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에서 사용하는 카메라 : I. 디지털 카메라의 장점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https://steemit.com/kr/@sunwatcher/4sw9rr
https://steemit.com/kr/@sunwatcher/tprbe-ii

지난 두 번의 글에서 빅베어 천문대의 태양 망원경 Goode Solar Telescope (GST)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망원경 이후의 빛의 경로를 설명하기 전에 카메라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망원경의 사용방법은 어떻습니까? 아마 아래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요?


https://science.howstuffworks.com/telescope.htm

삼각대 위에 경통이 놓여있고, 렌즈로 모은 별빛을 아이피스(눈으로 천체를 보기 위해 배율과 초점을 조정하는 렌즈의 집합. DSLR의 아이피스를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에 눈을 지그시 갖다대면 온갖 성단과 성운, 또는 귀여운 행성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그 낭만 말입니다. 데이트로 이성의 환심을 사기에 이만한 이벤트도 잘 없습니다. ㅎ (내가 해봐서 아는데 ...)

하지만 연구의 영역에서는 눈으로 직접 천체를 보는 일은 거의 백년전 이야기입니다. 그땐 종이에 그림을 그렸지만 다음에 필름카메라가 등장했고, 다시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서 육안으로 천체를 보는 일은 이제 취미의 영역이 되고 있습니다.


http://obs.astro.ucla.edu/150_draw.html
1 손으로 그린 태양의 흑점


2 1991년에 특수 필터를 사용하여 필름카메라로 찍은 태양의 영상입니다. 오른쪽 아래에 타임스탬프가 있네요.
http://sfd.njit.edu/content.html


3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은하의 영상. 왼쪽에 볼록하게 솟은 격자무늬는 별이나 은하의 밝기 분포를 나타냅니다.
https://www.ir.isas.jaxa.jp/~cyamauch/iraf64/index.html

오늘날 프로의 현실은 카메라가 찍은 사진 파일들을 열심히 통계처리하거나 다른 정량적인 분석을 하는 것이죠.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도 어마어마 합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영상 처리나 통계적 방법론에 아주 능숙합니다. 프로그래밍도 여러가지를 할 줄 알아야 하구요.

천문학자들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냅니다. ㅎ


http://knowyourmeme.com/photos/251329-what-people-think-i-do-what-i-really-do

과학적 연구에 있어서 숫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대충 '밝다', '어둡다' 라고 하기엔 너무 주관적이라 별의 밝기도 등급으로 수치화 해 놓았습니다. 단순이 '더 커졌다', '더 밝아졌다' 라고 하면 안되고 '몇 퍼센트 더 밝아졌다'로 가급적 그 정도를 수치화 하는 것이 과학연구의 기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디지털 카메라 만큼 정량적 연구에 적합한 도구가 없습니다. 과학연구에서 사용되는 카메라는 입사하는 빛의 양과 디지털로 출력되는 밝기의 값이 선형으로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즉 동일한 광원에서 1초 노출을 주었을 때 밝기가 100 이었다면 2초 노출에서는 200 이 나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론은 그렇고 실제로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몇 가지 트릭이 있습니다.)

천문학에서 관측이란 천체로부터 오는 빛을 측정하는 기술입니다. 빛의 어떤 특성(입자냐 파동이냐) 혹은 어느 파장에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관측방법도 달라지고 그 때마다 필요한 카메라의 종류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보통 한 천문대에서는 빛을 여러 파장대로 나누어 여러대의 카메라로 영상을 취합니다. 빅베어 천문대에도 약 5대의 카메라가 있고 동시에 3대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하나는 가시광선, 다른 하나는 근적외선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Picture1.jpg
태양 관측용 근적외선 카메라 입니다. 가운데 카메라 칩이 보이시나요? 화소 수는 대략 4백만입니다. 웬만한 폰카메라보다 구리군요. 가격은 약 4억원

이처럼 오늘날 천문학 연구에서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의 조합은 필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에게는 여전히 밤하늘을 눈으로 보면서 느꼈던 희열이 남아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한 걸음 벗어나 나의 위치를 다시 확인 하는 시간이라고 할까요? ㅎ

잠깐 카메라 이야기에 발담그고 넘어가려 했는데, 여기서 할 이야기가 좀 더 있을 것 같습니다. 별도의 시리즈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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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어릴적 UFO(?)를 보고
어부였던 꿈이 천문학자로 바뀌었었는데

스팀엔 여러 좋은 글들이 많네요
잘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쓸게요. UFO 썰 궁금하네요 ㅎ

사실 긴가 민가 하죠. ㅋㅋ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할아버지 전통장례를 치른 후
할아버지 무덤앞에서 저녁까지 있었는데
굉장히 낮은 고도로 날고 있는 비행접시를 봤거든요.

전 아직도 그게 UFO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 신기합니다. ㅎ 뭔가 초현실적인...

와 흥미롭습니다. 전에 회사에 Carnegie Opbservatories에서 오셔서 특강을 했는데요.
카메라 영상보정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어요.

적응광학 (adaptive optics) 이라는 최첨단의 기술이 있는데요. 이것도 나중에 한 번 풀어볼까 합니다.

와, 기대됩니다!

카메라 가격이 4억이라니 받들어 모셔야겠네요.

잘못건드리면 짤리나요 ㅎ

대학때 망원경 유리두개 문질러가며 렌즈만들던 추억이 떠오르네요ㅎㅎㅎ 잘보고 가요 다음포스팅도 기대되네요^^
팔로우해요

렌즈를 깎으셨단 말입니까? 와우~

사람이 볼 수 있는 빛 말고도 디지털카메라로 쵤영이 되는군요^^. spectrophotometer 같은 것으로 측정이 가능하한 건 알았는데 촬영은 생각지 못했어요.

분광도 결국 사진을 찍어야 분석이 용이하겠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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