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농구 이야기

in #kr7 years ago (edited)

cycamera_13635(3).jpg

난 어렸을때 부터 왜소했다.

고등학교 1학년 전까지는 항상 반에서 맨 앞줄에 앉았고, 덩치도 반에서 제일 작았던것 같다.

초등학교때까지는 큰 걱정을 안했는데 중학교때까지도 키가 그대로이니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리하여 15살이 되던해 여름, 나는 키가 나만했던 친구들과 함께 성장을 위해 농구를 시작했고 그것은 내 인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농구인생의 시작이었다.

.

.

.

.

.

2008년 여름, 나와 내친구 2명은 농구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농구 자체도 재밌지만 코트에 있는 모르는 사람과 즉석해서 게임을 하고, 팀을 섞어 게임을 하기도 하는 그 문화도 너무 재밌었다.

그렇게 농구에 빠져버린 우리는 여름내내 농구를 즐겼고, 방학이 끝난 후 학교에 가서도 농구를 즐겼다.

여름내내 농구를 했던 나는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겨뤄봐도 나의 실력이 밀리지 않음을 느꼈다.

우리반에서 농구팀 주장을 맡을 정도 라고 할까?

점심시간, 체육시간마다 농구를 즐겼고 방과후에도 시간이 남으면 농구를 하곤 했다.

당시 우리 중학교에는 내가살던 해운대 지역을 통틀어서 농구의 신이라고 불리는 친구가 있었다.

키가 월등히 크지는 않았지만 뛰어난 드리블과 훼이크, 슛을 겸비한 그를 막을 사람은 없었다.

그 친구와 친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반도 다르고, 친해질 계기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방과후에 농구를 하고있었는데 그 친구가 내게 다가와서 말했다.

야 타나마. 너도 이번 농구대회 같이 나가볼래?


ㅋㅋㅋㅋㅋㅋㅋㅋ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 친구는 부산 전체 농구 대회에 우리중학교 대표로 출전 예정이었는데 선수로 함께할만한 친구들을 한명씩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하루도 빠짐 없이 그 친구와 농구를 연습했고, 부산시 전체 대회 중등부 16강까지 진출할 수 있었고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셀수 없이 많은 길거리 농구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시원이와 나의 우정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20171022_015816.jpg

생각해보면 나는 참 농구덕을 많이봤다.

고등학교를 처음 갔을때였다.

우리학교는 남자 고등학교였는데 키도 작고 덩치도 작았던 나를 무시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며칠 후 체육시간에 함께 농구 한게임을 한 이후 친구들은 나에게 농구를 가르쳐 달라고 얘기했고

몇달 뒤 체육대회에서 가장 약체로 꼽혔던 우리반을 결승전까지 이끌었을때 나를 우리반의 영웅이 되었다.

MyPhoto_1156265514_0157.jpg

군대에 갔을때였다.

나는 해군 의무병으로 입대를 했다.

그런데 포항 해병대로 자대 배치를 받게 된것이었다.

부대원 300명중에 해군출신 이라곤 나밖에 없었고, 안그래도 해병대라는 자부심이 많은 친구들인데 해군출신에, 또 의무실에서 근무하는 의무병인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부대원들이 많았다.

부대에 전입온지 6개월쯤 되었을때 중대별로 체육대항전을 했다.

중대 대표로 농구에 출전을 하게 되었다.

해군출신에, 의무병이고, 덩치도 왜소한 애가 농구를 할 줄 알거라고 생각한 중대원들은 많이 없었을 것이다.

나에 대한 수비를 많이 하지 않은 틈을 타 정말 많은 골을 넣었다.

그날 나는 우리 중대를 농구 우승으로 만들었다.

그날 이후 나의 군생활은 달라졌다.

"타나마 너 의무실에만 있는줄 알았는데 농구 엄청 잘하던데?"

"주말에 농구 하러 나와라"

어딜 가던지 나에게 농구를 정말 잘한다고 칭찬했고 나를 인정해주기 시작했다.

옆 부대인 수색대와 농구를 할때마다 의무실에 와서 나를 찾곤했다.

이처럼 농구는 내 인생에 있어 빼놓을수 없는 추억이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

KakaoTalk_20180202_183634151.jpg

성인이 된 이후에는 농구를 많이 하지 못했다.

친구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그때의 추억이 그리워 대학교 농구부에 잠깐 몸담았던 적이있었다.

창조적인 길거리 농구를 추구했던 나의 스타일과,

교과서적인 농구를 추구하는 대학교 선배들의 농구 스타일은 너무나도 달랐다.

동아리 선배들은 나에게

"개인능력은 뛰어나지만 키와 덩치가 작아 대학교 농구에 적합하지 않다."

라는 평가를 남겼다

그렇게 대학교 농구부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탈퇴하게 된다.

어쩌면 나는 농구라는 스포츠 보다 그 스포츠를 즐기며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것을 좋아하지 않았던가? 라는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몇달후 대학교 체육대회에서 보란듯이 나를 필두로 한 간호학과가 2등을 하게 되었다.
간호학과가 농구에서 2등을 한것은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CAM00924.jpg

오랜 나의 친구들, 모두 각 학교의 농구부를 이끄는 주역이었다.

나는 매주 일요일, 수영을 하러 사회체육센터에 간다.

사회체육센터에는 해운대 지역에서 유일한 실내 농구장이 있는데 매 일요일마다 지역의 농구인들이 모이는 농구의 메카이기도 하다.

수영장 입장 티켓을 사고 기다리고 있었다.

농구공을 들고 있는 한무리의 학생들이 보았다.

얼마후에 다가올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리고 그 모습속에서 과거 나의 모습이 보여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

.

.

.

.

.

.

.

.

.

IMG619.jpg

그리고 어쩌면 10년전 우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띄었을 누군가가 있음을 생각해보았다.

Sort:  

농구를 각별히 좋아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일대기 네요...

주역이 되어서 활보하시는 모습을 상상하니
짜릿함이 절로 느껴집니다.

겉모습에서 깔보여지는 시선과 편견을
농구를 통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생각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됨을 통해서 일종의 쾌락마저도 느끼시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ㅋㅋ

잘 보고 갑니다.

헉 지금은 엄청 크시다고 생각했는데 학창시절엔 아직 남들보다 조금 왜소하셨나 보네요ㅜㅜ 아니면 비율이 엄청 좋으신 건가...?!!

소중한 추억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

헉 지금은 엄청 크시다고 생각했는데 학창시절엔 아직 남들보다 조금 왜소하셨나 보네요ㅜㅜ 아니면 비율이 엄청 좋으신 건가...?!!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만 해도 정말 작았어요.

고2,고3을 올라가면서 키가 조금씩 크기 시작해서 성인이 됬을때는 겨우 평균 신장 정도가 됬구요 ㅋㅋ

그때도 정말 빼빼 말라서 키가 작아보였지요.

군대에 가서 운동을 하고 살을 찌우고, 또 전역 후 자세 교정도 하면서 지금은 키가 커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기회가 되면 살 찌운 얘기를 포스팅 하고 싶네요 ㅎㅎ

핫 ㅜㅜㅜㅜ저도 살찌고 싶습니다...흑흑. 저체중의 저주가...

저에게 인생스포츠는 축구였답니다ㅎㅎㅎㅎㅎ
대회를 열번 넘게 나가면서 참 재밌는 일도 많았죠!

teemocat님 대회를 열번 넘게 나가실 정도면 축구 정말 잘하시나봐요 !!

전 축구도 좋아하는데 공다루는게 너무 어렵더라구요 ㅠ.ㅠ

아직까지는 농구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서 축구를 뛸 일도 종종 있었는데 그때 마다 중앙수비수로서 공을 멀리 차내는 역할만 했지요 ㅋㅋ

제가 축구를 하면 농구하는것 처럼 축구한다고 하더라구요 ㅋㅋㅋㅋ

즐거운 추억이기도 하면서 현재진행형이군요~
멋지네요👍👍

네 !! 언젠가 저 친구들과 함께 농구를 할날을 꿈꿔봅니다.

농구가 정말 많은 영향을 주었군요 ㅎㅎㅎ..
어린 시절부터 대회경험을 많이 가져보셔서 정말 부러워요.
저는 좋아하게 된지 얼마 안되서, 많이 참가는 못해봤지만
농구대회, 정말 재밌더군요...

네 농구가 없었다면 제인생도 분명 달라졌을것 같아요.

농구는 정말 재밌는 스포츠에요.

정말 농구는 타나마님에게 있어서 빼놓을슈 없는 추억거리고 인생 그 자체라고 봐도 되겠네요

그렇죠. 농구없이는 제 학창시절을 논할 수 없을것 같습니다 ㅋㅋ

저도 이글을 보며 중학생때
농구에 빠져 미친듯이 농구하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학교가는 재미가 오직 농구였던 그시절이말이에요 ^ ^~

초등학교 체육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남자라면 언젠가 농구에 빠지는 날이 올것이다.

그때는 그 말을 동의 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 전 그말에 100번이고 동의합니다.

농구는 정말 재밌거든요

정말재밌죠ㅎㅎ
슬램덩크만 한10번봣던 기억이있네요ㅎㅎ

이제는 같이하던 친구들도 곁에없고
밥벌이하기바빠 시간도 부족해 많이 못하는데
그때가 참 그리워요..

주말이면 아침부터 학교 농구코트가서 해가 질때까지 했던 그시절이요~
편안한밤 되세요 타나마님 ^ ^

슬램덩크는 불후의 명작이죠.

저도 가끔 보곤 합니다.

잊을 수 없는 명대사들이 많지요.

왼손은 거들뿐

으앙앙아아아아ㅏㅇㅋㅋㅋㅋㅋ

농구하고싶습니다.

남동생이 농구동아리하는데 동생 생각도 나고 글 읽으니 몰입이되네용. 나는 무얼 잘하지라는 생각이 드네요. 농구에 대한 소중한 추억 앞으로도 더 만들 수 있을거에요!

농구는 제 학창시절에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인 것 같습니다 :)

sunny1124님 분명 남들보다 잘하는게 많으실것 같아요.

예를들면 먹스팀이요? ㅎㅎ

편의점 게장은 정말로 먹고 싶어졌거든요.

앞으로도 좋은 포스팅 많이많이 해주세요~~

먹스팀 헤헤
고맙습니당. 열심히올릴게요~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6
JST 0.032
BTC 59398.61
ETH 2510.08
USDT 1.00
SBD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