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멋, 한국인의 삶 6편] 한국인의 정신적인 멋이 서려있는 '도깨비' 이야기
이번 평창올림픽 개막식 공연에서 한국의 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코드로서 등장했던 것이 '도깨비'였다. 이번 평창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을 지휘하고 있는 송승환 감독과 양정옥 총연출은, 우리 문화역사 속에 숨겨져 있는 음양오행 철학 사상을 토대로 하여 그에 가장 걸맞은 상징적인 소재를 하나씩 배치시켜던 것으로 보인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가 그렇고 제천문화를 상징하는 천단문화도 그렇고, 그리고 도깨비와 인면조와 장고춤도 그러하고, 그리고 마지막에 삼신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김연아 선수가 성화봉송 마지막 주자로서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한국에서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는 민담(民譚)과 야담(野談), 그리고 전설(傳說)의 세 가지 형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은 민담의 형식을 빌려서 만들어진,「도깨비방망이」(금방망이 은방망이). 「혹 떼러 갔다 혹 붙인 사나이」·「도깨비감투」(마법의 옷) 일 것이다. 야담의 성격을 지닌 설화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불도깨비, 거인도깨비 등과 같이 눈에 보이는 도깨비와 반대로 사발깨지는소리, 말발굽소리, 기왓장깨지는 소리, 항아리 깨지는 소리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도깨비로 나뉘어진다.
이 밖에 전설에 나타나는 도깨비는 지형이나 유형 가공물과 관계해서 전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경상북도 청송군 내에는 '도깨비다리'라고 불리우는 돌다리가 있다. 전체적으로 약 40°쯤 경사가 있어 물이 넘치기만 하면 금방 쓰러질 것 같지만, 웬일인지 홍수가 나도 아무렇지가 않다. 그 이유는, 비가 오면 다리가 약간 떠내려가지만 밤새 도깨비들이 나타나서 다리를 원위치로 복구하여 놓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다리를 도깨비 다리라 부른다고 한다.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가 어떤 형식을 빌려서 등장하든지 간에, 공통점은 비상한 힘과 괴상한 재주로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짖궂은 장난이나 험상궂은 짓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신으로서 일컬어지고 있는 것은 공통점이다. 그리고 도깨비는 신통력이 있어서 하룻밤 사이에 연못을 메워서 평지로 만들기고 하며, 논에 돌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는가 하면 다시 그 돌을 다 치워서 개똥과 쇠똥을 가득 쌓아 놓는 등 자유자재로 조화를 부리기도 한다. 이러한 신통력으로 도깨비는 인간에게 재물과 복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도깨비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은 삼국유사에 다수가 등장한다고 하니, 그 역사적 기원을 찾는다면 삼국시대보다 훨씬 이전부터 민간에서 꾸준히 전해져 내려온 전통적인 문화임을 알 수 있겠다. 그리고 이 도깨비에 대한 문헌적 기록은 한국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의 역사문헌들 속에서 상당수 존재한다고 하니, 이것은 동양인들 전체의 공통적인 문화임을 알 수 있겠다.
서양에서는 요정이라는 존재를 등장시켜서, 모든 자연의 만물속에는 스스로의 의식을 가진 신성한 존재가 깃들어져 있어서 자연을 다스리고 있다는 상상을 하였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도깨비라는 개념을 가지고 와서 서양의 요정과 비슷한 개념으로서, 모든 만물 속에는 스스로의 신성한 의식이 깃들어져 있다는 토테미즘적 신앙을 가졌던 모양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의식했던 도깨비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또 다른 차이점이 있는 것이, 외뿔, 외눈, 외다리에 뿔방망이를 들고 나타나는 외형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 도깨비를 한자어로 표기해 놓은 기록에는 (獨角鬼 또는, 獨脚鬼: 외뿔, 외다리를 가진 귀신) 으로 표기가 되어져 있다. 왜 한국인들은 토테미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만물의 정령들을 일컬음에, 외뿔을 가진 귀신 혹은 외다리를 가진 귀신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을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능력과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길흉화복에 영향을 미치며, 혹은 권선징악과 해학적인 측면이 가미되어서 착한 일 하는 사람들에게는 복을 내려주는 가공할 힘을 가진 존재로서 인식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어쩌면, 외뿔 외다리 귀신이라는 도깨비에 대한 의미를, 한국인들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외골수 외고집이라는 측면으로 이해를 하고 묘사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곰곰히 그 의미를 잘 생각해보면 그럴듯한 것이, 비록 외골수 외고집의 귀신이라고는 하지만, 자기가 알고 있는 것, 자기가 잘 하는 것, 자기가 있는 곳 밖에는 아는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기 때문에, 자기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에는 엄청난 재능을 뽐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흐름과 중재와 관리적인 측면에서는 아주 무능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한국인의 의식 속에서 도깨비라는 존재는, 그냥 대중적이고 일반적이고 민간적인 수준으로서 머물러 있었던 것이지, 그것이 국가적이고 초월적이고 위엄있는 존재로서는 승화되지를 못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문화속에는, 외골수 외고집 혹은 자신만의 아집과 독선을 경계하고 널리 널리 포용성있고 열려있는 마음으로의 확장을 아주 중요시하게 여기는 문화적 요소가 강하다. 그러나 도깨비 이야기들은 이와는 아주 상반되는 것들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귀신은 비록 외골수 외고집이라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귀신들처럼 그렇게 마음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적 의미를 주기위해서 ('도깨비' , 獨角鬼 = 외뿔을 가진 귀신) 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내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항상 양목님의 새로운 시각과 통찰력에 놀랍니다! :D 도깨비와 외골수, 이러한 관점을 처음 봤는데 역시!! 엄지 척 :)
저는 그래서 돗가비라는 어감을 참 좋아해요. ㅎㅎㅎ
개막식때 도깨비 보고 참 감명 받았었는데,
역사적으로 봐도 도깨비는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것 같아요.
불을 다루는 도깨비, 춤추는 크루들이 나와서 묘사할 때 정말 멋졌어요!!
도깨비의 음을 한자로 차용해 독각귀로 표현한것인지 독각귀를 도깨비로 읽게된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양목님의 글을 읽으니 갑자기 김진명작가님의 '글자전쟁'이라는 책이 생각나는군요.
글 잘읽었습니다^^
도깨비는 시초에 한자어가 아니고, 우리말에서 기원한 듯 합니다.
그것이 한자어로 표기되면서 독각귀가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독각귀(외뿔귀신)으로 한자표기를 했느냐는 겁니다
도깨비에 관한 글을 포스팅 해주셔서 즐겁게 읽고 갑니다
작년에 티비앤에서 방송한 도깨비가 생각 나네요
감사합니다
험악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의 도깨비에요. 일본의 오니와는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이죠. 잘보고 갑니다~
도깨비
참 친근한 단어네요^^
전문직이네요. ㅎㅎ 이국종 교수가 생각납니다.
도깨비는 요정과 같은 존재였으나 도깨비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의미의 해석은 일제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은 있습니다.
사실인지는 확인은 못했지만 역사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 도깨비가 귀신과는 다르게 신에 가까운 존재였던 것은 맞을 것 같습니다.
도깨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글인거 같아요! 그리고 왜 그들의 존재가 희미해졌는지, 그들의 외골수 외고집적인 캐릭터에 대해서도요. 역시 믿고 보는 양목님 글!! +,.+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