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 스팀잇과 자본주의
스팀잇에서 ‘자본주의’라는 단어를 이렇게 자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이 활동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했지만, 글쓰기에 따른 보상이라는 스팀잇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당연하게 자본주의와 연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도 스팀잇을 처음 시작할 때 ‘보상’에 ‘투자’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스팀잇은 스팀파워가 높은 사람 즉 ‘스팀’이라는 암호화폐를 많이 보유한 사람이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런데 스팀잇에 처음 진입한 사람이 글을 써서 보상을 받아 스팀파워를 늘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고래라고 불리는 헤비유저와 친분을 쌓아 일정액의 스팀을 지불하고 보팅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결국 글쓰기로 많은 보상을 받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것은 시장에서 스팀을 구매하는 것이다.
스팀잇이 자연스럽게 ‘자본주의’라는 단어와 결합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인 듯하다. ‘자본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 더 쉽게 더 많은 자본을 얻는 것이 정당한 자본주의 사회다. 스팀잇도 자본주의 사회 내에 존재하는 시스템이니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작동한다. 그러므로 스팀파워가 높은 사람이 많은 보상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며, 그게 불만이라면 돈을 투자해 스팀을 사면 된다.’ 물론 스팀잇 내에서 직접적으로 이렇게 말하는 분은 없지만, 간혹 보이는 스팀잇에서 보상이 적은 것을 탓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혹시 이런 논리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나는 위 주장에서 결론은 인정하지만 전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스팀파워가 높은 분들은 장기간 스팀잇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스팀에 투자하고 보상을 통해 스팀을 획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스템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투여한 시간과 자본에 따라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은 정당하다. 유심히 바라보고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부분은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돈이 돈을 버는 구조’를 정당화하는 전제에 있다.
나도 물론 돈을 좋아한다. 주식 투자도 해보았고 부동산 쪽에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는 내가 가진 자본을 투입해 새로운 자본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그 기대수익이 노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에 비해 월등히 높기에 많은 사람들은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한다. 물론 나 같은 소액의 자본을 가진 투자자라면 수익이 아니라 손실이 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큰 손’으로 불리는 자산가일수록 수익을 얻을 확률은 높아진다. 그들은 ‘돈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잘 알고 있어서 자산을 계속 불려나간다.
과연 자본주의 사회라는 이유로 노동수익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자본수익을 얻는 것이 정당한가. 자산가인 부모를 둔 아이와 노동자인 부모를 둔 아이가 ‘기회의 평등’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정당한가. 이런 문제제기를 모두 한방에 날려버리는 말이 있다. “얘기해서 뭐하나, 현실이 그런 걸.”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고 해서 그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또 한마디 쐐기를 박는다. “너도 그렇게 살고 있잖아.”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강남 아파트 값이 미쳤다고 말하면서도 ‘내 아파트 값’은 오르기를 기대한다. 교육 현실과 스펙 위주의 취업 시스템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아이는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한다. 나는 이런 이율배반적 행동이 흔히 얘기하듯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이 계속 달릴 수 있도록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 길들이듯이 자본주의 사회가 우리를 그렇게 길들였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가차 없이 채찍질(금전적 부족에 따른 생활의 불편함 정도가 아니라, 열심히 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라거나 가족을 고생시키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다)을 가해 적어도 그냥 멈추어 있도록 하지는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그냥 두었다가는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거나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채찍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달릴 수밖에 없다. 다만 자동차를 탄 사람과 자전거를 탄 사람 그리고 온전히 자신의 두 발로 달려야 하는 사람들이 ‘평등하게’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 경기의 룰 자체를 개선할 방법은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당근을 조금 덜 받더라도 다 같이 조금씩 천천히 가는 것은 어떤지, 죽을힘을 다해 달리는 사람이나 조금 뒤처져 달리는 사람의 생각은 어떤지 서로 의견을 나누고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스팀잇 내에서 벌어지는 논쟁과 관련해서 나는 스팀잇의 성격이 무엇이냐는 문제보다 스팀잇의 보상 체계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유저의 영입을 위해서인지 스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보상 체계가 지극히 ‘자본주의적’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전에 셀프 보팅과 관련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것도 처음부터 셀프 보팅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다. 스팀 파워가 미미한 나도 셀프 보팅을 하는데 스팀 파워가 높은 사람은 셀프 보팅을 해서 보장된 자본수익을 얻는 것이 당연하다. 이건 이기심이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스팀잇 체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고 나니 아직 스팀잇에 대해 잘 모르면서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은 것 같다. 그래도 스팀잇 내에 발생한 이슈에 대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개선의 출발점이라는 믿음으로 글을 올린다.
글 잘 읽었습니다.
보팅주사위 이벤트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https://steemkr.com/kr/@floridasnail/4u5pcy
tip! 0.577
(이 글을 제일 위로 올리기 위해 셀봇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에서도 말씀하셨고 피케티도 지적한 것처럼 저도 자본이 자본을 버는 속도가 노동이 자본을 버는 속도를 추월하는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셀프보팅은 기술적으로 막는게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대한 대안으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컨텐츠 보상과 투자 보상에 각각 다른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과 평판 시스템을 개선하고 이를 보상자격과 연동해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셀프 보팅이 안되도록 하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건가요...
아무쪼록 스팀잇을 더 잘 아시고 더 오래 활동하신 분들의 좋은 의견들이 운영진에 전달되어 체계를 개선하는 데 반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그냥 계정 두개 만들고 서로 보팅해주는 식으로 쉽게 피해갈 수 있습니다.
Cheer Up!
Hi @storysharing! You have just received 0.577 SBD tip from @floridasnail!
@tipU - send tips by writing tip! in the comment, get share of the profit :)예전에 보팅 보상 드릴게 있어서 잠시 들렸습니다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시는군요! 보팅 보상은 너무 적어 민망하네요;;;
tip! 0.17
글 잘 봤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서도 편승할수 밖에 없죠 ㅠ
글 잘보고 갑니다~이런저런 고민에 대해 시원하게 써놓으셨네요.
댓글이 안올라가네
사라지네
Good morning~~!
정확히 제 생각과 일치하시네요. 제가 이렇게 쓰려고 했는데 쓸 필요없을듯 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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