로우하고 자주 놀러올게요 잘 부탁드려요!! ㅎㅎ

저도 한달여 밖에 안되는 뉴비입니다. 소통자주해요 ㅎㅎ 10년전 사진이라 부족한것이 많이보이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엄청난 고행길 이군요 ;;;;

엄청난 행복의 길이기도 합니다 ㅎㅎ

지누단다, 촘롱 저도 딱 1년전에 저기에 있었어요.
다시 가고 싶은 네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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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킹이라고해서 산책정도일줄 알았는데 그냥 등산이었어요 흑흑흑

와우 그래도 목재에서 철제로 업글되었네요 ㅋㅋㅋㅋ 와 저기 떨어져 죽는줄 알고 진짜 식겁했었는데

풍경이 진짜 어마어마하네요.
저는 가면 사진만 줄창 찍을 것 같아요.
(얼마 못 가 뻗겠지만...;ㅁ;ㅋㅋ)

ㅋㅋㅋㅋ 저도 지금 다시가면 7일 거리가 한 14일 거리로 늘어날거에요. 저때는 사진을 별루 안찍어서....

ABC 까지 가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도 10 일 전까지만 해도 포카라에 있었는데요. 저는 일정상 푼힐까지만 다녀왔는데도 3일간 알이 안풀려서 죽을번했습니다..ㅋㅋㅋ 담에 혼자서도 한번 포카라는 가고싶어요~ 담엔 ABC 한번 도전합니다! 사진 잘보구 팔로우 하고 갑니다!ㅎ

와 생생한 네팔을 경험하셨겠네요. 저도 ABC갔다온 뒤에 한 2일은 기어다녔어요 ㅋㅋㅋㅋ 숙소에서 맥주마시면서... 트래킹 코스가 많다고 하는데 다 도전해 보고 싶네요!!

와우...저런 힘든 일을 마저 하셨다니, 그치만 산이 너무 아름답네요.
잘 봤습니다, 코리안 치타님^^

정말 아름다운 곳이죠 ㅎㅎ 새벽의 흑기사님 ㅎㅎ

사진 또한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긴말은 생략할께요. 2부 기대되네요.

넵 2부도 열심히 써서 올리겠습니다:)

크으으... 저런 풍경을 보면서 트레킹을 할 수 있다니... 히말라야 만만세입니다!! 풍경보면서 걸으면 하나도 안 힘들것 같아요!! (라고 망언을 하지만 엄청 힘들겠죠...)

예상보다 안힘들어요... 관악산 오를수 있으면 등반가능합니다. ㅋㅋㅋ

중간에 일본인 신혼부부 얘기가 눈에 띄어요. 가장 힘든 순간을 결혼의 시작과 함께하기로 생각하고 또 실제로 실천하기가 참 힘들었을텐데.. 모두들 가장 화려하고 편하게 시작하려고 노력할 때에 그 분들은 힘든 것부터 차근차근 나아가겠다라고 생각한 마음가짐이 부럽고 또 저는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한 느낌까지 들어요. 참.. 부럽습니다.

그쳐, 그 일본 신혼부부의 모습이 제가 봤던 신혼부부중 젤 아름다웠습니다. 저도 그래서 저런 로망을 쪼끔은 가지고 있는데 어찌되려나... 모르겠습니다 ㅎㅎ

네팔의 석양이 참 아름답네요~^^

바다에서 보는 노을도 좋지만 산에서 보는것도 너무 아름다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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