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태양물리학회 참석기 (feat. 개기일식) : I. 포틀랜드로 이동

스팀잇에 글을 쓴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글을 거의 쓰질 않다가 다시 쓰려니까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습니다. ㅎ 나름 정리를 잘 하면 좋은데 실제로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서 쓰게 되네요.

그래서 오늘을 여행기 시리즈를 시작해 볼까 합니다. 그 중 첫번째로 2017년 8월에 있었던 포틀랜드 여행기를 씁니다. 이 여행기가 의미있는 이유는 이때 포틀랜드 인근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일식관측을 가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냐면 그날엔 빅베어 천문대도 관측일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우연히도(!) 미국 천문학회의 태양분과 연례학회가 포틀랜드에서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나의 연구결과를 학계에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포틀랜드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이 깔끔하네요.

저 아래로 맛있는 빵이 보입니다. 저는 빵을 못먹으니까 패스

학회 첫날인 월요일은 개기일식이 있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날은 그냥 개기일식 보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2017년 개기일식은 미 대륙을 관통하는 이벤트로 약 100년만에 미국에서 관측되었습니다. 그래서 전국에서 관심있는 사람들은 다들 이 개기일식 벨트 안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개기일식 구간안의 일부 숙소는 1년전에 이미 동이나기도 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회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가운데 파란 선으로 갈 수록 좀 더 오랫동안 개기일식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간 미 서부 오레곤주에서 최대로 볼 수 있는 개기일식 시간은 대략 2분(!) 이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내일 관측 갈 계획을 세워봅니다. 학회에서는 단체로 살렘(Salem)에 있는 대학에서 일식을 볼 예정입니다. 저는 렌트카를 빌려서 좀 더 개기일식의 중심부인 Stayton이라는 작은 동네를 가기로 합니다. 예, 바로 파란선위에 있습니다. Salem 보다 무려 7초나 더 길게 개기일식을 볼 수 있습니다.

개기일식 존 안에서 숙소에 있거나 캠핑하는 사람이 아닌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도시인 포틀랜드에서 당일 아침에 출발할 것이 분명합니다. 미디어에서는 연신 가는 길이 엄청 막힐 거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오전 10시16분에 시작되는 부분일식을 고려하면 넉넉히 일찍 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새벽 3시 반에 출발하기로 합니다.

포틀랜드의 야경이 멋져보이는데...

이제 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새벽인데 제법 차가 있습니다. 너무 늦게 출발한 것 아닌가 하는 약간의 걱정을 안고 갑니다. 경찰이 갓길주차를 막기로 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엔 도로위를 달리다가 일식을 보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하지만 다행이 도로는 거의 막히지 않았습니다. (사실 그 이후에도 크게 막히진 않았습니다. ㅎ)

드디어 Stayton에 도착합니다. 이제 차를 어디에 주차해야 할 지 고민해봅니다. 민가에 주차할까 마트 주차장에 할까 고민하다가 지도에서 공원을 찾기로 합니다. 마침 괜찮은 공원이 하나 있습니다. 역시나 가보니 공원안은 이미 차들이 빼곡합니다. 결국 공원 근처의 민가쪽에 주차하는 데 성공!

차안에서 쪽잠을 자고 해가 뜨기를 기다립니다. 벌써부터 공원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몇몇은 망원경까지 동원했습니다.

시간이 좀 남았으니 공원을 한번 산책해 봅니다.

드디어 장엄한 해가 떴습니다. 오늘의 해는 다른 여느 날과 결코 같지 않습니다.

공원엔 이제 수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기 시작합니다. 이제 일식이 한 시간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