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9월 01일
그야말로 길지만 즐거운 주말을 보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을 했다. 그리고 아이들도 오늘은 모두 일찍 와서 수업이 생각보다 훨씬 일찍 끝났다. 오늘까지 마쳐야 할 일도 동료들이 마무리를 훌륭하게 해주어서 너무 좋았다. 아버지가 오셔서 외식을 할까 하고 일찍 퇴근했는데, 약속이 있으신지 일찍 가셨다. 난 오랫만에 일찍 퇴근해서, 게다가 직장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와서 6시도 되지 않은 시간부터 지금까지 쭉 놀았다.
야구를 봤다. 내가 좋아하던 선동열이 감독을 맡았는데, 선수선발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여하튼 왜 굳이 욕먹어가며 그리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선에서 대만에 졌지만 결국은 우승을 해서 다행이긴 하다. 타자들 면면을 보니 모두 각 팀의 에이스들만 모여 있어서 이 멤버로 못 이기면 참 창피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졸전이었다. 양현종 덕분에 겨우 이긴 것 같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고, 여하튼 최선을 다해서 체면치레를 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축구를 봤다. 야구 보면서 사실 쇼파에 누워 조금 잤다. 자고 일어나니 이겼었는데, 축구도 뭔가 결승전의 부담때문에 그런지 잘 풀리지 않는 경기였던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연장전이 시작되자마자 이승우가 골을 넣고, 항희찬이 멋진 헤딩골을 성공시켜, 마지막에 한 골을 먹으면서 다소 불안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잘 마무리를 한 것 같다.
그리고 주말에 내가 즐겨보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봤다. 다시 보기를 해서 봤는데, 요즘엔 끝나면 12시도 안되어서 그 날 바로 올라와서 좋다. 최근에 배운 용어중에 '서부남주앓이'란 말이 있다. 남자 조연에 푹 빠지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라는 데, 페북에서 배웠다. 여하튼 나름 멋진 유연석이 연기하는 구동매가 총에 맞는 장면으로 끝이 나는데, 20부작이라 다음주가 마지막인 듯 싶다. 결국엔 우리나라 드라마니까 다들 애기씨 편에 서서 조국을 구하는 쪽으로 뭐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다.
이 드라마 보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이 신분제 사회에서 가장 말단을 차지하던 이들의 삶에 국가가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도 과연 국가는 스포츠를 보며 열광하듯 그런 애착의 대상이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떤 이들은 그런 지적을 했다. 해방 이후 물가가 1000%씩 오르던 시절에 오히려 일제 시대가 살기 좋았다며 한탄하던 이들도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위 국뽕이란 용어로 지나친 비이성적 애국심을 비판하는 용어도 있는데, 그야말로 가치관의 충돌이 혼재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삶이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정해 실천해 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아주 우연히 이 나라 대한민국에 70년대말에 태어나서 나름 고등교육을 받고 지금 먹고 살고 있는 나. 흙수저니 금수저니 말이 많지만 나야 말로 전형적인 흙수저인데, 부의 대물림같은 걸 가지고 사회를 탓하고 살고 싶진 않다. 내가 남들보다 벌이가 좋은 건 너무나 우연한 일이다. 나말고 연예인 같은 사람들. 혹은 그야말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의 그 삶은 정말 우연이 결정한 부분이 크다.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음주부터 다시 읽어보기로 했는데,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 나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모든 것이 결국 다시 생각해 보면 사회에서 정한 조건이나 규칙, 약속이라는 질서 속에서 공교롭게 나의 재능이 보상을 많이 받는 그런 영역에 속해 누리는 혜택이라 생각해야 한다는 내용이 언뜻 기억이 난다. 지금이야 욕을 무진장 먹는 안철수도 한 때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다른 건 차치하고 그런 생각 자체에 찬성이다.
하루 하루 나의 생계를 위해 살아가기 바쁘다. 그리고 사교육 종사자로서 나보다 나은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런 삶을 사는 이들도 나누며 살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 꿈이 언제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으나 지혜롭게 작은 실천부터 조금씩 해보고, 그렇다고 현실적이지 못한 무리한 결정을 하지는 않고, 무엇보다 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온전해야 다른 이들과의 아름다운 관계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이니, 나의 선배 말처럼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대상이 되게끔 노력하며 살아야겠단 생각은 늘 한다. 뭐, 그게 또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나 자신이 거기에 가치를 두고 살아간다면 그걸로 족한 것 아닌가 싶다.
내일도 잠시 나갔다와야 한다. 추석 전에 시험을 치르는 아이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은 이제 바짝 공부좀 시켜야하고, 나도 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까. 결국 모든 일들이 순리대로 잘 풀려나갈 것이라 기대하고, 열심히 오늘도 하루살이를 해야되겠다. 그럼... 가즈앗!!! ㅋ
전에 설민석 선생님 강좌에서도 그런 얘길 들었어요. 임진왜란 때 미리 조선을 정찰했던 일본 신하가 일본에 가서 말하길, 고관대작들이 백성의 고혈을 빼먹고 있고 백성이 신음하고 있으니, 일본이 쳐들어가서 조금만 잘 얼르면 백성들은 환영할 거다, 라고요.
근데 오히려 가장 비참했던 백성들이 들고 나서서 일본과 싸웠죠. 그들에게 조국이란 무엇이었을까요? 국가간 대항 스포츠도 없는데 어디에서 국뽕을 맞은 걸까요?
맞서 싸울 정도면 조국은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한 곳이 아닐까 싶어요. 그 정도 되어야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지 않을까요? 주말 잘 보내세요~ 가즈앗!!!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