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에 관하여 (명제들)

in #kr5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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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에 관한 작은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목 - 자랑에 관한 소견小見들
부제 - 자랑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1. 자랑은 순전히 자기 자신을 자랑하는 것을 말한다. 유명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살 수 있는 것, 좋은 부모를 둔 것 등을 자랑하는 것은 자랑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좋은 친구를 둔 것은 자랑에 속한다.

  2. 더 ‘좋은’ 순서: 비판 > 자랑 > 비난(욕)

  3. 비판은 자랑의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자랑보다는 비판이 더 낫다. 정당한 비판은 이 공동체에 도움이 된다.

  4. 비난(욕)은 쓸모없다. 자랑의 비뚤어진 형태가 비난이다. 자랑할 것이 없는 자는 남을 비난하면서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고 자신을 돋보이려고 한다.

  5. 겸손한척하는 자랑이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더욱 얄밉다.

  6. 가장 높은 경지의 자랑은 ‘대교약졸’이다.
    대교약졸 [大巧若拙]: 재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은 그 재능을 쉽게 드러내지도 않고 자랑하지도 않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도리어 서툰 사람 같아 보인다는 뜻.

  7. ‘내’가 ‘남’보다 잘살아서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것,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 갔는데 도로 상태가 열악해서 한국이 자랑스럽다”라고 말하는 것은 자랑에 속하지 않을뿐더러 낯부끄러운 일이다.

  8.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같은 말은 7번 명제와 비슷한 이유로 자랑에 속하지 않는다. 집단적인 자랑, 남과 비교하는 자랑은 자랑이 아니다.

  9. #페북대놓고지자랑체는, ‘은근한’ 자랑은 자칫하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차라리 ‘대놓고’, 마음껏 자랑하자는 ‘문체’이다. 주의할 점은 ‘뻔뻔하게’ 자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심하게 자랑하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포스팅 밑에 #페북대놓고지자랑체 라는 태그를 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이 태그 하나면 모든 것이 용서됩니다.)

  10. 페북대놓고지자랑체를 사용할 때는 ‘자랑할만한 일이 아닌 것’을 자랑해야 별 탈이 없다. 예를 들어 내 아이가 하버드대학에 들어갔다는 자랑은 ‘#페북대놓고지자랑체’를 달아도 소용없다.

  11. 다음은 #페북대놓고지자랑체 의 시조始祖, 프리드리히 니체의 글이다.
    _
    나는 왜 이렇게 좋은 책을 쓰는가.
    왜냐하면 나는 어떤 새도 날아서 도달해 보지 못한 저 높은 곳에서 왔고, 어떤 발도 디뎌 보지 못한 심연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 책 중에서 어느 하나를 일단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고 하고, 밤마다 잠을 설친다고 나에게 말하곤 한다. 이제까지 내 책만큼이나 자신에 차 있고 동시에 섬세한 유형의 책이 없었다.
    '이 사람을 보라’ 240쪽.

  12. 남자답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것은 여자답지 않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뜻이다. 여자를 2등 시민인 낮은 객체로 만들어야 자신이 주체가 된다. 남을 낮춰야 자신이 돋보이는 자랑은 자랑이 아닌 폭력이다. 7번 명제와 비슷하다.

  13. 영리하고 재치 있는 농담을 잘하며 정치적 지략을 갖추고 있는 데다가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음을 자랑하는 것도 자랑이긴 하지만, 자랑 중에서 가장 얄팍하고 일차원적인 자랑에 해당한다.

  14. 버나드 쇼는 "사람들이 사슬에 매여 있는 것을 자랑으로 여길 때에는, 사슬에서 풀어주는 것보다 사슬에 묶어 두는 것이 더욱 쉽다."라고 말했다. 사슬(시스템)을 거부하고 비난하며 개혁하려는 사람, 이를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자랑스러워하지는 않는 사람, 그리고 이런 사슬(시스템)에 묶여 있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들, 이 세상은 세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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