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빙 빈센트 감상기_상] 10년을 쏟아부은 거대한 프로젝트

in #kr6 years ago

결국, 러빙 빈센트를 보다

100여 명의 작가가 10년간 65,000점의 유화를 직접 그려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제작 공정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만 해도 지난한 과정을 통해 성공적인 상연을 하고 극찬을 받은 애니메이션 영화가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만 40만 명의 관람객이 관람하고 그 가치를 인정한 영화죠.

<러빙 빈센트 Loving Vincent>입니다.

개봉 당시 우연히 보게 된 티저 영상을 보면서 사실은 이 영화를 볼까 말까 많이 망설였었습니다. 고흐의 작품을 좋아합니다만, 아무리 “별이 빛나는 밤에The Starry Night(아래 작품)”처럼 아름다워도 정신병원에서 완성한 이 작품을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있으면 뭔가 여기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죠. 그리고 약간 몽상적이 된달까, 최면이 걸리는 느낌이랄까, 저는 그렇습니다 -_-;;

그런데 영화 전체가 이러한 터치로 되어 있다면 얼마나 신비감이 떨어지고 산만할까, 하는 것이 제가 관람을 망설인 이유였습니다. 게다가 회화 작품은 오리지널리티가 그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화풍으로 유화를 그려 이어 붙여 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고 해서 얼마나 자연스러울 것이며 얼마나 감동이 있을까 하는 의문도 가졌고요.

그리고 미루고 미루다 결국 영화관이 아닌 TV에서 드디어 <러빙 빈센트>를 감상했습니다.

그.러.나. 저의 생각이 조금 짧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네, 물론 제가 가졌던 의문 중 일부는 실제로도 그러했고, 심지어 몇몇 순간에는 내용에 집중하기가 살짝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솔직히는 유화의 터치가 그대로 드러나는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 자꾸 화면을 멈추고만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시각적인 감동을 맛보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대형 화면으로 보지 못한 저의 게으름과 망설인 시간을 원망했습니다.

시청 후, 저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러빙 빈센트>에 대한 검색을 시작했고 구체적인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볼 계획이 있는 영화의 정보를 미리 잘 찾아보지 않는 편입니다. 스포에 노출되고 싶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이의 감상평으로 인해 저만의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느낌적 느낌이랄까요. 그러면서 이렇게 감상평을 남겨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관 상영도 거의 끝났고, 보시려고 마음먹었던 분들은 대부분 보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몇 자 주절거려 봅니다 :)


[러빙 빈센트]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영상

출처 : 유튜브 [러빙 빈센트]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영상, 게시자 : stardailynews

본 챕터는,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위 영상의 내용을 텍스트로 정리한 것으로, 다른 홍보물에서 참고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영상에서 자막으로 나오는 내용입니다. 실사 화면이 작품으로 적용되는 과정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싶었고요, 6:25짜리로 그리 짧지만은 않은 영상이지만, 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D

이 영화는 세계 최초로 기획, 제작된 장편 유화 애니메이션으로, 반 고흐의 작품 94점(어떤 홍보물에서는 130여점이라고 하네요)을 영화 속에서 재구성 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4천 여 명의 화가들에게 오디션을 거쳐 107명(허핑턴포스트 홍보 영상에는 125명이라는 설도...)의 화가를 뽑아, 이들에게 65,000여 점의 유화를 그리도록 했다는데요, 공식 홍보자료들 중에도 서로 66,960점 혹은 62,450점으로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보면, 작품의 수가 정확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사실 너무 놀라워서 그 정도 차이는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한마디로 그냥 “영화”나 “애니메이션” 이라기보다는, 거대한 하나의 “프로젝트”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영화의 감독인 도로타 코비엘라는 화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면서 고흐의 생애를 다룬 영화를 그림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단편으로 계획했던 작품은 휴 웰치맨과 공동 감독으로 장편 영화를 제작하게 되는데요. 많은 이들이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라고 했지만, 고흐의 작품 세계를 감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들은 실제 유화 기법을 고집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방법으로 제작을 시도하게 되는데, 그림과 애니메이션을 분리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영화 내용의 각 캐릭터를 촬영하여 실제 배우의 동작에 시각 효과와 CG를 결합, 프레임을 구성한 뒤, 그 장면에 유화를 전문으로 그리는 화가들에게 고흐가 사용하던 특유의 붓질과 색채를 재현하도록 했다는 겁니다. 몇 장면을 테스트한 뒤 엄청나게 좋은 피드백으로 자신감을 얻은 제작팀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제작 공정에 들어가는데요.

투입된 100여 명의 화가들은 애니메이션의 기본 기법을 인지해야 했을 뿐 아니라 고흐 특유의 색감이나 기법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했고, 촬영된 실사 장면과 그림을 접목하는 과정에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습까지 그림으로 표현해야 했습니다 +_+
이런 엄청난 능력을 갖춘 107명에 달하는 어벤져스 팀에게 2년 동안 62,450점(66,960점 인지도...)의 유화를 완성하는 미션이 부여됩니다. 즉, 그림그리는데만 2년이니까 나머지 8년은 기획하고, 촬영하고, CG랑 결합하고, 테스팅 하고, 편집하고, 음악만들고 등등등의 기간이었겠지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94점(뭐.. 어쩌면 130점)이 반영되었다고 하는 고흐의 작품을 영화로 재해석하는 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세로로 된 작품을 영화의 가로 프레임(이것도 작품 감상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일반 와이드 스크린 16:9 비율이 아니라, 캔버스 비례와 비슷한 1.37:1의 비율을 사용했다고 하네요)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그림을 늘리거나 바꾸는 재해석 과정이 필요했던 거죠.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라도 영화의 내용과 계절이 다르면 이 또한 고흐의 다른 작품들에 나오는 계절을 연구하여 반영했다고 하네요.

또한 고흐 작품은 활동 시기에 따라 조금 다른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어서 주인공(영화의 주인공은 고흐가 아니라 ‘아르망’이라는 젊은이입니다)이 다른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에 등장해도 사용한 원작과 최대한의 조화를 이루게 하기 위해서 조금씩 다르게 표현했다고 합니다. 고흐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은 흑백사진 스타일의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원작에 없는 장면들을 최대한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제작했다고 하니, 기획부터 완성까지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치밀한 제작진은, 고흐의 초상화는 보는 그대로 그려진 것이 아니라 모델의 영혼까지 전달하고자 했던, 현대미술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도였다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즉 초상화를 통해 고흐만의 느낌으로 표현된 모델의 감정과 표정을 영화에서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영화로 촬영하는 인물들의 캐스팅에 매우 신경을 썼는데요.

최대한 모델과 닮은 인물들을 캐스팅해서 그림 속 인물이 실제로 살아난 것처럼 표현했습니다. 제가 봐도 참 캐스팅을 잘 했다 싶었는데, 특히 의사로서 고흐의 마지막을 보살폈던 ‘닥터 폴 가셰’로 캐스팅된 ‘제롬 플린’은 초상화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것 같았어요. 작품과 유화로 표현된 그림 컷, 그 장면을 연기한 배우들의 모습을 함께 편집해 둔 [러빙 빈센트 비하인드 스토리 영상]을 보시면 무릎을 치실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다 보니 또 글이 길어지고 있네요;;
링크한 비하인드 영상도 보시려면, 제 글이 너무 길어져 지루하실 것 같아 상, 하로 나누어 한숨 쉬고 나머지 후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편에는 간략한 줄거리 소개와 본격적인 저의 감상 후기를 써보려고 해요.
대역폭을 좀 피해보려고 처음으로 대낮에 포스팅을 해 보았네요. 해야할 일들을 내팽개쳐 두고는;;;

busy를 처음으로 써 보려고 했는데.. 포스팅은 마스터키로 로그인 해야만 되는가봐요;;
액티브키로 로그인한 상태로는 글이 올라가지 않네요.
하지만 어쩐지... 중요한 비밀번호를 계속해서 노출하는 불편한 기분이 들어 일단 포기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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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네요 ...
이 영화가 이렇게 멋진 것이었다니 ...
이번주말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영화 소개 감사합니다.
꼭 기억하고자 리스팀 해봅니다.

앗 덕분에 제 댓글창에서 요호님을 뵙게되네요!
여러가지 생각을 앞세워 부정적인 측면을 먼저 보려고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시간이었달까요;
아무튼 시청 내내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주말에 보시면서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극장에서 보는 내내 믿기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미친 기획이었죠.. 저 애니메이션을 위해 화가를 모집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었더라면, 저도 지원해봤을 겁니다. 그리는 내내 행복했을거 같아요..

안녕하세요? 댓글 달아 주셔서 잠깐 블로그 부터 다녀왔는데 화가+영화감독+미디어 아티스트+라이터 시군요! 멋진 직업을 전부 다 가지고 계시네요 ^^
그쵸 저도 정말 도대체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하는.. 무모하면서도 엄청난 기획에 눈호강 했습니다. 극장에서 봤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재미있는 글 많이 써주시는거 같아 팔로 하고 왔어요. 종종 놀러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와우~ 영화로보는 명화라 저도 기회가 되면 봐여겠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네! 고흐의 명작들을 상상력을 가미한 움직이는 그림으로 보고 있자니 정말 눈호강 하는 느낌이었어요. 시간 되시면 꼭 한번 챙겨보세요! 찾아주셔 감사합니다 :)

아...이 영화를 아직 못봤네요. 고마워요. 다시 그리워하게 해주셔서.

별말씀을요! 타타님이 그립다고 하시니 저도 벌써 다시 보고 싶어 지네요.
고흐의 작품에서 튀어 나온 듯한, 표정이 살아있는 인물들과 풍경들이 말이에요 ^^

한숨 돌렸으니 더 그리워지기 전에 <하>편을 마무리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비슷한 이유로 고민하다가 선택하지 않았던 영화인데, 한번쯤은 tv에서라도 볼까하는생각이 드네요 ㅎㅎ

네 일단 뭐 영화라는 작품적 측면은 제가 비평가도 아니고 잘 모르겠지만. 순간순간 눈이 즐거워지는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분명히 보셔도 후회는 안하실거에요^^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

감사합니다 :) 짱짱 레포트는 다른분 링크 따라서 가보았어요!

이런 영화도 있군요.^^ 유화로 만들어낸 애니메이션!!! 지금 잠시 예고편을 봤는데.. 상상 이상이 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이건 영화가 아니라 작품이 군요.!! 대단합니다.
흥미를 떠나서.. 일단 무조건 볼께요. 정보 정말 감사드립니다.^^

와 스타일골드님이 꼭 보신다고 하니까 대낮에 땡땡이 치면서 포스팅한 보람이 +_+있습니다!!

사실 고흐라는 인물에 대해 큰 관심 없는 분들은 포스터 보셔도 그냥 반고흐 영화인가보다 하고 넘어가셨을거 같아요.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 제작 방법이라는 측면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가진 영화라서, 누구나 만족할 만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보실 거면 줄거리와 감상을 쓴 후속편은 스포가 포함되어 있어서.. 보지 마시라고 해야하는지..;; ㅋㅋ 아무튼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동대문에 하는 미디어 아트보고도 좋았는데 영화도 멋지네요 주변분들도 칭찬이 자자해서 한번 보고 싶었는데 멋지네요~!

아 동대문에서 요즘 미디어아트 전시 했었나요? 어떤 전시였는지 궁금해지네요 ^^
아무튼 저도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할때 정보라도 좀 찾아볼걸;; 그랬어요.
영화관에서 봤다면 더 좋았을거 같아요.
찾아주셔 감사합니다 :)

저는 이건 꼭 봐야해!
하고 영화관을 찾았는데 잘 없더라구요 ㅠㅠ
그나마 상영관이 있는 곳을 찾아가서 봤던 기억이.. 다시 한번 그 감동이 떠오르네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다수의 작가가 참여해서 그런지 애니메이션처럼 만들때 붓터치의 방향성이나 이동하는 모양이 장면마다 다른 경우가 눈에 살짝 거슬리더라구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서 더 예민하게 보인걸 수 도 있겠지만 좀 더 통일감이 있었더라면.. 하고 아쉬움이 남았었어요. 그치만 소장하고 두고두고 보고 싶은 영화는 분명합니다!!👍🏻

맞아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못하는 부분들도 내용에 몰입하지 못하도록 시선을 끊어내는 효과(?)가 있었죠 ㅎㅎ
일단 영화 제작 공정상 조금이라도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많은 작가들에게 맡겨졌던것 같고, 그들에게도 고민거리는 충분히 되었을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쓴 <하 편>글에서 거론한 이야기지만, 유명 화가의 화풍을 따라그리는 AI 들이 작업했다면 이런 부분은 자연스럽게 제작되었을거라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이 영화가 고흐에게 헌정한다는 의미를 두고 보면, 100명이 넘는 많은 작가들이 참여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의미가 있었겠구나, 하고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이 시대에 앞으로 어떤 영화 제작가 또 이런 짓(?)을 하겠어요 ㅎㅎ 그런거 생각해 보면, 인간이 만들어 낸 최초이자 최후의 아날로그적 유화 애니메이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참으로 인간적인 영화라는 생각을 더해 봤습니다 ^^
찾아주셔 감사해요~ 작가신것 같은데 저도 구경가겠습니다!

아 제가 잘 모르는 분야도 흥미로울수 있다는 가능성을 주는 글입니다. 감사 합니다.^^ 저도한번 봐야할것 같네요..

아마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 영상을 보신 후에 영화를 보신다면, 여러 장면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상상하시면서 보게 되서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것 같습니다 ^^
혹시라도 나중에 이 영화 보시게 되면 소감도 남겨 주세요. 글을 흥미진진하게 쓰시던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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