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생활] 외식의 강약중강약 (feat. 한 끼의 행복함) _by키만

in #kr8 years ago


KakaoTalk_20180717_161114034.jpg


효밥이와 나는 둘이서 하루 예산 5만 원으로 사는 세계 여행가다. 우리가 책정한 5만 원에는 항공비, 숙소, 식비, 교통비, 레저, 쇼핑 모든 것이 포함된다. 그 말의 뜻은 무엇이냐 하면,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이 5만 원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슬픈 이야기다. 어떤 날은 2만 원으로 버티고, 어떤 날은 3만 원으로 버티며 마련한 티끌을 모아, 항공권도 사고, 레저도 하고, 비자 값도 내고 있다. 예산을 아끼겠다고 밥을 굶지 않는다. 밥은 여행자의 힘이며, 낙이니까. 숙소 역시 까다로운 기준으로 고르는 편이라, 우리의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숙소다. 효밥이와 나는 창문 없는 방은 절대 예약하지 않고, 웬만하면 더블 룸을 선호한다. 이쯤 되면 '너네 도대체 돈을 어떻게 아끼는 건데?'라는 질문이 나오겠지?


KakaoTalk_20180717_161120081.jpg

우리의 돈은 주로 '부엌'에서 아껴진다. 인건비가 비싼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는 외식 한 번 하면 지갑이 탈탈 털린다. 대신 parknsave나 woolworth 같은 대형 마트에 가면 질 좋고 맛있는 고기와 야채를 싼 값에 구할 수 있어서 우리는 거의 1일 1마트를 생활화했다. 물론 주말에만 열리는 선데이 마켓에 가서 1 호주 달러짜리 멜론을 사는 현명함도 생활화했다. 요리를 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게 저렴한 동남아의 나라에서는 주로 외출하기 귀찮은 아침에 집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절약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늘어나는 것은 요리 실력이요. 여행 450일째가 되니 밖에서 사 먹는 음식보다 더 맛있는 요리를 하게 되었다. 탕수육, 스테이크, 설렁탕, 샤브샤브, 김밥, 등갈비찜, 닭다리 스테이크, 홍합요리, 김치 담그기, 샌드위치, 양고기구이, 육개장, 바질 페스토 파스타, 짬뽕, 치킨, 오징어볶음, 피자, 보쌈 등등.


놀랍게도 외식을 줄이고 집 밥을 해 먹자 우리가 정한 예산에 맞춰지긴 하더라. 하지만 아무리 집에서 멋진 정찬을 차려도 진짜 맛있는 음식은 '남이 해주는 요리'라 그랬다. 장도 안 보고, 요리도 안 해도 되고 뒷정리의 고민이 없는 '남이 해주는 요리'가 땡길 때는 어설픈 식당이 아닌 정말 좋은 레스토랑으로 간다. 지난주는 특히 해외에서 맞는 우리의 두 번째 결혼기념일이라 평소보다 더 맛있는 한 끼가 먹고 싶었다.


KakaoTalk_20180717_161131472.jpg


조지아를 검색하면 '카즈베기 룸스 호텔의 스테이크'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카즈베기까지 가지 않아도 트빌리시에서도 그 맛있다고 소문난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 훌륭한 서비스를 받으며 립아이 스테이크와 필레 스테이크 그리고 사이드 메뉴로는 구운 야채를 각자 시켰다. 스테이크에 와인이 빠질 수 없지. 우리는 룸스 호텔 하우스 레드 와인까지 시켰다. 식사를 끝낸 후에는 종업원의 추천을 받은 뉴욕 치즈케이크와 아메리카노까지 주문하며 완벽한 코스 요리 주문을 끝냈다.


KakaoTalk_20180717_161137299.jpg

식전 빵과 함께 서빙 된 와인.


KakaoTalk_20180717_161146263.jpg

스테이크에 가니쉬가 따로 안 나오는 줄 알고 각자 시킨 구운 그릴 야채.


KakaoTalk_20180717_161141706.jpg

치즈 소스가 뿌려진 립아이 스테이크. 양이 꽤 많다.


KakaoTalk_20180717_161203129.jpg

미디움 레어로 주문한 안심스테이크.


미디엄 레어로 잘 구워진 스테이크를 한 조각 썰어 입에 넣고, 버터향이 베어든 육즙을 느낀다. 그리고 와인의 주종국답게 어떤 와인을 시켜도 맛있는 조지아 하우스 와인을 한 모금 마신다. 그릴의 불 맛이 입혀진 구운 야채와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치즈 케이크. 그리고 트빌리시에서 보기 드물게 원두의 향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아메리카노까지. 아, 진정한 행복한 한 끼로구나.


조지아 트빌리시의 현지 식당에서 먹는 요리의 가격은 5 라리.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룸스 호텔 레스토랑'의 스테이크 가격은 31 라리. 당연히 세금 18프로 불포함. 보통 둘이서 외식하면 20 라리면 충분, 하지만 오늘 우리가 먹은 음식의 가격은 127 라리. 한 끼의 행복함을 누릴 때는, 거침없이 누린다. 그래야 그동안 집 밥 먹으며 아낀 보람이 톡톡히 느껴지니까.


모든 일에는 강약중강약이 있어야 조화롭다. 여행가의 지갑 역시 강약중강약으로 열어줘야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법이다.


조지아 가로.jpg

Sort:  

Congratulations @twohs! You have completed the following achievement on Steemit and have been rewarded with new badge(s) :

Award for the number of posts published

Click on the badge to view your Board of Honor.
If you no longer want to receive notifications, reply to this comment with the word STOP

To support your work, I also upvoted your post!

Do not miss the last post from @steemitboard:
SteemitBoard World Cup Contest - The results, the winners and the prizes

Do you like SteemitBoard's project? Then Vote for its witness and get one more award!

음식에는 단짠단짠느매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여행에도 단짠단짠을 적절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 D 블루엔젤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셔요! by 키만

무더위에 완전 지친 하루였어용...ㅠㅠ
시원하고 행복한 밤 보내셔용~ ^^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멋진 계획과 그걸 또 즐겁게 해내시는군용!
글도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팔로하고 갑니당^*^

남들에 비하면 '강'도 아닌 외식이었지만 오랜만에 맛보는 제대로 된 스테이크에 참 행복했습니다. 레몬트리님 자주 피드에서 봐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y 키만

오늘은 경제부장님이시군요^^
남이 해주는 맛난 밥이 먹고플 때가 있지요~!!
스테이크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남이 해주는 맛난 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는 것 같아요. 특히 어제는 초복이라 남이 만들어주시는 삼계탕을 얻어먹었는데, 제가 해서 먹을 때보다 어찌나 더 맛있던지 ㅎㅎ 행복한 초복이었습니다. 오렌지님은 초복 잘 챙기셨나요? ^^ by 키만

이렇게 볼때마다 조지아가 궁금해집니다. ㅋㅋ

본의 아니게 조지아 여행 홍보대사가 되고 있네요 ㅋㅋ 조지아에는 한국 여행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2~3년 안에 조지아도 한국 사람들에게 굉장히 익숙한 여행지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by 키만

제대로 지갑을 활짝 여셨네요.
그래도 식단이 훌륭하고, 게다가 결혼기념일이니, 이 정도로 활짝 여신 거 정말 잘하신 거에요.
융통성 없는 삶은 너무 답답하잖아요.^^

네 맞아요! 저 날은 정말 기분좋게 지갑열고 마음도 열고 사랑도 뿜뿜 솟아났습니다. 스테이크 맛이 너무 좋아서 다음에 또 가려고 해요. 저희가 육식러버라 1일 1고기를 하는데, 조지아에 있는 동안 싸고 맛있는 스테이크를 많이 먹고 가려고 마음 먹었어요. 남은 조지아 생활동안 지갑이 활짝 열릴 것 같아여... ㅋㅋㅋ by 키만

여행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본보기를 보여주시는 군요!
강약중강약..인생에서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강약중강약은 어디서든 참 중요한 마음인 것 같아요:) 디디엘엘님이 축하해줘서 더 기억에 남는 결혼 기념일이 될 것 같아요 ㅎㅎ by 키만

결혼기념일인데.. 그정도는 해야죠. ^^;
저흰 올해가 10주년이었는데.. 동네맛집에서 낚지볶음으로 때웠네요. ㅋㅋㅋ

젊어서 여행할때는 하루 세끼모두 샌드위치였는데..
마트에서 산 식빵/햄/슬라이스치즈 로 다음날 먹을 3끼 식량을 만들어두고... 야채를 위해 사과 3개... --;;; 물은.. 모아둔 페트병에 터프워터...
그렇게 석달 정도 다녔더니........ 막판엔 신물 나더군요.. -
-;;;
유럽이라 물가가 워낙 비싸서.. 외식은 꿈도 못 꿨습니다. :) ㅋㅋ

아 부엌 하니 생각나는게.. ㅋㅋ 위 거지처럼 여행하다가 가끔 현지인 친구네 가면... 제가 먹고 싶은걸 잔뜩 해먹었어요. ㅋㅋ 핑계는 "한국요리" 소개 시켜 줄게..... 할줄아는건 많지 않아서... 양념치킨이나 된장찌개(된장/고추장을 배낭에 매고 다녔습니다. )가 거의 다 이긴 했는데.. ㅋㅋㅋ 그때가 젤 행복했죠..
밀린 빨래.. 하고.... 그집 어머님이 해주시는 밥(? 스파게티?.. 요리?)에...

추억이네요.. 부럽습니다.. 부러워요.. 배아파요.. 다시 신물이 나도 좋으니..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앗! 저희도 '한국 요리' 해줄게 라는 레파토리 많이 써먹었어요. ㅋㅋㅋ간장 치킨 조림, 계란 말이, 오징어 볶음, 김밥 같은 거 해주면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덕분에 저희도 굶주린 배도 많이 채웠죠! 하하. 투루노님이 가끔씩 댓글로 해주시는 여행 이야기 들으면 정말 재밌었을 것 같아요. 힘들었다고 쓰셨지만 글을 읽는 동안 고생 + 재미가 같이 느껴지거든요 ㅋㅋ 고생은 돌이켜보면 다 추억으로 미화되기도 하구요. by 키만

미약하지만 풀봇으로 응원합니다 ㅎㅎ
늦었지만 결혼기념일 축하드리구요~ 행복하고 건강한 여행되시길 바라요^^

풀봇 감사합니다 ^^ 저희도 미약한 처지라.. 보팅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합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스팀잇에서 받는 축하는 정말 진심이 우러나는 것 같아서 늘 기쁩니다! by 키만

지인이 추천해줘서 왔어요👍🏻😆 정말 멋진 생활 하고 계시네요! 저도 해외에서 한 달 살기를 계획하고 있어요!! 디지털 노마드 제가 꿈꾸는 생활입니당ㅎㅎㅎ팔로우 하고 갈게요🙌🏻

어머나! 저희를 추천해주신 지인분이 누군지는 몰라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 yumeya님 반갑습니다. 해외에서 한 달 살기 참 재밌는 것 같아요. 좋은 한 달 살기 하시기를 바랄게요. 혹시 디지털 노마드나 한 달살기에 관해서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 물어보셔요 :) by 키만

네네 너무 감사합니다! 준비하는 동안 궁금한거 있으몀 여쭤볼게요😁 추천해 주신 분은 @lemon-tree 님이세여ㅎㅎ

레몬트리님이셨군요! @lemon-tree 님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by 키만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2
JST 0.084
BTC 61656.48
ETH 1593.99
USDT 1.00
SBD 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