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태양물리학회 참석기 (feat. 개기일식) : II. 개기일식 관측기

in #kr6 years ago (edited)

https://steemit.com/kr/@sunwatcher/2017-i

지난 글에 이어서...

막상 일식 관측을 오긴 했지만 사실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최근에 새로 산 카메라에 200 mm 망원렌즈, 그리고 원래 일식관측용으로 산 필름안경이 준비물의 전부였습니다. 삼각대라도 하나 갖고 왔어야 하는데 ㅎㅎ

일단 렌즈 앞에 필름안경을 대충 손으로 덮고 태양을 찍어 봅니다. 그럴싸하게 나오는 군요. 잘 보시면 태양 표면에 검은 점들로 보이는 흑점도 나옵니다. 이정도면 봐줄 만 하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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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식같은 이벤트에서 태양을 볼 때 주로 플로피디스크나 셀로판지로 태양을 보곤 했는데요. 저도 이번 일식을 계기로 새롭게 안 사실이 있습니다. 사실 저도 한참전에 일식용 안경을 샀었거든요.


https://www.theverge.com/2017/8/12/16138368/amazon-solar-eclipse-2017-glasses-refunds-safety

그런데 그 안경 상당수가 성능 기준치 미달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아마존은 제가 샀던 안경을 환불조치 합니다. 그리고 나사가 인증한 안경만을 판매하게 되죠. 저도 자세한 내막은 모릅니다만, 일부 제품에서 아마 자외선 차단 성능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냥 가시광으로 볼 때는 태양이 충분히 어둡게 보이지만, 만일 자외선이 일부 투과되어 눈에 도달하면 위험할 수 있거든요. 보통 우리가 해를 볼 때 눈이 부시니까 실눈을 뜨고 보지만, 가시광이 어두운 경우에 동공이 확장되는데 이 때 생각외로 센 자외선이 눈에 도달하면 시력에 손상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제 약속의 10시16분이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부분일식이 시작됩니다. 이제부터 개기일식까지는 약 1시간 걸립니다. 공원에 사람들도 차분하게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면서 특수안경으로 점점 사라져 가는 태양을 보고 있습니다. 때맞춰 공원에서 누군가가 풍선을 날렸습니다. 어떤 연구의 목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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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간별로 제가 찍은 태양의 사진을 붙여보았습니다. 태양의 가장자리로 갈 수록 어두워 지기 때문에 노출시간을 순차적으로 늘려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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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 위에서 비행기를 타고 일식을 보려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방향만 잘 맞으면 지상에서 보다 좀 더 길게 개기일식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에 콩코드 여객기를 타고 한 시간 이상 개기일식을 본 적이 있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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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면 우리는 태양의 광구가 아닌 코로나와 채층(태양의 중간고도 대기)만을 보게 됩니다. 코로나는 광구보다 100만배 어두우니까 필터없이 맨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달이 태양을 99% 가렸다고 해도 맨눈으로 볼 수가 없는 것이죠. 이것이 99%와 100% 개기일식의 차이이고, 그 차이는 아주 결정적입니다.

드디어 개기일식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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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밖으로 쭉쭉 뻗은 코로나가 보이시나요? 코로나는 태양보다 훨씬 어둡고 물질의 밀도도 낮지만 온도는 백만도 정도로 아주 높습니다. 왜 태양의 코로나가 이렇게 뜨거운지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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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뽀샵을 좀 했습니다. 사진 왼쪽 아래의 밝은 점은 별인 것 같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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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90% 정도 태양이 가려지면서 조금씩 하늘이 어두워 지다가 100%가 되는 순간 갑자기 암흑같이 됩니다. 기온도 덩달아 조금씩 내려가다가 일식때는 약 섭씨로 3도정도가 내려갑니다.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입니다. 밤하늘에 아주 밝은 외계 행성이 이글거리는 것 같습니다. 개기일식에서 태양의 밝기는 보름달 정도이니까 갑자기 밤이 찾아온 셈입니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옆에 있는 가족들과 손을 잡고 이 광경을 바라봅니다. 저는 왠지 이걸 잘찍어야 겠다는 욕심에 카메라 렌즈를 바꾼다고 소중한 40여초를 날려먹습니다. ㅠㅠ

2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에서 광구의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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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머지 시간은 이전의 한시간을 뒤집어 반복하는 것이겠지요. 사람들은 슬슬 자리를 뜨기 시작합니다. ㅎ

저도 이제 돌아갈 트래픽이 걱정되어 슬슬 자리를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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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재미있는 현상은 그림자 속 빛망울이 초생달 모양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ㅎ 손가락 사이의 모양이 특이하죠? ㅎ

돌아오는 길은 꽤나 막혔습니다. 한시간 거리를 약 3시간 걸린 것 같네요. 그래도 잊지 못할 추억이지요. 미국에서는 2023년에 금환식 (달이 태양보다 작아서 태양이 고리처럼 보이는 현상) 이 있고, 2024년에 또 다시 4분의 개기일식이 있습니다. 이제 저의 다음 계획은 분명해 졌습니다. 2024년 개기일식을 꼭 보아야 겠다구요. ㅎ

끝으로 오늘의 천문학 사진 (astronomy picture of the day)에 선정된 개기일식 영상을 첨부하겠습니다. 채층의 빨간 홍염 (prominence)이 기가막히게 잘 보이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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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 장관을 직접 경험하셨다니, 진짜 부럽습니다!

처음이라 정신이 없었네요. 다음엔 좀 더 여유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ㅎ

빛망울, 예쁜 표현 배워가요~
중세에 일식을 봤다면 사람들의 두려움이 어마어마했겠어요.

빛망울이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어요. 옛날엔 재앙으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축제가 되었네요 ㅎ

와우 사진 정말 잘 찍으셨네요. 학교에서 자주 배워서 그런지 저에겐 친숙한 사진이네요 ㅋㅋ 팔로우하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하시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전 명함도 못 내밉니다.

와 이런사진은 도대체 어떻해 찍으시는 거에요
대단하시네요
즐거운 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 그냥 잘~ 이라고 밖에는 ㅎ

좋은 포스팅 감사해요~ 꾹! 보팅합니다!!

감사합니다. ㅎ

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ㅎ

으아아아! 굉장해요! 아아아! 저도 2024년에는 꼭 보고싶어요! 그런데 그림자 속 빗망울이 초생달 모양을 하게 된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 설명이 부족했네요. 보통의 나무 그림자를 생각하면그냥 사이사이에 뿌옇고 동그란 밝은 부분이 있잖아요, 근데 부분일식 중에는 그게 다 초생달 모양처럼 달에 가려진 태양의 모습을 하게 됩니다. 핀홀 카메라의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http://www.solareclipse2015.org.uk/solar-eclipse-phenomena/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진까지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 이렇게나 어여쁜 것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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