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 망원경이 있는 빅베어 천문대 : III. 망원경에서 아래층으로 빛의 이동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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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번의 글에서는 빅베어 천문대의 Goode Solar Telescope (GST) 주변 환경과 망원경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드렸습니다. 설명이 너무 길어질까봐 자세한 디테일은 대충 넘어가고 있는데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설명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오늘날 연구용으로 사용되는 천체 망원경의 주경과 부경은 거의 다 반사식 거울을 사용합니다. 옛날에는 렌즈를 많이 썼습니다만, 갈수록 망원경의 구경이 커짐에 따라 주경의 부피와 무게가 커지면 자체 중력 때문에 원형이 틀어질 수 있는데 렌즈의 경우 오로지 가장자리에만 지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모양을 교정하기가 매우 어려워 집니다. 반면 거울의 경우에는 거울 뒷면에 지지대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곡면의 원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렌즈의 또다른 문제는 굴절을 이용하는 특성상 빛의 파장에 따라 굴절의 각도가 달라져서 파장에 따른 빛의 경로나 초점의 변화가 불가피 하다는 것입니다. 천체 망원경같이 규모가 큰 광학계에서는 같은 가시광이라고 할지라도 붉은색과 푸른색의 경로 내지는 초점의 차이가 수 mm 에서 수 cm 까지도 벌어지는 색수차가 일어납니다. 물론 거울은 반사를 이용하는지라 색수차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http://optical-illusions.wikia.com/wiki/Prism
프리즘은 고의로 색수차를 일으켜 파장을 분리하는 장치입니다.

각설하고, 천체망원경에서 주로 가장 큰 주경을 M(mirror)1, 그 다음 부경을 M2, 또 그 다음 거울을 M3, M4...등으로 명명합니다. 자 그러면 대형 망원경에서 카메라까지 빛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대략 몇개의 거울이 필요할까요? 카메라의 장착방식에 따라 달라지기는 합니다만 빅베어 망원경의 경우엔 대략 20개 정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은 거울이 필요한 것일까요? 그 첫번째 이유는 빅베어 망원경의 경우 카메라가 망원경에 부착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는 실시간으로 영상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적응광학계 (adaptive optics)를 거쳐가게 되는데 여기에 거울이 약 5-6개 정도 소비됩니다. 적응광학계는 나중에 따로 다루겠습니다.

그림 아래쪽에 Coude Laboratory 라고 적혀있는 공간이 있죠? 거기에 카메라가 있습니다.

천문대 아래층 공간을 Coude Lab 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망원경의 빛이 망원경의 회전축을 지나가도록 설계되어 있는 쿠데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망원경이 하늘 어디를 따라가든 망원경의 초점이 망원경의 밖에 고정되어 놓일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망원경에 직접 카메라를 붙이지 않고 별도의 공간에 카메라를 둘 수 있는 것이죠.

https://nao-rozhen.org/telescopes/fr2_en.html
쿠데 방식의 한 예(왼쪽). 빛이 망원경의 회전축을 지나 망원경 밖으로 벗어납니다. 오른쪽은 망원경에 직접 카메라가 붙어있는 경우입니다.

빅베어 망원경에서 사용되는 카메라의 종류만 6대 입니다. 그리고 각각의 카메라는 별도의 광학계(렌즈, 거울, 필터, 카메라의 조합) 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공간의 제약상 도저히 카메라를 망원경에 탑재할 수가 없으므로 쿠데 방식은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다만 그렇게 하려다 보니 빛을 아래층으로 전달하기 위해 몇 개의 거울이 더 추가됩니다.

빅베어 망원경의 부경 (M2)로부터 빛이 망원경을 벗어나기까지 빛이 전달되는 경로를 붉은 선으로 표시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태양으로부터 온 빛은 마침내 망원경의 시스템을 벗어나 두 층 아래에 있는 쿠데랩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쿠데 방식이 이렇게 편리하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천체는 지구의 자전에 의해 동에서 서로 이동합니다. 망원경은 이 천체들을 추적하기 위해서 계속 회전을 하게 됩니다. 만일 카메라가 망원경에 부착되어 있었다면 카메라와 망원경이 상대적인 위치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쿠데방식에서는 망원경이 회전할 때 망원경 축은 고정되어 있으므로 축을 타고 지나가는 천체의 영상도 회전하게 됩니다. 위 그림에서 회색으로 표시된 망원경 본체 부분은 망원경과 함께 회전을 하고 아래 금색으로 표시된 축은 고정되어 있습니다. 즉, 만일 우리가 망원경 축 뒤에서 눈으로 태양을 보게 된다면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ㅎ) 태양이 시간에 따라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1. 무시한다, 2 회전을 복원하기 위해서 반대로 회전시키는 거울 시스템을 만든다, 그리고 3. 아예 쿠데룸 전체를 회전시킨다. 입니다.

https://dkist.nso.edu/node/1272

위 사진은 현재 하와이에 설치중인 4 m 급의 태양망원경의 개념도입니다. 예, 이 망원경이 완성되면 빅베어 망원경은 더 이상 세계 1위가 아니게 됩니다. ㅠㅠ 여기 보시면 여러대의 카메라와 광학계가 있는 Coude level 전체가 일정한 비율로 회전하게 됩니다. 회전하는 플랫폼 크기만 약 10미터 정도 되겠네요.

빅베어는 어떻게 회전문제를 해결했을까요?

정답은 1번 무시한다 입니다.

그냥 우리는 나중에 후보정 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