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

in #kr3 years ago (edited)

펍의 바텐더는 술과 음료, 안주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합니다. 가끔 제게 친밀감을 표시하며 술을 권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가급적 정중히 사양합니다. 일을 하면서 술을 받아 마시기 시작하면 건강을 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취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일에도 소홀해지기 때문입니다.

테이블에 동석할 것을 요청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팬이라 하시니 고마운 마음에 잠깐 테이블에 함께 앉기도 합니다만, 잠깐 인사 드리는 것 빼고 계속 자리를 지킬 것을 요구하시는 건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것입니다. 팬의 입장이라 하시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착취하는 것이죠. 제 상식에 그건 예의가 아닙니다. 오늘 어떤 분이 그러시길래 제가 그랬습니다. "존경하신다는 평론가가 바텐더로 일하고 있으니까 만만해 보이십니까?"

팬을 자처하고 찾아오시는 분들께 누차 얘기하는 바, 팬이라면 그 사람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너를 좋아하니 나를 봐달라"고 떼를 쓰면 저의 팬이 아닌 것입니다. 나는 한번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의 진정성이 그런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그 사람이 지향하는 가치를 잘 알고 실천하는 것이죠.

다른 술집의 바텐더는 어떠는지 모르겠습니다. 20세기소년은 감정노동을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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