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他人)에 대하여
타인을 알려면 이 한자- 타(他)하고 대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 인(亻)과 어조사 야(也)로 이뤄져 있군요. 먼저 어조사 야(也)는 문장의 끝을 지을 때 자주 등장하죠? 그래서 천자문(千字文) 마지막 자로 존재하기도 합니다. ~이다….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럼 인(亻)은 뭘까요? 인(人)을 부수로 쓸 때 세워놓은 것이니 그냥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또 한 사람 인(人)은 그 자체로 내가 아닌 남을 뜻하기도 합니다. 나 아(我)의 반대가 사람 인(人)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흔히 아상(我相)을 말하고 또 인상(人相)을 말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결론을 내려 보자면 타(他)라는 한자는 ‘남이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와는 다른 존재이니 다를 타(他)라고 하며 타인은 한마디로 남입니다.
여기까지 타(他)에 대한 준비운동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문자인문학이 아니죠?
이제 뭘 할까요?
타는 한글로는 남인데 남은 뭔가요?
아(我)는 ‘나’이고 타(他)는 남인데 뭔가 한글로도 비슷하지 않습니까?
우선 나는 나온 존재, 나타난 존재, 드러난 존재라는 의미인데 오늘 여기서는 그 정도만 해석하기로 합니다.
‘남’이라는 글자 속에 뭔가 있습니다. 나에다가 ㅁ 을 받쳐놓았네요. 이건 두 가지 의미가 엿보입니다. 하나는 나를 비추는 거울로서의 ㅁ 입니다. 사실 모든 남은 나를 비추는 거울 아니겠어요?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어주는 이 위대한 약속!
그리고 또 한가지는 ‘나앎’입니다. 남을 통해 나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또 남이 있음으로써 내 가치가 알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가령 남편은 단지 남자쪽이라는 남편(男便)만이 아니고 남의 편이라는 식의 남편도 아니지요. 나를 알아주는 나앎편으로 보아주면 어떻습니까? 오늘 아침 그가 내 속을 긁음으로써 내 몰랐던 속마음을 알게 해주니 얼마나 소중한 남편입니까?
다시 돌아가서 크게 보면 타인이라는 존재 자체가 그런 기적적인 존재들인 것입니다. 나 혼자서는 아무 것도 아닐 텐데 수많은 타인이 있어 허공 속에 나라는 위대한 홀로그램을 비쳐주는군요! 나를 수많은 각으로 커팅된 다이아몬드로 빛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타인입니다. 또 한 그들의 모든 기호는 내 안에도 존재할 것입니다. 남이 비쳐준 내 안을 보고 나를 발전시키니 그 남이 사뭇 소중하여 늘 배려하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 남을 비추어 배려함이 또 내 안을 빛나게 하는 선순환을 이루나 봅니다. 그러니 우리 선타후아(先他後我)할까요? 먼저 남을 배려하고 뒤에 나를 살피는 그런 자세 말입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전체성 속에서 나라는 개체를 분리해내는 과정이었을지 모르나 이제는 분리된 개체들이 서로를 빛나게 해주는 그런 놀랍고도 장엄한 날들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