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공동체
20세기 소년 임시 휴업 나흘째, 매일 할 일을 수행하고 있다. 벽면을 페인트칠하고 집기들을 빼거나 위치를 바꾸고 새로운 메뉴를 조리해서 시음해보고,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법을 배우고 연습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20세기의 여름' 프로젝트를 위해 프로그램 기안을 하고 일정을 짜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정신없고 바쁜 와중에도 4명의 팀춘자 멤버들과 나는 매일 파티를 하는 기분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일요일에는 건물 관리인께서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는 킥오프 파티를 주선해 흠뻑 취했다. 그날은 포토그래퍼인 빠박 김작가가 나타나 이것저것 궂은 일을 도와주었다. 페인트 롤러와 해머드릴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그 덕분에 우리는 적지 않은 고생을 덜 수 있었다. 그는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사흘을 계속 출석해 일을 도왔고, 오늘은 소수점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또 다른 분과 빠박 작가의 친구이자 전직 연예부 기자도 현장에 나타나 지하 공간의 세팅 작업을 도와주었다.
나는 이 흐뭇한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즉석 삼겹살 파티를 제안했다. 마트에서 산 삼겹살을 구워 저녁을 대신했다. 그러고 보니 노동 후에 동료들과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는 게 얼마만인가 싶다. 그러는 사이 목이 마른 손님들이 맥주 한 잔 달라며 문을 두드렸으나 우리의 축제만큼은 방해 받고 싶지 않아 문전박대해야 했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20세기 소년을 개업한 뒤로 가장 충만한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다시 되새겼다. 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함께 하는 이들과 모종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일에 집중하니 더욱 행복해진다. 그건 최근의 내 일상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는 이상한 일이되, 조금 더 먼 과거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내 삶의 연대기에서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는 시간은 언제나 동료들과 뭔가 변화를 모색하고 함께 행동했을 때니까. 이익 공동체가 아닌 가치 공동체에 속해 있을 때 말이다. 우리는 이 가치 공동체의 확장을 노린다. 당신이 정의를 사칭하여 이익을 추구하는, 비겁함을 현명함으로 착각하는 이 권력 주변의 시정잡배가 아니라면 언제든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팀춘자의 동지들도 나와 같은 기분일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이 고된 나날들 속에서 그렇게 유쾌할 수가 없다. 너무 오랫동안 혼자였던 나는, 이 시끌벅적함을 사랑하게 되었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D
한 달 전까지는 상상도 못한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