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생각#11] 나를 유혹하는 것들

in #kr7 years ago

불혹(不惑)
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아니 함.

나이 40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아직 불혹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남은터라(과연?) 여전히 수많은 유혹에 마음이 흔들린다. 진짜 나이가 40이 되면 이런 유혹을 이겨낼 수 있게 될지 궁금하다. 오늘은 나를 유혹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1. 마법의 말 '한 번만 더'
    끝내야 할 때 단칼에 끝내지 못하고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를 외치며 질질 끈다. 예를 들면 밤 늦게까지 미드를 보며 놀다가 '마지막으로 딴 한 편만 더 보고 자야지'하는 것이다. 미드 뿐만이 아니다. 아침에는 알람이 '한 번만 더' 울릴 때까지 누워있다가 일어나고 싶고, 군것질거리는 '한 입만 더' 먹고 나서 집어 넣고 싶다. 한 번이 두 번, 세 번 될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한 번만 더'라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다. 한 번만 더하고 그만할 의지가 있더라면 지금 바로 그만할 수도 있을텐데 알면서도 늘 속고 만다.

  2. 드라마 속 뇌섹남
    드라마를 보다보면 주인공한테 완전 반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물론 작가가 주인공이니까 엄청 멋있게 대본을 써줬겠지만, 그 중 유독 내 마음을 쉽게 흔드는 유형이 바로 뇌섹남이다. 너무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과 말에 반해버릴 수 밖에 없다. 요즘은 하우스라는 미드를 보고 있는데 정말 주인공이 말도 안되게 멋있다. 심지어 나이도 많은 아저씨이고 전형적인 미남 스타일도 아닌데 말이다. 40대 후반의 아저씨가 그렇게 멋있는 걸 혼자 다 하는 건 정말 반칙 수준이다. 물론 그 캐릭터가 멋지다는 이야기다. 현실에서 이런 사람과 같이 지내면 조금은 짜증날 수도 있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3. 침대라는 블랙홀
    잠깐 쉬었다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으며 침대로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블랙홀이 그러하듯 나는 빠져나오지 못한다. 피곤할 때 쉬는 건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대만 보면 피곤해서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침대인지 침대가 나인지 모를 정도다. 계획대로 생활하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이런 일이 없을테지만, 나는 계획되지 않은 우연에서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기에 일단 대책없이 또 침대에 올라왔다. 침대를 보면 쉬어야 하는 이상한 반사작용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오는 건 위험하지만 나는 이미 침대를 보았고, 또 다시 마음이 흔들렸다.

이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유혹이 있다. 스팀잇에 들어와서 혹시 누가 댓글을 달았나 확인해보고 싶고, 다이어트보다는 과자가 더 먹고 싶고, 오늘 하루 신나게 놀아버릴까 싶기도 하다.

내가 마흔이 되면 진짜 이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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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모습을 보는 듯 하네요ㅎㅎ

반갑습니다ㅎ

인위적으로 하려면 너무 삭막합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평균 수명이 30을 못 넘기던 시대에 나온 말 아니겠습니까.

은퇴 후 1만 시간이나 더 있다는 보험광고를 보면 흠칫 놀랍니다. 아무래도 한 80은 되어야 저런 경지에 오를 수 있을런지...ㅎㅎㅎㅎㅎ

@tangerine
헛... 하우스에 나오는 휴 로리는 정말 매력이 철철 넘치죠!
하나 아쉬운 점은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전개가 비슷해져서 진부해지긴 하지만 재밌게 봤지요.

침대는 정말 무서운 녀석입니다 ㅠㅠ

휴로리 정말 ㅜㅜㅜㅜ 너무 멋있습니다ㅠㅠ

저는 어느덧 불혹 너무 가까워보이네요 ㅠㅠ

이시간에 나를 유혹하는 ...
야식이란게 있죠 ..

맞아요.... 치명적 유혹..

아무래도 자연스러움이 더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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