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두 번 읽는 독서에 관하여
어제 집에 들어가다가 흐드러지게 피어난 목련과 벚꽃이 보았습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었는데 어느덧 외투를 벗고 걷고 있는 저를 발견하니 또 한 번 너무 시간에 묻혀서 사는 것이 아닌가 반성을 했습니다.
각자 맡은 일과에 집중하다 보면 시간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저를 발견합니다. 자동차도 우리가 구입한 후 정기적인 검진을 받듯이 우리도 스스로가 제대로 된 목적을 향해 걷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종종 브레이크를 걸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 제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여러 소속으로 사회생활을 하는데 시시때때로 생기는 일을 처리하는데 시간을 활용하다 보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많은 것을 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독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몇 달 전에 다독에 대한 중요성을 알려주는 장인옥 씨의 [일일일책]이란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보지는 못했으나 아마도 다독을 통해 인생을 바꾼 귀중한 경험을 나눠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다양하게 다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를 경험하며 인생의 목표를 다시 세워볼 수도 있고, 지칠 때 위안을 얻을 수도 있으며, 이정표가 없는 인생길에서 지도 역할도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성격이 좀 급한편이고, 빠른 시간내에 인생의 오의(?)를 깨우치고 싶었기 때문에 다독을 가장 중요한 목표점으로 삼고 독서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양한 책들을 읽어왔는데, 어느 날 기회가 있어 저처럼 책을 많이 읽는 친구와 재미있게 본 책들에 대해 담소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서로 자기가 감명 깊게 본 책을 소개해주기로 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머릿속에는 정말 재미있고 뜻깊었던 책이 막상 얘기해주려고 하니 책을 읽었을 때의 ‘느낌’ 밖에는 남지 않았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독서도 ‘깊이’가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혹시 내가 책 한 권을 두 번 이상 읽었던 적이 있었는지 말입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그런 기억이 없더군요. 그나마 서평이라도 몇 줄 적어놓은 책은 몇 구절이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었으나 그렇지 못했던 경우는 아예 깜깜이입니다. 러시아 소설 같은 경우에는 주인공 이름도 가물가물할때가 있을 정도로요. 분명 그 책을 읽었던 당시 큰 감명을 받아 많은 줄을 쳐놨음에도 불구하고 제 뇌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참 속상했습니다. 나름 많은 책을 읽어왔다고 자부했던 제 오만함이 한순간에 가루처럼 녹아버렸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제게 있어 지금까지의 독서 생활은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한 하나의 눈가림의 수단이 아니었을까라는 슬픈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일부 비하도 있지만요.
독서가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을 우리는 여러 매체를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많은 선생님이 있는데 가장 적은 기회비용으로 만날 수 있는 선생님 중의 하나가 책입니다. 제가 가려고 하는 길이 어렵거나 막혀있거나 세상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 찰 때 채사장님이 [열한계단]에서 서술한바와 같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책에서 찾는 행위는 굉장히 진취적인 행동이고, 자신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가 현재 고민하는 많은 것들은 그 배경에 과학적 산물이 덮여있을 뿐이지 본질은 비슷합니다.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다룬 [미움받을 용기]에서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부터 발생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정말 맞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매일 열심히 고민하는 상당히 많은 일이 대부분, 어쩌면 모두 인간관계에서 비롯한 문제들입니다. 이런 문제는 스스로 인식을 하고, 그 답도 스스로 찾아야 하기에 더욱 풀어내기 어렵습니다. 이를 도와주는 것이 독서입니다.
다만, 독서도 잘 해야 합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잡고 읽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더 깊이 있게 읽어야 함을 최근 일을 계기로 크게 느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좋은 책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좋은 책을 찾다 보면 ‘자기에게 잘 맞는 좋은' 책은 많이 없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문제는 얼핏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각자의 상황이 다르고, 스스로가 원하는 책의 종류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독한다는 것은 어쩌면 제게 가장 필요한 좋은 책을 찾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책을 찾았다면 여러 번 읽어봐야 합니다.
전 요즘에 제가 좋아했던 책을 다시 꺼내 읽고 있는데요, 본적이 없던 책을 읽었던 것과 같이 제게 신선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하긴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몇 백 쪽 이되는 책을 한 번 쭉 읽고 책이 가진 내용을 얼마나 깊게 이해했겠으며, 시간이 지나도 기억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특히, 저는 책을 읽을 때 줄을 치면서 읽는 편인데 나중에 다시 봤을 때 이 문장들조차 제게 낯설더라고요.
그럼 그렇게 두고두고 봐야 할 책을 찾았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에 여러 책을 읽다 보니 계속 머리에 맴도는 책이 있었는데 위에서 말씀드린 [미움받을 용기]와 [데미안]입니다. 워낙 유명한 책들이니 읽어보신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희한하게도 데미안은 한 번 완독을 한 후 바로 책을 다시 잡았는데 또 다른 맛이 느껴졌습니다. 참 같은 글인데 읽었던 시간이나 당시의 심리 상태 등으로 책이 제게 주는 느낌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지난겨울이 정말 춥더니 이번 여름은 정말 더울 것을 예고하는 듯 날씨가 벌써 후덥지근합니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되지는 않았으니 더워지기 전에 여러 번 읽을 만한 책을 찾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다독보다는 좋은 책을 몇 번이든지 정독을 하시고 책 속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맛을 느끼는 독서를 꼭 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저도 열심히 책을 읽고 동생에게 인상깊은 구절을 얘기하려는 순간 막막해지는 경험을 여러번 하고서는 나는 눈으로 읽었구나 반성한 적이 있어요. 분명 감동받았는데 정말 느낌만 있고 내용은 휘리릭~~
조금더 생각하며 독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오늘 책 한장이라도 보고 자야겠네요.
일깨워주는 글 감사합니다.
저하고 비슷한 경험을 하셨네요 :) 저도 다른분들께 설명드리고 싶은데 생각이 잘 안나서 속상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좋은 독서 하시기 바랄게요 나무님 !!
감사합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맞다요 맞아요~
한번 읽은 책은 잘 안읽게 되더군요! 내용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 있어서... 읽었는데 뭐~ 그렇게 지나치게 되더군요!!
기억에 남는 책... 다시한번 읽어 봐야겠네요^^
안녕하세요 노인님!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 :) 예전에 재미있게 보셨던 책들 다시 한번 꺼내보시면 분명히 다른 느낌을 받으실거에요 :)
저도 좋은 책, 필요한 책은 꼭 두 번씩 읽습니다. 그러니까 확실히 이해되고 남는 게 훨씬 많아지더군요.
오랫동안 정성스럽게 쓰신 글 잘 봤고 팔로우했습니다.
모든 고민이 인간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얘기는 의미가 큽니다. 제가 그 인간관계와 관련된 칼럼들을 쓰고 있습니다.
더불어 유머도 직접 창작하고 있습니다. 한 번 구경오십시요 @isson99
고맙습니다. 꼭 구경 가도록 하겠습니다 :)
네 꼭 구경오십시요
정독파라 그런지 두 번 읽는 경우가 거의 없긴 합니다. 한 십수 년 지나서 개정판이나 다른 번역판이 나와서 다시 읽은 적이 있긴 하네요. 말씀하신 대로 세상에 좋은 책이 많다 보니 새 책을 읽고 싶은 욕구가 더 크게 발동하네요.
정독파시라니 부럽습니다. 저는 빨리 마무리하고 다른 책을 봐야한다는생각에 너무 책을 급하게 다뤘던 것 같습니자. 오히려 좀 더 먼 길을 돌아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항상 값진 글 올려주셔서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쳐지나가듯이
읽어가며 독서를 해오던 저에게는
한번 생각해봄직한 글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저도 스쳐지나가듯이 읽다보니 제 머릿속에는 남는게 별로 없더라고요...
저도 책을 감명깊게 읽고 설명하려고 하면 아차 할 때가 많았던 기억이 있어요. 느낌과 여운은 남아 있는데 내용은 두서없이 제 머리에 남아있더라구요. 이번 주말은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봐야겠습니다:)
저하고 같은 경험을 하셨군요 토시님 :) 기억나는 좋은 책 있으시면 추천도 해주셔요 !
좋은 책을 보면 정말 여러번 꺼내서 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어린왕자를 참 좋아하는데요.
매년 읽어보는 것 같아요. 데미안도 제가 학창시절때 정말 좋아했던 책이에요.. 비가 오니 좋은 책 한 구절 나눠드리고 싶네요
요즘 읽고 있는 책인데요.
참 좋은 구절입니다. 저는 @agood님이 데미안이란 책을 매우 좋아하셨을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제게 주신 이 구절도 정말 마음에 들어요. 감사드립니다.
vixima님 [미움받을 용기] 좋게 읽으셨군요!
왠지 그동안 쓰셨던 에세이와 궤를 같이하는 책인것 같은데요^_^)
저는 아들러에게서 대화법의 힌트를 많이 얻었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미뤄둔 요즘을 돌아보게 되네요.
아참, 그리고 날씨가 벌써 후덥지근 하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