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벽,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다-8 공룡능선(恐龍稜線) 솜다리(Edelweiss), 킹콩바위
통곡의 벽,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다-8 공룡능선(恐龍稜線) 솜다리(Edelweiss), 킹콩바위
설악산을 30번 이상 찾았지만, 말로만 듣던 '솜다리(에델바이스)'를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침 어떤 여성 산객이 멀리 바위벽에 핀 하얀 꽃을 열심히 촬영하고 있지 않았다면, 나 역시 알아채지 못하고 영영 마주할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꽃을 보는 순간 직감적으로 에델바이스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험준한 공룡능선 중에서도 딱 이 부근의 거친 바위틈에서만 몇 포기가 수줍게 피어 있었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다. 저마다 가진 모습도 다양해서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에델바이스는 사실 겉보기에 그리 화려한 꽃은 아니다. 하지만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고산지대, 그 척박하고 거친 바위틈에서만 자생하기에 조우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렇기에 이 꽃이 그토록 고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솜다리(에델바이스, Edelweiss)
유럽 알프스의 상징인 에델바이스를 우리말로는 '솜다리'라고 부른다. 꽃과 잎 전체가 뽀얀 하얀 솜털로 뒤덮여 있는 모습이 마치 '솜을 달고 있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정겹고 예쁜 이름이다. 실제로 설악산과 한라산 등 우리나라의 깊고 높은 고산 지대에도 유럽의 에델바이스와 형제 격인 자생 솜다리가 꼿꼿이 자라나고 있다.
독일어로 에델바이스(Edelweiss)는 '고귀한 하얀 빛'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워낙 험난한 바위 절벽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이 꽃을 보려면 목숨을 거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래서 꽃말도 '용기', 그리고 '소중한 추억'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대령이 기타를 치며 부르던 감미로운 노래로 우리에게 무척 친숙한 꽃이기도 하다.
어젯밤과 오늘 아침, 우리에게 버너와 코펠을 빌려주었던 고마운 산객을 이곳 킹콩바위에서 다시 마주쳤다. 서울에 산다는 50대 전후의 아저씨였는데, 혼자 산을 탄다기에 엄청 걸음이 빠르실 줄 알았더니 의외로 아내의 느긋한 걸음걸이와 속도가 비슷해 등산로 내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계속 만나게 되었다.
보통 사진을 부탁할 때는 자기 스마트폰을 건네기 마련인데, 이 아저씨는 특이하게도 내 카메라로 자신을 찍어 달라고 요청했다. 어려운 부탁도 아니고 해서,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어드렸다. 나중에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덕분에 인생 사진을 건졌다"라며 좋아했다.
그는 이번이 첫 공룡능선 도전이라고 했다. 마지막 갈림길인 마등령에서 우리는 차를 세워둔 소공원 방향으로 내려왔고, 그는 오세암과 백담사 쪽으로 하산했다. 오세암에 가면 점심 공양을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다며…
킹콩바위(고릴라바위)
설악산 공룡능선의 대표적인 명물 중 하나인 '킹콩바위'는 '고릴라바위'로도 불리며, 공룡능선의 딱 중간 지점에 웅장하게 자리 잡고 있다. 거대한 암봉의 꼭대기 부분을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영화 속 거대한 킹콩 한 마리가 왼쪽을 멍하니 바라보며 능선 턱에 걸터앉아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어 이런 재미있는 이름이 붙었다.
앞서 보았던 미사일바위(촛대바위) 등과 함께 공룡능선에서 가장 뚜렷한 스토리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포토존이다. 거친 암벽의 틈새마다 푸른 침엽수들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조화를 이루고 있어, 설악산 특유의 거칠고 야성미 넘치는 골산(骨山)의 매력을 카메라에 담아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